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청년 세대가 기후 위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전 세계의 청년 정치는 기후 정의 운동을 중심으로 모이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기후 위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노벨평화상 최연소 후보로도 오른 열여섯 살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세계 청소년들과 함께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이라는 기후 운동의 큰 흐름을 만들었다. 뉴질랜드 의회에서 탄소 제로 법안 지지 발언을 하던 스물다섯 살 여성 의원은 기성세대의 야유가 쏟아지자 “오케이, 부머(Ok, Boomer)”라고 응수했고, 이 한마디는 수많은 밈(meme)과 지지를 타고 빠르게 번졌다. ‘기후변화로 인한 잠재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환경 피해를 피하기 위해 더 긴급한 행동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미로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기후 비상사태’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고, 영국의 《가디언》은 이 소식과 함께 이 단어의 사용 빈도가 최근 12개월 내 10,796퍼센트 폭등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2018년 당시 제주도지사 후보였던 고은영 녹색당 미세먼지 기후변화 대책위원장은 기후 위기를 초래한 기존 토건 사업이나 난개발이 아닌, 환경 자원과 공동체를 지킬 기후 정의가 필요하다고 외쳤고, 당시 고은영 후보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후보를 앞지르며 지지율 3위에 올랐다.
이렇게 전 세계의 청년 세대가 기후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신지예는 『미세먼지 클리어』에서 ‘그건 바로 기후 위기가 미래를 잠식할 현실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청년 당사자들이 실제로 직시하고 체감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환경운동가 배보람은 지금의 한국 청년 세대는 ‘청소년기에 경제성장이 아닌 IMF를 경험한 세대’라 말하며, 자본주의 사회의 근간인 ‘경제성장의 완성’이라는 목표조차 그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진단한다. ‘성장이 멈춘 사회’,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조건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 조건과 기후 위기를 가장 오래 감당해야 할 당사자인 청년 세대에게 ‘다른 구조로의 사회적 전환’은 절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조건 속에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만 한다.
‘세계적 재난’인 미세먼지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
장기간 공개가 미뤄지던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 물질 국제 공동 연구(LTP)’ 요약보고서가 국립환경과학원을 통해 지난 11월 20일 발표되었다. 이 연구는 한국의 서울, 부산, 대전에서의 미세먼지 발생 요인 기여율 중 중국 요인이 연평균 32퍼센트, 국내 요인이 51퍼센트라 밝혔고 이 소식은 언론을 통해 속보로 전해졌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처음은 아니다. 2017년 NASA와의 ‘한미 대기질 합동 연구(KORUS-AQ)’ 예비 종합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요인 34퍼센트, 국내 요인 52퍼센트로 발표된 바 있다. 2017년과 2019년 발표된 국제 공조 연구 모두 유사한 결과를 보였으며, 초점은 두 연구에서 모두 국내 요인이 가장 큰 것으로 지목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대중의 반응은 차가웠다. ‘더 명확히 중국의 책임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하며 정부가 무능하다 비판했고, 외교적 문제가 얽혀 있어 진실은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책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가 중국 탓을 하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시기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미세먼지 클리어』에서 강양구 기자는 1988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국내 미세먼지 발생량이 갑작스럽게 늘어난 때인 2013년이 ‘국내 경유차가 늘어난 때와 겹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또한 과학적 근거를 들어 기후변화로 인해 대기정체가 지속될 경우 국내의 미세먼지 발생 지역과 피해 지역이 동일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며, 자구책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남 탓하기에서 벗어나 우리가 먼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만 한다.
‘지체 없이,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 김상철과 녹색전환연구소 이유진은 『미세먼지 클리어』를 통해 우리 사회가 현재 펼치고 있는 미세먼지 대응 정책을 면밀히 살펴보고, 지금 당장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제안한다.
김상철 정책위원장은 우리나라의 ‘교통·에너지·환경세’를 소개하며, 조세개편 전환으로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한다.
‘한국은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수요관리 정책이 거의 없는 나라’이며 ‘자동차 중심의 인프라 정책’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태에 처해 있다.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등 유럽의 도시들은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대중교통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중교통을 더욱 자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에게 더욱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또 ‘교통·에너지·환경세’ 중 15퍼센트의 비중을 차지하는 ‘환경세’의 몫을 늘려, 기후 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과 환경 규제를 제안한다.
녹색전환연구소 이유진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함께 넘어야 할 ‘네 개의 장벽’을 명확히 제시한다. 첫째 ‘문제 해결을 개인화하지 않고 사회가 구조적으로 대응하는 것’, 둘째 ‘배출량 자체를 줄이기 위한 에너지효율화와 연료전환의 병행’, 셋째 ‘정부가 규제 정책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인센티브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 넷째 ‘언론이 정확한 정보 전달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유진은 ‘기후 변화’와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다 큰 규모에서의 전환을 제안한다. 이미 미국에서 시도하고 있는 ‘그린뉴딜 정책’이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을 목적에 두고 산업, 경제, 복지 정책을 연계하여 탄소 배출량 감소, 일자리 확대, 사회 불평등 해소를 동시에 해결해나가는 방법이다.
이 책은 환경 위기가 닥쳐온 지금,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그 원인을 탐색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직시하는 여러 사람의 시선으로 시작해 곧 현재와 미래 세대 모두를 위해 우리의 노력을 멈추지 말자는 목소리로 나아간다. 지금의 환경 위기가 과거의 우리로 인해 시작되었다면, 이 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우리가 직접 찾아야만 하고 또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미세먼지에 대응하는 지금 우리의 모습은 더 큰 환경 위기가 닥쳤을 때 보여줄 미래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것이 바로 두려움과 공포 대신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지금 당장 이 위기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그 과정이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적 변화를 전제할 수밖에 없다면, 우리는 더 많은 사람의 생각에 관심을 기울이고 나의 목소리를 찾아 보태야 한다. 이제 그 출발점에 선 사람에게 『미세먼지 클리어』는 가장 좋은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