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500만원’으로 쓴 대우 신화…“세계경영” “무모한 차입”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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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2.10. 오후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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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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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별세 <1936-2019>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생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부동산 사업가였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전 회장이 해외출장 중 공항 대합실 의자에서 눈을 붙이고 있다. 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피델 카스트로 쿠바 전 국가평의회 의장,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과도 만났으며 대우자동차를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직접 안내하기도 했다(위부터).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제공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며 1980·90년대 ‘세계경영’을 내걸었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9일 오후 11시50분 향년 8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김 전 회장은 국내 대표적인 1.5세대 창업자로, 한때 재계 2위까지 대우를 키워낸 ‘샐러리맨의 우상’이자 ‘세계화의 전도사’로 각인됐다. 반면 무모한 차입경영으로 한국 경제에 부담을 지운 구시대적 경영자란 평가도 있다.

대우그룹이 해체된 지 20년 만에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한 김 전 회장은 지난해부터 1년여간 투병생활을 했으나 평소 뜻에 따라 연명치료는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967년 직원 5명으로 창업

21개 국가 현지화 기반 닦아

한때 ‘재계 2위’까지 우뚝


1936년 대구 출생인 김 전 회장은 섬유회사 한성실업에서 1966년까지 일한 뒤 만 30세인 이듬해 자본금 500만원, 직원 5명으로 대우실업을 창업했다. 1976년 한국기계(대우중공업)와 1978년 새한자동차(대우자동차), 대한조선공사(대우조선해양) 등 부실기업을 인수해 경영정상화를 이뤄내 주목받았다.

45세인 1981년에 대우그룹 회장에 올라 이듬해 무역·건설부문을 통합해 (주)대우를 설립하고 그룹화와 세계경영에 본격 나섰다. 1999년 대우는 41개 계열사와 600여개 해외법인·지사망, 국내 10만명, 해외 25만명 고용인력을 토대로 해외 21개 국가에서 현지화 기반을 닦았다. 1998년 대우그룹 수출액은 186억달러로 당시 한국 수출액(1323억달러)의 14%나 차지했다. 세계 무대로 눈을 돌리자고 강조한 김 전 회장은 “국민 20%가 해외로 나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 국민이 산다”고 강조했다. 1년에 280일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기도 했다. 신혼여행 가서 하룻밤 자고 이튿날 올라왔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외환위기에 그룹 워크아웃

분식회계 복역 중 특별사면

재기 시도 실패…추징금 18조


그러나 과도한 차입식 재벌경영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 찾아온 외환위기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 이 과정을 수습하며 들어선 김대중 정부와 갈등이 겹쳐 대우는 더 큰 위기에 빠졌다. 1998년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을 맡은 김 전 회장은 ‘수출론’을 부각했으나 정부를 설득하지 못했다. 1998년 대우자동차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합작이 어려워졌고, 회사채 발행 제한조치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1999년 8월 모든 계열사가 워크아웃 대상이 되면서 대우그룹은 결국 해체됐다.

김 전 회장 본인은 21조원대 분식회계와 9조9800억원대 사기대출 사건으로 2006년 징역 8년6월, 추징금 17조9253억원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2008년 1월 특별사면됐다. 그 뒤 주로 베트남에 머물며 수차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려고 애썼다. 고인은 저서와 강연 등을 통해 대우그룹 해체는 경제관료의 판단 오류 탓이라는 ‘기획 해체론’을 주장하며 명예회복을 별렀지만 역사의 평가를 뒤로한 채 17조원 미납 추징금과 세금을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검찰은 공동 추징을 선고받은 전 대우그룹 임원들을 상대로 추징금 집행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0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빈소 모습.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10일 오전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 전 회장 빈소에는 김 전 회장이 인수한 아주대의 박형주 총장이 첫 조문객으로 다녀갔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이문열 소설가, 김태구 전 대우자동차 사장 등 대우그룹 전·현직 임직원들도 조문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큐셀 부사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등도 다녀갔다. 빈소 내실에는 문재인 대통령 등이 보낸 조화가 놓였다. 영결식은 12일 오전 8시 아주대병원 별관 대강당에서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김 전 회장의 장지는 충남 태안군에 있는 선영이다.

전병역·김동성·유희곤 기자 junb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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