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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서의 환경경제이야기] 지구속의 우주, 심해에서의 자원전쟁

바다는 앞으로 우리들의 경제적인 부를 창출하는 노다지가 될 것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우리나라에서는 좁은 영토와 자원 부족을
해양에서 해결해 나가는 해양선진국으로 발돋움해야 될 것이다.

입력 2019-12-1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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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지금까지 깊은 바다에서는 소수의 적응된 생명체만 살고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지만 1977년 2월, 미국 해양연구소의 유인잠수정 앨빈이 갈라파고스 제도의 2,700미터 해저에서 열수분출공(블랙스모커)을 처음 발견하였다. 깊은 바다 속에는 해저지각이 있고 땅위에 화산처럼 용암과 가스가 뿜어나오는 굴뚝이 있어 이를 블랙스모커라고 부른다.

블랙스모커 지역에는 열대우림지역보다 더 많은 종류의 생물이 사는 생태계가 있다. 즉 해양생물 조사프로그램이 발족된 이래 세계 각국의 해양생물학자들은 2010년을 기준으로 5,600종이 넘는 신종 생물을 발견했다. 채집조사를 나갈 때마다 새로운 생물을 발견하고 있는데, 이는 바다 생명체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도라고 한다.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지만 해양 바이오테크놀로지는 화학, 제약산업에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즉 심해 박테리아를 이용한 바이오 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분해되며, 제품의 용도에 따라 개성 있는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

심해 미생물로 만든 세제는 얼음같이 차가운 물에서도 기름 때를 녹일 수 있다. 심해 생물체들에게서 항생제, 진통제, 항암제를 추출하는 것도 많은 부분 연구되었고 실용화된 것도 있다. 수술에 사용되는 봉합실의 경우 이미 해저 미생물로 만든 것이 사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심해는 지구의 보물창고이며, 미래의 번영과 생존을 위한 제3의 골드러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구 표면적의 60%를 차지하는 이 손대지 않은 지역에 이제 인간은 경쟁적으로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1994년 11월, 바다의 헌장이라 불리는 “유엔 해양법”이 발효됨에 따라 세계 150여 연안국 모두가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선포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서 우리나라 주변국인 중국, 일본과 바다를 둘러싼 새로운 영토분할이 시작되었으며, 전 바다 면적의 36%, 어업생산의 90%, 저 석유 부존 량의 90%가 자국의 영토에 포함하게 되었다.

“배타적 경제수역”이란 국가의 배타적 권할적이 미치는 200해리 이내의 경제수역으로 바다에 설정된 경제 경계선이다. 자원의 탐사, 개발 및 보전과 해양환경의 보전 등에 있어 주권적 권리가 인정되며 항해의 자유가 인정된다는 점에서 영해와는 구별된다.

우리나라는 바다 경계를 정하기에 앞선 수산자원을 보호ㆍ관리하기 위하여 일본, 중국과 어업에 관한 협정을 우선 체결하였다. 다른 나라와 바다를 나누게 될 때 가장 필요한 것이 영해기점인데 영해기점에는 직선기점과 통상기점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기점의 조사는 인공위성을 이용하여 정밀하게 측량하여 정하게 된다. 영해는 영해기점을 이은 기선으로부터 측정하여 그 외측 12해리(바다에서 사용하는 단위 :1해리는 1,852m)의 선까지의 수역이고, 접속수역은 기선으로부터 측정하여 그 외측 24해리의 선까지를 말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관련된 독도 문제에도 양국이 30년 동안 쓸 수 있는 에너지자원,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있기 때문이다.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고 예상되는 스프래틀리 군도에는 무려 7개국인 중국, 대만,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필리핀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심해에서의 자원전쟁은 새로운 세계 갈등의 원천이 되고 있다.

아직까지 심해에 대한 갈등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기술적으로나 법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 해저기구, 해양법재판소가 해저를 통제할 수 있는 법규를 마련하고 세계 각국이 당사국의 이익보다는 해양환경을 우선적으로 배려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고 있다.

한편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7.5%, 천연가스 매장량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추측되는 북극 해저의 권리를 차지하기 위해 러시아, 미국, 캐나다, 그린란드, 노르웨이 등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포클랜드 제도를 둘러싼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의 갈등도 제도에 있는 유전과 가스전에 있다.

깊은 바다는 인간이 지구상에서 아직 정복하지 못한 마지막 장소이다. 우주보다 더 신비에 싸인 공간이기 때문에 심해를 지구 밖의 우주 공간에 빗대어 ‘지구 속의 우주’라고도 부른다.

