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내부감사위원, 살고싶으면 외부감사인과 친구돼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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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2.03. 오후 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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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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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감사위원회 포럼 설립 1주년 기념 세미나' 참석 인사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앞줄 왼쪽에서 여섯번째는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최 회장 오른쪽은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사진제공=금융위원회)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기업의 내부감사위원은 회사의 친구가 아니라 회계사의 친구가 돼야 한다."(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최 회장이 친구라는 단어를 쓰셨다. 기업의 내부감사인께서는 외부감사인과 친구가 돼주시라. 오늘 들은 말 중에 가장 감명깊은 말 같다."(김선문 금융위원회 기업회계팀장)

"전임감사인과 당기감사인 간 재무 관련 의견 차를 줄이려면 기업의 내부감사인도 외부감사인과의 커뮤니케이션 통해 친구가 돼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시행 이후 후임감사인의 전문성은 상당히 떨어질 것으로 우려가 되기 때문에 친구가 아니라 선생님이 돼도 모자라다. 모든 문제점과 준비사항을 소통해야 한다."(한종수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주)LG 감사위원)

소위 '회계개혁의 3대 축'인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지정제)-감사인 등록제(등록제)-표준감사시간제도' 등이 도입되면서 이른바 '회계대란', '감사대란'과 감사보수 급증 등의 우려가 피감기업을 중심으로 퍼지는 상황.

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감사위원회 포럼 설립 1주년 기업 세미나'에선 금융 당국과 회계사회, 학계는 물론 기업 내부의 감사인들조차 외부감사인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피감기업 바깥의 회계법인 중심으로 구성된 외부감사위원회 포럼이었지만, 기업 내부의 내부회계관리제도 정착을 통해 '회계개혁'을 완성하고 실질적인 감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축사에서 "기업이 회계정보를 만드는 과정에서 내부감사인이 경영진을 견제하고 철저하게 감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줘야 한다"며 "한국의 회계법인들이 기업의 내부 감사위원회를 지원하려고 감사위원회 포럼을 시행하는 것이다. 감사위원회 선임위원 구성에서 외부 위원이 소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이 현실적으로 실무 부담을 낳는다고 호소하는 목소리도 충분히 듣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중경 회계사회 회장은 감사위원은 회사의 친구가 아니라 회계사의 친구가 돼야 한다"며 "갑질을 한 회계사는 전문가소러의 본인의 위치를 망각한 것이므로 즉시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문 금융위 기업회계팀장은 주제발표에서 기업이 ▲기업회계처리 위반 통보요건 ▲재무제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사안의 판단 기준 ▲회계부정 사실 통보대상 구체화 ▲시정조치의 불충분함을 증명할 구체적인 지침 등을 가다듬어 내부감사위원들이 기업경영진의 회계부정을 보고하는 데 대한 지원 정책을 연내에 마련하겠다고 시사했다.

김 팀장은 '감사보고서의 제출 등'을 다루는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제23조를 들어 기업 경영진의 회계부정 조사 및 보고 의무가 생겼다고 환기하면서 정책을 예고했다.

그에 따르면 외부감사인이 회계처리기준위반을 한 사실이 발견되면 감사위원회에 통보를 하고, 감사위는 경영진에 자진 시정하라고 요청하거나 시정이 불충분하면 외부전문가를 선임해 조사할 수 있다.

단, 그 과정에서 외부감사인이 디지털포렌식 등을 하면서 비용을 5억~10억원가량 쓰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일어 금융위가 회계부정 조사관련 감독지침을 곧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기업 경영진의 회계부정을 조사하는 핵심감사제도가 도입된 상황이다. 이를 위해 기업 내부감사인들은 외부감사인들과 소통을 많이 해주셔야 한다. 그렇게 하라고 시스템이 마련된 것"이라며 "재무제표 위험, 핵심감사제도에서의 중점 항목 등을 긴밀히 협의해 '친구'가 돼주시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기업 내 회계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감사인의 독립성은 몰라도 전문성이 상당히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경우 원칙중심의 회계제도인 국제회계기준(IFRS)가 도입된지 2년 뒤 설문조사에서 94.2%가 "기업 감사인의 재무제표 작성능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조사에 임한 미국 내부감사인들의 71.3%는 이익조정 가능성이 증가했느냐에 대해 "아니다"라고 답했다. 미국에서도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초반 정착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설문조사 응답자의 37%가 '기업 내 인력 부족' 때문이라고 답했다.

결국은 소통이 답이라는 시각은 한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한 교수는 "아시아나항공의 지난 정기 주주총회 시즌 사례를 보면 감사인이 바뀐 것도 아니고 전과 거의 동일한 회계처리였는데도 큰 문제를 겪었다. 그 정도로 감사환경이 굉장히 많이 바뀐 것"이라며 "해외처럼 전임감사인이 바뀌기 2년 전에 후임감사인을 미리 선임해 갈등을 줄여야 한다. 가령 주기적 지정제를 할 때 지정 1년~1년 반 전에 미리 알려 차기감사인이 할 일을 미리 정해주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후임감사인의 전문성은 굉장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감사위원회는 친구가 되는 게 아니라 모든 문제점, 준비사항을 공유하는 '선생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내부감사인과 외부감사인이 '친구'가 되기까지 갈 길은 매우 멀 것으로 보인다. 청중 중 유가증권시장의 상장사 감사위원을 맡고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감사보수 증액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기업의 내부감사인이라고 신분을 밝힌 청중들은 금융위의 김 팀장에게 ▲지난해보다 시간당 감사 비용이 62.5%나 늘었지만 대안은 뚜렷하지 않다 ▲정부가 외부감사인을 지정만 하지말고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풀(pool)을 만들고, 경쟁입찰을 할 수 있게 해달라 ▲전년 대비 몇 퍼센트까지 감사보수를 늘릴 수 있게 허용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달라는 등의 요구를 했다.

이에 김 팀장은 ▲과도한 감사보수를 매기는 감사인을 기업이 적극적으로 신고하기 바라고 ▲정부가 기업으로부터 감사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은 '지정제'의 취지와 어긋나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등의 뜻을 전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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