[시온의 소리] 기독문화로 마음과 시대의 창에 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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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간 서울 도심의 카페에서 문화선교 모임을 했다. 다양한 은사를 가진 분들이 마음과 뜻을 모아 모임을 준비했다. 주제를 정하고, 어울리는 강사와 가수를 섭외해 모임을 열었다. 기독교라는 걸 전면에 내세우진 않았지만, 무대에 선 분들이 크리스천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신앙의 빛깔이 배어 나왔다.

모임을 한창 하고 있을 때, 주변에서 소리를 많이 들었다. “도대체 그런 모임을 왜 하냐고.” “왜 사서 고생을 하냐.” 정말 그랬다.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었다.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깊어져 갈 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사람의 내면을 넘어 시대와 사회 속에서도 복음은 여전히 생명력 있는 진리임을 전하고 싶었다. 그런데 돌아보니 그런 외적인 필요보다 더 깊은 내적인 동기가 있었다. 고마움이었다. 청소년과 청년 시절, 신앙의 고비마다 기독교 문화가 곁에 있어 줬다. 갚아야 할 때라는 마음이 첫 번째 이유였다.

모태신앙인으로 자라 신앙생활이 자연스러운 삶의 리듬이었던 학창 시절, 갑자기 신앙적 회의가 찾아왔다. 교회에서 보이는 신앙인들의 모습이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았고, 성경에 나온 것과 현실 교회의 모습이 차이가 크다고 여겨져 고민이 많던 시절이었다. 고뇌가 깊어가던 어느 날, 기독교 서점 입구에 비치된 자그마한 쪽지 회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회보를 챙겨 집에 돌아와 천천히 쪽지에 실린 글을 읽으며 말씀대로 살아내려 애쓰는 누군가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비록 지역은 다르지만, 여전히 복음의 진리를 삶으로 살아내고자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게 됐다.

작은 글 하나가 어둡던 마음의 방에 빛을 비췄다. 그렇게 스며든 빛은 여러 모양의 기독교 문화를 통해 더욱 환하게 삶으로 다가왔다. 여러 찬양 음반과 찬양팀들의 집회에 참석하면서 음악으로 다가와 말을 건네시는 하나님을 만났다. 기독교 서적을 읽으며 그 안에 깃든 진리의 숨결은 잠들어 있던 지성과 영성을 일깨워줬다. 그렇게 접했던 기독교 문화는 삶의 전반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더 깊은 신앙의 길로 친절히 이끌어주는 동행자가 돼줬다.

아마도 필자와 같은 경험을 하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처럼 기독교 문화는 복음의 풍성함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 준다. 기독교 영화관 대표로 섬기다 보니 현장에서 그런 풍경을 더 자주 목격한다. 먼 곳에서 일부러 서울 신촌에 있는 필름포럼까지 학생들을 데리고 와 함께 기독교 영화를 보고 나누는 교회학교 선생님을 만난다. 기독교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때면 주일 예배당에서나 소그룹 성경공부 시간에 담아내지 못한 신앙과 삶의 내밀한 속내와 마주칠 때가 많다. 일상과 시대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이야기와 증언이 주는 감동이 문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다가온 까닭이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인가 이런 기독교 문화 선교사역이 심각할 정도로 위축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교회마다 상황이 어려워져서 문화에 예산을 책정하고 관심을 기울일 여력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설교와 가르침 중심의 논리적 언어, 교회 성장을 위해 중점을 두고 있는 몇 가지 영역으로만 목회 범위를 좁혀 가기 때문에 다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복음으로 품어낼 수 있는 지경을 스스로 제한하는 것은 아닐까.

목회자 홀로 모든 짐을 감당하기보다 이미 기독교 문화선교에 비전을 품고 오랜 시간 묵묵히 그 길을 걸어온 사역자들과 동역해 보면 어떨까. 준비된 사역자도 많고 콘텐츠도 충분하다. 미루지 말고, 이번 대림절과 성탄절부터 시도해보면 어떨까. 기독교 문화선교와의 동역으로 복음의 은혜가 더욱 풍성해지는 겨울이 되기를 기도한다.

성현 목사(필름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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