이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신비로운 심해가 하나 둘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 최근 해양과학자들은 이런 심해의 산비로움에 도취되어 마치 우주탐험에서나 맛볼 수 있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심해를 탐사하면서 곳곳에서 기상천외한 모습의 생물을 만나면서 여러 가지 비밀이 밝혀지고 있다. 더욱이 온갖 보물을 간직한 채 영겁의 세월을 암흑과 고요 속에 지내온 심해가 인류의 눈에 들어오면서 경쟁적으로 자원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1977년, 해양 전문가들은 처음으로 발견된 심해의 블랙스모커 주변 광물퇴적층을 발견하였다. 그곳에서 1톤당 평균 5~ 20그램의 금과 1,200그램의 은을 채취했으며, 근처의 광석을 연구한 결과 전체의 50%는 아연, 15%는 주석을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중에서도 망간단괴가 주목을 받았는데 구리, 니켈, 코발트 등의 성분이 있어 자원부족국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그 외에도 메탄 하이드레이트, 석유, 천연가스 등의 값어치 있는 자원이 심해에는 많이 있다.

육지에 있는 광산에서 토사 1톤당 금 1그램을 발견해도 개발할 만하다고 하는데 1톤당 금 20그램이 나온다고 하니 횡재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자원은 보통 수심 4,000미터 이하의 심해저 바닥에서 발견된다.

때문에 심해자원에 관심이 있는 나라들은 심해의 95%를 탐색할 수 있는 수심 6,000미터용 로봇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 영국, 노르웨이, 포르투갈, 러시아, 일본, 한국, 캐나다, 호주, 미국은 수심 6,000미터 이상 잠수할 수 있는 로봇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천혜의 해양국가로 남한을 기준으로 할 때 국토면적의 3배가 넘는 넓은 대륙붕과 총연장 14,396㎞의 긴 해안선을 지닌다. 또한 우리나라가 관할하는 바다의 넓이는 447,000㎢로서 남한 육지지면적의 4.5배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2009년에 국내 최초의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를 건조했다. 현재 남극대륙에 장보고 과학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실시설계를 마치고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 2010년에는 북극해 진출 기본계획을 마련해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시범운항을 추진 중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속광물 자급률은 2010년 기준 1.4%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는 우선 태평양 심해저에 있는 광물자원을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망간단괴이며 수심 3000m 이상 되는 심해저에 깔려 있는 지름 1~15㎝의 둥근 형태인 망간단괴는 망간ㆍ구리ㆍ코발트ㆍ니켈 등을 다량 함유해 항공우주ㆍ전자ㆍ제철 등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광물자원이다.

동태평양 광구에는 약 5억6000만t의 망간단괴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연간 300만t을 생산할 경우 100년간(회수율 60%) 경제적 가치를 따지면 연 2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깊은 바닷속에 있는 핵심 광물을 보유하는 것이야말로 신성장동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화산이나 지진 활동이 잦은 수심 1000~3000m의 해저에 금ㆍ은ㆍ구리 같은 광물들이 쌓여 생성된 덩어리인 ‘열수광상’도 차세대 전략 광물자원이다. 해저 열수광상은 연간 30만t씩 20년간 모두 600만t을 채광하면 약 65억달러의 수입대체 효과가 예상된다.

남극과 북극 같은 극지 개발도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미개척지로 거대한 ‘자원의 보고’이자 전 세계 바다와 연결되는 전략적 요충지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한 북극해 해빙은 선박건조ㆍ항해기술의 발달과 함께 북극해의 전략적 가치를 더욱 상승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중로봇은 해저 자원탐사, 침몰된 선박의 인양작업, 기름제거작업, 해저케이블 설치, 수중구조물의 수리 등에 이용된다. 특히 무인 인텔리전트 로봇은 스스로 판단하여 해저의 지형에 따라 조사할 방향과 거리를 결정하고 조사한 자료를 해저에서 모선에 송신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지금까지 개발되어 온 수중로봇은 케이블이 로봇에 연결된 원격조정 로봇(ROV)와 케이블 없이 자체동력으로 움직이는 자동수중 로봇(AUV)이 있다.

지구상의 물 중에 98%이상이 바닷물이고 지구상의 면적중에 70.8%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가 앞으로 우리들의 경제적인 부를 창출하는 노다지가 될 것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우리나라에서는 좁은 영토와 자원 부족을 해양에서 해결해 나가는 해양선진국으로 발돋움해야 될 것이다.

김종서 기자 jongseo247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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