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8회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강연회를 가진 베선 로라 우드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에르메스, 발렉스트라, 토리버치, 로젠탈, 페리에주에 등 글로벌 브랜드와 연이어 협업하면서 주목받았다. 그는 화려한 컬러와 패턴을 조합한 쇼윈도와 가구, 가방과 주얼리까지 다양한 디자인에 자신만의 상상력을 불어넣고 있다.
“2014년 에르메스 윈도 프로젝트는 화가 앙리 루소의 정물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아 그의 작품을 2D에서 3D로 바꿔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어요. 에르메스는 ‘노동의 과실’이라는 문구를 내걸 정도로 핸드메이드와 장인정신을 존중하는 브랜드예요. 그런 정신이 담긴 오브제와 디스플레이 세트가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토리버치와 협업한 카나페 시리즈는 ‘가짜 음식’을 테마로 만든 설치물이다. 치약을 짜놓은 듯 독특한 무늬로 디자인한 발렉스트라 가방에는 ‘여러 색이 레이어링된 나폴리 아이스크림과 1970년대 아버지의 넥타이, 여기에 약간의 민트 치약을 섞은 어딘가’라는 흥미로운 설명이 붙어 있다. 그는 “사람들은 자연을 좋아하면서 동시에 산업화도 추구하는 이중적인 발전을 해왔다. 저는 늘 무엇이 진짜인지, 가짜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각국 여행에서 찾아낸 컬러와 패턴을 디자인에 활용하기도 한다. 멕시코 과달루페의 성모마리아 바실리카 성당 창문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영감을 받은 ‘과달루페 소파’가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도 강남구 봉은사, 중구 을지로, 종로구 광장시장 등을 찾았다.
“봉은사의 초록색 문과 빛바랜 살구빛 건물 색채가 너무 좋았어요. 재래시장에서 본 옷과 섬유, 건물 지붕, 을지로에서 본 파이프와 조명 등에서 무궁무진한 영감을 받았습니다. 몇 년 안에 한국 등 아시아에서 발견한 컬러와 패턴을 활용한 디자인 작품을 시도해 보겠습니다.”
전승훈 문화전문기자 raphy@donga.com
▶ 동아일보 단독 뉴스 / 트렌드 뉴스
▶ 네이버 홈에서 [동아일보] 채널 구독하기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