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성우이자 가수 이용신이 자신이 주연을 맡았던 애니메이션 '달빛천사'의 삽입 곡들로 구성된 앨범을 발매했다.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는 '리턴드 풀문' 발매를 기념한 기자 간담회가 진행됐다.

'리턴드 풀문'은 200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방영된 일본 원작의 애니메이션 '달빛천사'에 삽입된 노래들을 주인공 루나의 성우이자 가수인 이용신이 리메이크한 앨범이다. 타이틀 곡 '뉴 퓨처'를 비롯해 2004년 '달빛천사' 방영 당시 유일하게 음원으로 발매됐던 '나의 마음을 담아'와 풀문의 마지막 콘서트에서 등장했던 '러브 크로니클', 루나가 가장 힘겨운 순간을 지날 때 흘렀던 노래인 '이터널 스노', 가수로 변신한 풀문의 첫 번째 싱글 곡 '마이셀프' 등이 담겨 있다.

'달빛천사'는 방영 당시 '나루토', '이누야샤' 등 인기 애니메이션 프로그램들을 누르고 투니버스에서 시청률 1위를 할만큼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끈 프로그램이다. 이 만화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을 일컬어 '달천이'라고 할 만큼 마니아층도 두텁다.

이런 두터운 팬덤에도 불구하고 '달빛천사'는 정식 음원이 출시되지 않았다. 때문에 많은 팬들은 약 15년 전 '달빛천사' 방송 화면에서 음원을 추출해 저음질로 노래들을 즐겨야했다.

이용신은 기자 간담회에서 "'달빛천사'가 올해로 방영 15주년을 맞았다. 때문에 올해가 가기 전에 삽입 곡들을 음원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는 그는 "외국 곡이 원곡이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정식으로 음원을 발매하려면 커버 라이센스 비용을 내야 하더라. 내가 개인적으로 충당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라 클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는데 오픈한 지 1시간 만에 목표액이었던 3300만 원을 넘겼다. 며칠 뒤에는 무서울 정도로 많은 금액이 모였다"고 털어놨다.

이용신의 이번 프로젝트에는 3일 만에 10억 원이 모금됐고, 최종적으로 26억3000만 원이 모였다. 이는 클라우드 펀딩 사상 최대 금액으로 손꼽힌다. 이용신은 "'달빛천사'를 보던 유치원, 초등학생 친구들이 이제는 성인이 됐더라. 사실 클라우드 펀딩을 오픈할 때만 해도 '친구들에게는 3만3000원도 큰 돈일 거야'라고 생각을 했다. 아직도 내겐 어린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구들이 '저 이제 아르바이트 해요', '저 직장 다녀요'라고 하면서 펀딩에 동참해 줬다. 그제야 사태 파악이 됐다"며 웃었다.

물론 많은 이들의 손길이 모인 만큼 다양한 목소리들도 나왔다. 처음 클라우드 펀딩에 올라왔던 앨범 표지 시안을 보고 펀딩에 참여했던 이들은 이후 이 앨범의 표지가 이용신의 사진으로 바뀌자 "내가 원했던 그림이 아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결국 이용신은 재킷 이미지 후보를 제시하고 투표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이용신은 "사실 달 표지는 임시 이미지였던 건데, 표지가 내 사진으로 바뀌면서 '성우 님이 앞으로 나오는 건 내 기대와 다르다'는 피드백들이 있었다. 그래서 시안 A, B, C를 마련해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기대했던 게 아니다'라고 하시는 분들에게는 환불을 해 드리고 있다. 그게 아이들에게 내가 어른으로서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사람이 워낙 많이 모이다 보니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정말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는데, 그래도 이 펀딩의 취지와 목적을 정확하고 이해하고 계신 분들이 많았다. 그걸 확인하는 과정에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앨범을 만들면서 어려운 점도 많았다. 이용신 성우는 "외국  노래고 원작자가 있다 보니 누구에게 저작권이 있고 누가 관리를 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과정이 정말 복잡했다. 지난 7월부터 그걸 찾는 작업을 했다. 알아 보고 서류를 쓰고 보내고 연락을 기다리고 커버 라이센슬를 받는 과정이 정말 피가 말렸다. 그쪽은 대단히 디테일하고 슬로우하게 가는 프로세싱이더라"며 "과정은 힘들었지만 정말 많은 '달천이' 친구들이 힘을 보태줬다. 아마 팬들이 원하면 또 할 힘이 날 것 같다. 이번 앨범은 리메이크로만 채워져 있기 때문에 다음 번에는 풀문(루나)이 부르는 완전히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사도 써 보고 싶다"고 밝혔다.

앨범 발매와 함께 오는 24일부터 이틀 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도 펼친다. 티켓 오픈과 함께 전석 매진. 이용신은 "사실 15년이 지나면 성우의 목소리도 바뀐다. 그래서 '달천이'들에게 '얘들아 나 노래 제대로 못 할 수도 있을 것 같아'라고 했더니 친굳르이 '성우 님, 그냥 저희가 노래할게요. 가만히 서 계셔도 돼요'라고 하더라. 그 말이 정말 너무 고마웠다. 친구들은 내가 노래를 잘하나 못하나 보려고 오는 게 아닌 거다. 우리 언니, 누나하고 이 노래들을 목놓아 떼창하고 싶다는 그런 마음인 것 같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용신은 이 날 기자 간담회에서 쉰 목소리에 사과하며 "콘서트 준비를 열심히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용신은 "'달빛천사'에 나온 곡들에 대한 애정만큼은 내가 최고라고 자부한다"면서 "정말 잘 만들고 싶었던 앨범이다. '달천이' 친구들이 듣고 '너무 좋다'고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정말 많은 부분에 신경을 썼다"며 "끝까지 기다려 주고 격려해 주고 위로해 준 '달천이들'의 한결같은 마음 알고 있고 고맙다는 말을 꼭 해 주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사진=올보이스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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