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사고파는 韓개인정보…손 못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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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2.02. 오전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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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번호·아이디·여권 등 민감한 정보 싼값에 무차별적 유통
활개 치는 불법거래에도 中정부 모르쇠…韓정부 지켜보기만


[아시아경제 이진규 기자] 중국인 zao(아이디)는 최근 국내 인기 게임 '검은사막'에 가입하기 위해 중국 최대 오픈마켓 '타오바오'에서 한국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구매했다. 그가 개인정보를 얻기 위해 지불한 금액은 단돈 1600원이었다. 중국인 raoching(아이디) 역시 지난 6월 국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의 문자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1900원으로 한국인의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번호를 구매했다.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번호는 물론 아이디와 여권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들이 중국에서 싼값에 무차별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개인정보 불법유통이 활개를 치고 있지만,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중국의 비협조에 손쓸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中 개인정보 불법거래 파악 힘들어 = 2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KISA가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국내외 웹사이트에서 개인정보 불법유통 게시물을 적발한 건수는 모두 7만2221건이다. 이 가운데 국내 적발 건수는 4만1639건으로 지난 2017년(1만6950건) 이후 매년 늘었다. 반면 해외 적발 건수는 2017년 8만9582건에서 올해 8월 기준 3만9014건으로 해마다 감소했다. 개인정보 불법유통의 '온상지'로 알려진 중국에서 적발된 개인정보 불법거래 게시물은 2017년 1926건, 지난해 1596건, 올해 8월 2186건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개인정보 불법거래가 워낙 빈번해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KISA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미국에 서버를 둔 사이트에서도 개인정보 불법유통 게시물을 올리기 때문에 중국 내 적발 건수는 일부분"이라고 전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디부터 여권까지 = 최근 국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문자 투표 목적으로 한국인 개인정보를 사고파는 중국인들이 늘고 있다. 이종화 KISA 개인정보탐지팀장은 "중국에서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 시즌이 다가오면 문자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아이디를 사고파는 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또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나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등 국내 인기 게임에 접속하기 위한 한국인 개인정보가 거래되고 있다. 중국에선 로스트아크에 접속하기 위해 필요한 한국인 개인정보가 개당 1600원가량에 무더기로 팔리기도 했다. 네이버와 다음, 음원사이트 멜론의 아이디와 해당 아이디를 보유한 한국인 개인정보 등도 패키지 형태로 1만6000원가량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조선족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한국인 여권을 판매한다는 게시 글까지 30건 이상 올라왔다.

◆중국 측 모르쇠에 방법 없는 정부 = 개인정보 불법유통 문제가 심각하지만 중국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KISA는 최근 중국 텐센트에 개인정보 불법유통 페이지에 대한 삭제를 요청했지만, 텐센트는 중국 정부의 삭제 승인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중국 공안도 한국인 개인정보 불법유통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중국 측의 비협조에 외교부나 방송통신위원회 등은 지켜보기만 하고 있다. 이 팀장은 "텐센트는 아이디 판매글에 대해 알고 있지만 정부 승인문제를 핑계로 삭제 요청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며 "외교부나 대사관을 통해 이 문제를 이야기하고 중국 공안에도 필요한 사항을 전달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사이버보안 문제가 단순히 기술적으로 잘 막는 것은 기본이고, 국제 공조를 동반하기 때문에 외교력이 있어야 한다"며 "일본에선 사이버보안 관련 외교력을 어떻게 강화하느냐가 중요 화제"라고 설명했다.

이진규 기자 j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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