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떡없는’ 김기춘

이용욱·강병한 기자

교체 땐 ‘문건’ 인정하는 꼴… 박 대통령 “헌신한 분” 감싸기

여권선 “김 실장 사퇴는 상식, 청와대 무서워…” 볼멘소리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번에도 살아남을까.

비선의 ‘국정농단’ 논란과 함께 김기춘 비서실장 거취를 둘러싼 말들이 여권에서 다시 불거져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김 실장 교체는 없다’는 분위기지만, 비선권력의 내부 암투설까지 번진 만큼 청와대 총책임자인 비서실장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실상 문건 유출이든, 비선 논란이든 한 가지 사안만 갖고도 비서실장으로서 책임을 져야 할 만큼 심각한 내용들이다. 더구나 문건에 따르면 정윤회씨와 문고리 권력 3인방이 김 실장 사퇴를 논의했다고 밝힌 만큼 김 실장은 사건의 핵심 당사자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통일준비위원회 3차회의 참석자들과의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기춘 비서실장(왼쪽)이 진지한 표정으로 박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통일준비위원회 3차회의 참석자들과의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기춘 비서실장(왼쪽)이 진지한 표정으로 박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일단 청와대는 김 실장을 감싸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거의 2년 동안 제대로 발 뻗고 쉰 적이 없는 날들이었다. 휴일도 없이 시간을 쪼개 싸웠다. 이 자리의 비서실장님과 수석 여러분이 퇴근시간도 없고, 휴일도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헌신해 왔다”면서 “그런 여러분을 신뢰하고,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본격적으로 비서실장 인책론이 제기되기도 전에 사실상 김 실장을 재신임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발언이다.

안팎의 환경을 감안할 때 청와대로선 김 실장을 바꾸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 실장을 교체한다면 ‘찌라시’라고 폄하했던 청와대 문건에 나오는 김기춘 교체설을 사실상 현실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선 “김 실장이 물러나면 일을 대신할 사람이 없다. 후임자로 거론되는 사람들이 청와대 업무를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새누리당 등 일각의 불만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특히 김 실장이 문건의 등장인물이자, 이 문건에 대한 보고를 직접 받았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김 실장이 당연히 사전파악을 한 것인 만큼 논란이 불거지고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적절한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김 실장은 3인방으로부터 “문건 내용이 사실이 아니다”라는 진술만 듣고 조사를 종료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점이 뼈아픈 실책이 됐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한 초선 의원은 2일 “김 실장 사퇴는 상식이지만 다들 청와대가 무서워서 말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이 정부에서 사회를 침체시킨 ‘올드보이’들은 좀 나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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