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칼럼]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와 자존감
안타까운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의 의미와 유래



최근 계속되는 안타까운 소식들로 인해서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는 자신이 존경하거나 모델로 여겼던 인물, 또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유명인이 생을 마감할 경우에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래서 자신이 닮고자 하는 이상형이나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유명인이 안타까운 선택을 할 경우에 그 대상을 모방해서 자신 또한 따라하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베르테르 효과는 독일의 문호 괴테가 1774년 출간한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에서 유래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인 ‘베르테르’가 생을 마감하자 그를 모방한 젊은이들의 급증하는 현상이 늘어났다.



자신의 롤모델이나 유명인의 안타까운 선택을 따라하는 패턴과 흐름



자신이 존경하거나 좋아했던 유명인의 안타까운 소식들이 사회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베르테르 효과’는 1974년 사회학자 데이비드 필립스(David Philips)가 가장 먼저 붙인 이름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보도되는 유명인이 안타까운 선택을 한 사건 이후에 눈에 띄게 일반인의 자살률이 함께 증가한다는 패턴과 흐름을 파악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일반인이 언론매체를 통해 이런 기사에 얼마나 노출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었다.



증가하는 우리나라의 베르테르 효과



2018년 지난해 자살률은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안타깝게도 최고 수준으로 분석되었다. 몇 해째 자살률이 연속 감소추세여서 다행이다 싶었었다. 그런데 지난해 다시 자살률이 증가세로 올라서 지난해만도 1만3670명이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하루 평균 37.5명꼴로 자살 사망자 수는 전년보다 10% 가까이 늘었다. 이 수치는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어서 충격을 준다. 이 원인 중에 하나가 바로 베르테르 효과라는 통계청 분석이 보도된 바 있었다.



건강한 자존감은 자신만의 결을 찾는 것에서부터



안타까운 소식이 들릴 때마다 우리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건강한 정신’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한 철학자 데카르트는, ‘비교만큼 자신의 행복을 해치는 감정은 없다‘ 라고 말했다. 건강한 정신을 위해서는 건강한 자존감이 필요하다. 건강한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방해요소가 여러 가지 있지만 특히 ’잘못된 비교‘는 건강한 정신을 무너뜨린다. 우리는 저마다 다르게 생겼다. 그렇기 때문에 남과 비교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네모와 세모를 비교하는 것처럼 모순이다. 저마다 삶의 기준이 다르니까. 그래서 자신만의 결, 꼴과 장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잘남 사람과의 비교든, 못난 사람과의 비교든 둘 다 지나치면 결국은 행복의 방해꾼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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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에 대한 호기심으로 배우는 공부자세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취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부를 꾸역꾸역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어쨌건 남들보다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낙오되지 않을 거라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그런데 다 그런 건 아니다. 같은 공부라도 정말 진심으로 학문에 대한 호기심과 즐거움을 위해 공부하는 친구들도 있다. 아직도 기억나는 학생이 한 명 있다. 시각 장애인인 그 학생은, 강의실까지 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았는데, 한 번도 지각이나 결석을 하지 않고 늘 맹인견과 함께 제일 앞자리에 앉아있었다.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질문도 가장 많았고 발표도 능숙하게 잘 해 친구들의 호응을 제일 많이 끌어내곤 했다.



건강한 정신과 배움에 대한 열정



그 학생이 학우들 앞에서 자신의 꿈을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제 꿈은 저처럼 장애를 앓고 있는 친구들에게 단 1%의 희망이라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업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런 학생에게는 A+학점도 부족해보였다. 어떻게 생각하면 왜 난 다른 친구들처럼 건강하지 못할까라며 비교하고 실의에 빠질 법도 했다. 하지만 그 학생은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악조건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와 꿈을 위해 정진하는 그 학생은 그 누구보다 행복하고 자존감이 높아보였다. 누가 그 친구 앞에서 감히 다른 학생들과 비교하면서 우열을 논할 수 있을까. 환경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야말로 행복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다.



