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단칼에 나경원 ‘교체’…“셀프 재신임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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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2.03. 오후 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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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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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의 과감한 혁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필요하다면 읍참마속 하겠습니다."
(어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자유한국당이 오늘(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나경원 원내대표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임기 끝났으니, 원칙대로"

청와대 앞 천막에서 급히 열린 비공개 최고위는 개최 1시간 30분 만에 나 원내대표의 임기 종료를 결정했습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기자들에게 "임기가 끝났고, 경선에 (출마)하겠다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느냐"며 "그런 것을 종합해 원칙대로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는 이번 달 10일까지입니다.

그러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원 임기만료 6개월 이내의 경우 의원총회 결정으로 원내대표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는 당규가 있어, 나 원내대표가 총선까지 계속 재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내일(4일) 의원총회를 소집해 의원들에게 재신임을 물을 예정이었으나, 오늘 최고위 결정으로 예정대로 임기를 마치게 됐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임기 연장을 내심 확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나 원내대표는 오늘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임기 연장이 안 되면 이제 선거를 하는 것이 맞다"며 "경선 의지를 밝힌 의원들도 있어서, 내일 의원총회를 열어 재신임 여부를 묻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원내대표 임기 연장을 결정하는 의원총회를 소집하오니,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해 주시기 바란다"고 공지했습니다. 문자메시지 하단에는 근거 규정도 첨부했습니다.

이어 최고위 개최 직전, 청와대 앞 천막을 찾아 황교안 대표와 짧게 면담했습니다. 취재진에게도 "의원님들의 의지와 판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재신임 여부에 대해 금명간 의원님들 의견 모으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자신감이 되려 '독'이 됐을 거란 시각도 있습니다. 한 의원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셀프 재신임' 하려다가 뒤통수 맞은 것"이라며 "(스스로) 재신임받겠다는 것이 월권"이라고 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나 원내대표가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는데도 최고위가 이런 결정을 내린 건, 황 대표의 불만이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도 해석했습니다.


'셀프 재신임' 하려다 '불신임 뒤통수'?

이번 최고위 결정으로 나 원내대표는 적지 않은 내상을 입었습니다. 표면적으론 임기 만료에 따른 '원칙적인' 결정이지만,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나 원내대표의 실책에 대한 불신임이란 분석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국회 정상화 협상에서 나 원내대표가 동의한 3당 합의문을 소속 의원들이 부결시킨 것이 대표적입니다. 몸싸움까지 하는 극한 대치 끝에 별다른 소득 없이 복귀를 주장했다가 반발에 부딪힌 겁니다.

지난달 29일에는 선거법 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 본회의 모든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이른바 '민식이법'에는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지 않았다고 거듭 해명했지만, 민생법안을 내팽개쳤다는 비난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황 대표 친정체제를 굳히려는 의도도 엿보입니다. 황 대표가 어제 오전 "당 혁신을 위해 읍참마속 하겠다"고 선언한 뒤, 비서실장 등 주요 당직자 전원이 일괄 사표를 냈습니다. 이후 4시간 만에 초선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전격 발탁하고, 대변인단 등 일부를 유임시키는 방식으로 당 요직을 대폭 물갈이했습니다.

원내대표직도 예외일 수 없던 것으로 보입니다. 나 원내대표가 내일(4일) 의원총회에서 재신임될 가능성이 있었기에, 최고위는 반드시 '오늘' 나 원내대표의 임기만료를 의결해야 했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최고위원은 "만장일치 의결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향후 원내대표 경선 전망은

현재 3선 강석호·4선 유기준 의원이 경선 출마를 확정지었습니다. 당 대표에도 도전했던 5선 심재철 의원도 자천타천 거론되는 가운데, 한 당직자는 "경선 확정으로 후보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원내대표 경선은 선거일 3일 전에 당 대표가 공고해야 합니다. 이달 10일 정기국회 종료를 고려하면 이번 주말에서 다음 주 초반에는 원내대표 선거가 실시될 것으로 보입니다. 새 원내대표의 임기는 6개월도 안 되지만, 패스트트랙 협상을 주도하고 총선을 지휘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됩니다.

신지혜 기자 (ne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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