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누더기 연비제’보다 현 제도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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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강 대 강(强對强) 정치의 정면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선거법과 검찰 개혁 관련 법안 때문이다. 핵심은 선거법인데 기대효과도 사라지고, 입법되더라도 제도 변경을 통한 질 높은 정치를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비례성 강화의 취지는 퇴색했고, 선거제도가 바뀐다 하더라도 ‘대립과 교착의 정치’를 막고 문제 해결의 거버넌스가 되기엔 부족하다는 말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성공한 것은 소선거구 단순다수제의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이 대등하게 배정됐을 때라는 게 독일과 뉴질랜드의 교훈이다. 두 나라는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1 대 1을 통해 안정성과 비례성이라는 상반된 목표를 함께 이룬 경우다. 패스트트랙의 ‘225+75’안은 ‘4+1 협의체’를 통해 ‘250+50’안으로 바뀌었다. 이 상태에서 연동률을 더 낮추거나 비례의석 중 일부를 대상으로만 연동 방식을 적용하면 비례성 강화 선거제도라 하기 어렵다.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 자유한국당까지 협상에 참여하면 연동률을 당초보다 더 낮추든지, 연동률 적용 대상 비례대표 의석수를 더 줄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나 한국당은 솔직히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게 싫다. 여기에 ‘농어촌 대표성 확보’로 포장된 군소 정당의 지역구 지키기까지 더해지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구가 250석인 거다. 지역구 수를 덜 줄이면서 비례성을 강화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거다. 일각에서 의원 세비와 보좌진 축소 또는 공유 등을 통해 총액예산은 그대로 두고 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아이디어도 제시된다.

그런데도 의원 정수 확대는 불가능하다. 국민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의원 정수를 늘린다면 아마도 국민은 ‘국회를 없애라’고 할지도 모른다. 의원 정수 확대가 바람직하더라도 국민이 반대하면 어렵다. 따라서 지역구 수 축소가 쉽지 않고 의원 정수 확대 또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선거제도 개편의 취지인 비례성 강화를 기대하기는 무리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든 ‘부분연동형 비례대표제’든 지역구 의석수와 연동률을 얼마로 하든 이런 제도에서는 다당제 경향이 강화된다. 이익집단형 정당 난립도 예상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선거제도·정부형태·정당정치의 제도적 정합성이다. 비례성이 강화된 선거제도가 정부 형태와 정당정치 및 정당 민주주의의 현실과 적절하게 조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당제의 여소야대에서 국회와 정부 또는 국회 내 협치나 연합정치를 가능케 하는 제도적 장치가 우리에겐 없다. 정당 민주주의의 오랜 전통과 투명하고 민주적인 공천이 연동형 제도의 성공 조건이라는 지적도 우리에겐 뼈아프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 일각의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면 국정과 국회의 기능이 정지될 것”이란 걱정이나 “내각제나 이원집정제 등을 전제로 할 때의 선거제도”라는 지적은 솔직하다. 총리 선임 방식을 정치적 타협의 계기로 삼아 의회 중심 정치와 문제 해결의 정치를 위해 선거제 개편과 함께 개헌 논의로 이어졌어야 했다. 그래야 비례성 강화의 선거제도가 기대 효과를 낸다.

당장 다음 주면 제21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아직도 선거구는 물론 어떤 제도로 선거가 치러질지 모른다는 건 비정상이다. 선거제도 개편은 지금 논의하되 2024년 총선부터 적용하고 개헌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4월 총선에서 선거제도 개편안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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