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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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브로드웨이 컴백’ 마이클리 “한국배우들 미국서 경쟁력 있어”

강경윤 기자 작성 2015.07.01 10:56 조회 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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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리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2년 전에 한국에 왔을 때 목표요? 글쎄요. 큰 목표는 없었어요. 그냥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공연을 망치지 않는 게 제 꿈이었죠.”(마이클리)

2년 전 거창하기 보다는 소박했던 목표는 마이클리를 현재 이 자리로 데려다놨다.

마이클 리가 한국 뮤지컬에 진출한 지 2년.폭발적인 가창력과 섬세한 표현력은 검증이 됐지만, 한국어 발음이 걸림돌이었다. 그런데 그는 해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물론 '벽을 뚫는 남자', '프리실라', '더 데빌', '서편제', 다시 돌아온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까지 큰 무대에 줄줄이 주인공으로 섰다. 종류도 배역도 소재도 가리지 않은 덕이다.

이제 마이클리는 인생 2막을 준비 중이다. 2년 만에 다시 그가 있었던 미국 브로드웨이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뮤지컬 '엘리전스'가 마이클리의 마음을 움직였다. 미국 사회의 소수인종 차별에 대해 얘기하는 '엘리전스'는 실제 그의 삶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미국 브로드웨이로 건너가기 전 마이클리를 만났다. “2년 동안 그렇게 어렵게 적응한 한국 무대를 떠나는 진짜 이유”를 묻기 위해서였다.

마이클리

Q. 1년 전 만났을 때보다 한국어가 자연스러워졌다. 실력이 훨씬 늘었는데?

“아직은 많이 미숙하다. 초등학교 2학년 정도로 말할 정도다.(웃음) 지난 2년 동안 한국에 계속 머문 덕분에 한국어가 좀 늘었다.”

Q. 현재 두 번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무대에 오르고 있는데, 느낌이 어떤가.

“'수퍼스타'로 돌아올 수 있어서 행복하다. 다시 돌아오면 제작진도 다 알고 기본적 문법도 알아서 더 쉬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더라.(웃음) 초연 때는 이지나 연출이 신처럼 보이기 위해서 정적이고 소용돌이 속에서 고요한 이미지를 요구했는데, 재연에는 그런 세부적인 요구는 없었다. 대신 지저스가 어떤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에 대해 강조했다.”

마이클리

Q. 지저스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고 있는 건가?

“배우는 당시에 겪고 있는 인생의 경험을 배역에 투영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2년간 한국에서 많은 경험을 했다.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나는 많이 바뀌었다. 아마 현재의 지저스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연기하고 있을 것이다.”

Q. 미국 브로드웨이 복귀를 선언했다. 2년을 정해놨던 것인가?

“아니다. 전혀 계획하지 못했다.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다. 인생은 늘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인 것 같다. '엘리전스'는 2012년 초연된 뮤지컬로 샌디에이고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브로드웨이로 가려고 했지만 쉽게 이뤄지지 못했다. 만약 당시 성공했으면 한국에 올 일은 없었을 거였다. 지금 상황도 마찬가지다. 전혀 예상치 못하게 기회가 온 것이다.”

Q. 한국에서 이제 '믿고 보는' 배우가 됐는데. 팬들이 많이 아쉬워 하고 있다.

“브로드웨이에 돌아가는 건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 한국 관객들이 보여준 따뜻한 관심과 사랑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굉장히 중요하다. 이미 5년 째 '엘리전스'에 참여했고, 그만큼 이 작품은 나에게도 의미가 크다. 한국은 이제 나의 집이기 때문에 브로드웨이에서 빨리 돌아오고 싶은 게 나의 바람이다. ”

Q. 2년 만에 브로드웨이 복귀, 걱정되진 않나?

“연기는 어디든 다 똑같이 통용되는 언어다. 연기에는 걱정이 없다. 물론 한국에 올 땐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니라서 걱정이 많았다. 남들보다 적어도 5배는 더 노력해야 했을 테니까. 좋은 연기는 언제나 어디서나 좋은 연기다.”