사물이나 환경을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이 관건



예전에 벌어졌던 세계대회에서 진정한 우승의 관점을 바꾼 한 선수가 있었다. 섭씨 35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세계 최고 권위의 사이클 대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 안에서 7연패의 대기록을 세운 랜스 암스트롱 선수와 영원한 2인자로 불리며 준우승만 연거푸 3번을 한 얀 울리히 선수가 함께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결승점을 조금 앞둔 지점에서 선두를 지키던 랜스 암스트롱과 그 뒤를 바짝 따라붙은 얀 울리히. 그야말로 박빙의 순간! 그런데 그 때 암스트롱이 구경꾼의 가방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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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다시 찾아오기 힘든 절호의 역전기회



모두의 예상을 뒤로 하고 암스트롱을 기다리며 일부러 속도를 늦추는 울리히. 결국 우승은 암스트롱에게 돌아가고 말았다. 의아해 했던 기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울리히에게 똑같은 질문을 쏟아냈다.

“왜 그랬나요?”1등의 영광이 바로 눈앞에 있었는데“

“저는 행운이 아닌 진정한 우승을 원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암스트롱을 제치고 우승하는 것은 제가 바라는 바가 아니니까요”

그 말을 듣고서야 모든 사람들은 울리히 선수야 말로 진정한 영웅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울리히 선수는 눈에 보이는 얕은 비교의 늪에 빠지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건,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진짜 승리였다.



남과 비교하는 부모 VS 남과 비교하는 자신



누군가와 비교당하는 게 얼마나 기분 나쁘고 맥 빠지는 지 잘 알면서도, 우리도 역시 그런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정에서는 엄마 친구의 아들 딸과 늘 비교당하는 말을 듣고 자란다.

“걔 아들은 이번에 전교에서 1등했다더라, 넌 왜 성적이 이모양이니?”란 말을 하면서 부모들은 “다 너 잘 되라고 그런 거다”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에, 오히려 엇나가는 경우가 많다. 공부를 하러 방으로 들어가려 하다가도 그런 소리를 들으면 반항심이 생긴다. 그래서 부모님 보란 듯이 다시 TV앞에 앉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자신 안에서 하는 남과의 비교심이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쉽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없다. 그리고 성취했을 때의 보람과 열매는 더욱 크고 달다. 우리가 진짜 처절하게 비교해야 할 대상은 타인이 아니라 어제의 자신이다. 라이벌의 존재가 나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맞지만, 결국 최후의 경쟁상대는 자기 자신이 돼야 한다. 그리고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세계에서 가장 멀리 나는 북극제비갈매기를 보면 인생의 지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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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멀리 나는 철새 북극제비갈매기



북극제비갈매기의 날개길이는 75~85㎝, 체중은 100g안팎이다. 하지만 이 작은 바다 철새는 1년 동안 무려 지구 한 바퀴 반을 날개짓하며 세계에서 가장 멀리 이동한다. 그 비결이 뭘까? 바로 다른 새들과 비교하지 않는 거다. 다른 새들보다 빨리 날으려는 경쟁심을 버리고 때로는 날갯짓을 멈추고 바람에 몸을 맡긴다. 그래야 북극에서 남극까지 먼 여정을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높이 날거야라고 욕심을 부리다간 체력이 떨어져 중도탈락하고 말거다.



남보다 빨리 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북극제비갈매기가 가장 빠른 지름길은 직선코스를 포기하고 돌고 돌아가는 S자 코스를 선택한 것도 속도보다는 완주를 목표에 두었기 때문이다. S자 코스는 바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체력소모가 적다. 작은 체구와 약한 체력의 한계를 정확히 알고 있기에, 빨리 가기보다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길을 택한 거다. 결국 인생은 속도경쟁이 아니라 방향이라는 걸 북극제비갈매기가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인생의 방향이 뚜렷하면, 조금 더디더라도 묵묵히 한 곳만



남들의 속도에 신경 쓰는 건 에너지 낭비일 수 있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 더 달렸다면, 어제의 나보다 오늘 조금 더 나아졌다면, 나는 어제의 나와의 경쟁에서 이긴 거다. 그러니 남보다 조금 뒤쳐졌다고 슬퍼하지 말자. 낙담하지 말자. 이런 말을 한 사람이 있다. ‘모든 사람은 천재일지 몰라. 하지만 물고기들을 나무 타기 실력으로 평가한다면, 고기는 평생 자신이 형편없다고 믿으며 살아갈 거야. 그렇지?’ 바로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오늘은 이 말을 기억하면서 자신의 방향과 속도에 몰입해보자. 그러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자존감은 한 뼘 더 건강해 질 것이다.
[박영실칼럼]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와 자존감
박영실서비스파워아카데미 대표/ 숙명여자대학교 교육학부 초빙대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