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결국, 민생이었다

2019-12-11 11:26:37 게재
9일 오전 본회의에는 인권위원회 위원 임명동의안에 이어 민생법안인 민식이법(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도로교통법), 하준이법(주차장법)과 비쟁점 법안인 소말리아 아덴만 등 국군 파견연장동의안 등 16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실행하지 않았다. 민식군 부모가 울었다. 11일전 나경원 원내대표 앞에서 울던 이들이었다.

애초 민주당을 비롯한 '4+1 협의체'는 예산안에 이어 선거법, 사법개혁법을 처리하고 유치원 3법 등 민생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전략적'으로 민생법안을 후순위로 밀어뒀다는 설명도 있었다. 이해찬 대표는 "개혁법안을 처리하면 한국당 필리버스터의 이유가 사라져 오히려 민생법안 처리가 빨라진다"고 했다. '전략적'으로 선거법, 사법개혁법을 먼저 처리하고 나면 힘이 빠진 한국당이 민생법안을 필리버스터로 막아서지 못할 것이라는 논리다.

'전략적'으로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략적으로' 민주당이 예산안에 이어 민생법안을 먼저 올리면 어떨까. 11일 전인 지난달 29일로 돌아가보자. 당시에 상정될 법안에는 이달 10일처럼 선거법 사법개혁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199개 민생법안과 비쟁점법안(포함된 유치원 3법은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330일이 지나 첫 본회의에 자동상정)이 대기하고 있었다. 민식이법 등 9개 법안(규칙 포함)도 당일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로 올라왔다.

1시간도 안돼 민식이법과 파병동의안이 통과되는 과정을 보면서 한국당이 199개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했더라도 계획대로 민생법안을 상정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과 한국당 당론이었던 청년기본법을 먼저 올리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본회의 무산 전략'으로 맞섰다. '민생을 먼저 생각하는 민주당', '민생정당'을 보여주는 '포지티브' 방식보다는 '민식이법 외면하는 한국당'이라는 프레임을 만드는 '네거티브' 여론전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민생법안을 잡아놓은 한국당, 한국당을 몰아세우기 위해 본회의를 정지시킨 민주당에 '민생'은 '국민'이라는 단어와 함께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조커'정도로 보였다.

민주당이 야4당과 함께 밀어붙이는 선거법과 사법개혁법이 왜 민생법안에 들지 않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선거법은 민심이 표심으로 제대로 전달되게 만드는 핵심통로다. 사법개혁법은 공정한 사법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선거개혁과 사법개혁이 국민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와 권력기관들이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 국회의원의 수나 비례성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힘이나 재산의 유무에 따라 죄에 대한 처벌수위가 달라지는 '유권무죄, 무권유죄' '유전무죄, 무전유죄' 인식이 근저에 깔려 있다.

말이 아니라 발로 보여줘야 한다. 힘겹게 예산안을 통과시킨 민주당은 냉각기를 가진 후 이번주 후반에 본회의를 열고 선거법을 올릴 계획이다. 아직 200여개의 민생법안이 남아있다. 한국당이 요구한 국회법 개정안, 청년기본법외에도 한국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을 우선 올리는 상정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전략적'으로라도.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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