Q. '엘리전스'는 미국 내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담론을 주제로 하는데.

“난 미국에서 나고 자랐다. 나의 고향은 브룩클린이다. 김치보다는 맥도날드를 먹으며 자랐다. 한국어보다는 영어가 훨씬 편하다. 그런데 미국 사회에서 나는 외국인이었다. '엘리전스'의 주제가 바로 그것이다. 내가 공감하고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마이클리

Q. 제작 과정에서 본인의 개인적 경험을 얘기한 적도 있나?

“물론이다. 주연배우는 물론이고 나와 작가, 연출 모두 출신지역이 다른 미국인이다. 다른 문화가 있는 곳이지만 미국에는 여전히 백인이 미국인이라는 인식이 있다. 인종에 대한 정부의 편견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Q. 마이클 리가 브로드웨이 배우들 사이에서 어떤 장점은 있나?

“내가 말하긴 좀 그렇다. 나와 작업한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봐 달라.(웃음) 배우는 얼마나 많은 무대 경험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2년간 한국에서 다양한 경험도 했고 비록 실패가 있었어도 역량을 펼쳤기 때문에 그 점이 나의 가장 큰 강점이 아닐까.”

Q. 다른 인터뷰에서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할 수 있는 한국배우들이 많다'고 얘기한 걸 봤다. 많은 배우들 가운데 콕 집어 말해줄 수 있겠나?

“아, 정말 어려운 문제다.(웃음) 언어가 모두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남녀 배우들 한명씩 꼽겠다. 함께 작업해봤던 배우 가운데 남자배우는 양준모를 꼽겠다. 대단한 친구다. 현재 일본에서 '레미제라블' 공연을 하고 있듯이 브로드웨이에서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다고 본다. 함께 작품을 해본 적 없는 배우로 치면 조승우다. 무대에서 보여주는 카리스마와 연기의 자연스러움, 그런 모습 때문에 조승우는 의심할 수 없는 뮤지컬 스타다. 무대에서는 조승우가 아닌 캐릭터로만 보이게 하는 대단한 재능을 가진 배우다. 여성배우는 차지연이다. 그녀와 '더데빌'과 '서편제'를 함께 했다. 노래도 연기도 그리고 특유의 용기도, 브로드웨이에서 충분히 스타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Q. 최근 많은 인터뷰를 하고 있고 오늘도 많은 질문에 대답을 해줬다. 

“여전히 익숙하진 않지만 이렇게 인터뷰를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어렸을 땐 기자들 앞에서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현재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 질문을 들으면서 나의 일, 연기 등을 다시 한번 곱씹어보는 건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Q. 미국으로 건너가면 한동안 가족을 보지 못하겠다.

“아마 가족들이 왔다 갔다할 것 같다. 아이러니 하다. '미스사이공'할 때 가족이 미국에 있었고 이후 모두 한국으로 이사를 왔다. 나는 굉장히 행복한 사람이다. 가장 고마워할 사람은 부인이다. 그녀는 정말 강인한 사람이다. 나를 위해 희생하고 맞춰주는 사람이다. 나에겐 연기선생님이고 발음 연습을 해주는 고마운 친구다.”

마이클리

Q. 가장 많이 한 말이 '럭키'인 것 같다. 

“배우로서 사는 건 어려운 일이다. 내 인생을 생각해보면 즐겁게 연기를 하고 또 이렇게 기자들과 얘기하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우리가 즐기면서 무언가를 하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말 그대로 '럭키'다.”

Q. 데뷔 20주년인데, 이후 20년 뒤는 어떤 모습일까?

“20년이나 됐다는 게 믿기질 않는다.(웃음) 1995년 첫 번째 공연이었던 '미스 사이공' 무대를 기억한다. 그런데 그게 20년 전이라니. 어제 일 같다. 이후 내가 내린 결정을 통해 이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 20년 뒤 모습도 상상이 안된다. 해내고 싶은 꿈이 있긴 하지만 그보다 더한 것도 해내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 모든 걸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게 내 직업이다. 그런 준비를 계속 할 것이다.”

사진제공=클립서비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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