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입력 2019-12-0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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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사회경제부 기자

최근 경기도 성남 어린이집에서 5세 여아가 같은 반 동갑내기 남아로부터 상습 성폭력을 당했다는 주장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파문이 일었다. 피해 여아의 부모는 사건 공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어린이집에서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제발 제발 읽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이 부모에 따르면 어린이집에 다니는 또래 남아가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딸 아이의 바지를 벗기고 성추행을 했다. 사건 정황을 담은 해당 글과 함께 여아의 신체 주요 부위에 염증이 생겼다는 산부인과 진단서가 삽시간에 퍼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부모는 한 매체를 통해 "문제 행동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부풀려진 부분이 있다"며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법적 대응 의지를 밝혔다. 양쪽 부모가 모두 강경 대응 의지를 밝힌 상황이다.

논란과 함께 소관 부처 장관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이번 사건에 대해 "어른들의 관점에서 성폭력으로 봐선 안 된다"라며 "발달과정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끼리의 문제라고 치부한 것이다.

만 5세 아이에게 '가해자'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절대 유쾌하지 않다. 미취학 아동이 발달과정에서 성기에 관심을 두게 된다는 것도 어느 정도 알려진 부분이다. 다만 복지부 장관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며 사건을 단순하게 한마디로 정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번 사건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면서 딸을 가진 부모는 더는 '자연스럽게' 아이를 맡길 수 없게 됐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이번 성남 어린이집 성폭행 의혹 사건에 대해 "단순히 가해자, 피해자로 아이들을 이분화한 후 처벌한다는 것을 넘어서서 우리 사회공동체가 이 사안을 어떻게 봐야 할지 반드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른들이 만든 잘못된 성 문화에 아이들이 노출된 결과"라고 꼬집었다.

맞는 말이다. 논란에 그치지 말고 왜 이런 사건이 발생했는지 깊이 들여다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도 유튜브 등을 통해 잘못된 성인문화에 노출된 피해자일 수 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둘러싸인 환경을 보면 너무나도 위험하다. 클릭 한 번으로 각종 위험에 노출되는 현실 역시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 어른들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아이들이 다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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