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논란에 답하다 [★날선무비]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9.10.26 14:00 / 조회 : 2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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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82년생 김지영'


한 영화를 두고 개봉 전부터, 아니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이렇게 찬반이 격렬했던 작품이 있었던가.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 이야기다.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정유미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조남주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했다. 2016년 출간된 원작 소설은 일을 하다가 결혼 후 육아로 인해 전업주부가 된 여성의 삶을 담아냈다. 이후 이 책은 '페미니즘 소설'로 화제를 모았고 베스트셀러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그리고 3년 만인 2019년 영화로 관객을 만나게 됐다.

남성 중심 커뮤니티 등에서는 '82년생 김지영'이 남성혐오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꿀 빨고 살던' 지금의 30대 여성이 이같은 볼멘 소리를 낼 이유가 무엇이 있냐며, 이 소설에 불쾌감을 표했다. 그리고 이 소설이 영화화 된다는 소식에 '영화 제작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정유미와 공유가 주연 배우로 캐스팅 된 후에는 '김지영'이 된 정유미를 향한 악플이 쏟아졌다.

'82년생 김지영' 개봉을 앞두고 배수지가 소속사 선배인 정유미와 공유를 응원하기 위해 영화를 응원하는 홍보글을 올리자 악플이 쏟아졌다. 가수 장범준은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고싶다고 올린 아내의 SNS 게시글에 '???'라는 댓글을 달았다고 또 논란이 됐다. 응원해도, 응원하지 않아도 욕을 먹는다. 그 많은 논란의 실체는 무엇일까.

소설로 먼저 만났던 '82년생 김지영'이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영화를 담당하는 기자로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재미 있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소설 내용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너무나 평범한 일들이었고, 캐릭터들도 매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소설 속 김지영은 자신도 모르게 당했던 여성으로서의 차별이 억울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속으로만 이야기하는 인물이다. 결혼도, 육아도 본인의 희생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해결책을 찾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빙의' 돼서야 김지영은 자신의 속 이야기를 한다. 남편 정대현도 마찬가지다. 아내를 사랑하는 평범한 남편이지만, 대현은 조금 이상해진 아내에게 정신과 치료를 권유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김지영의 정신과 상담을 맡은 남자 의사 역시 마찬가지다. 지영이 살아온 삶은 공감하는 듯 했던 그 역시, (자신보다 잘난) 아내의 희생을 당연하게 강요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대중성을 살리며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정유미를 통해 되살아난 김지영의 모습에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지만, 정작 자신을 위한 뭔가를 잃어버린 모습이 담겨 있다. 집안일과 육아 사이 잠시 숨고르는 시간, 호수 같이 맑지만 텅빈 눈빛 속에 날카롭고 쨍한 감정을 담아냈다. 그녀는 자신을 향한 편견에 맞서 하고 싶은 말은 할 줄 아는 사람이다.

공유는 남편 정대현을 방관자가 아닌 동반자로 그려냈다. 여전히 집안일을 '도와주겠다'라고 말하는 남편이지만, 일하고 싶어하는 아내를 위해 세심하게 배려하고 육아휴직을 하겠다고 말한다. 아직 한국사회에서 남자가 육아휴직을 내는 것이 (일부 대기업이나 공무원을 제외하고는) 쉽지 않기에, 어쩌면 판타지 같은 말이지만 그런 배려가 희망을 전한다.

과거나 미래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이해를 받지만, 지금 현재의 이야기는 항상 논란이 되고 서로 다른 입장이 존재한다. 현실에 살아있는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82년생 김지영들의 삶처럼 82년생 김철수들의 삶도 힘든 부분이 많다. '82년생 김지영'이 하고 싶은 말은 '여자만 힘들다'라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는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가족들에게 생기는 문제들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그 과정에서 가족들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이 영화는 김지영의 이야기 일뿐 아니라, 김지영 엄마의 이야기다. 오빠들 뒷바라지를 위해 학교 대신 공장에서 일했던 김지영의 엄마가 살았던 세상보다, 김지영이 지금 살고 있는 세상보다, 김지영의 딸이 살아갈 세상은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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