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컨설턴트가 백종원의 메뉴판과 솔루션을 연구했더니…
“메뉴가 많네요” “네. 찾는 손님이 있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다 보니까”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골목 상권의 장사가 잘 안되는 식당을 탐방하는 첫 장면에서 여지없이 이런 대화를 듣게 된다. 그리고 그의 솔루션에는 거의 늘 메뉴를 줄이는 과정이 담긴다.
이 책은 ‘메뉴가 많다’라는 말 속에 담긴 핵사이다와 같은 의미를 파헤친 보고서다. 저자는 현직 창업 컨설턴트로 백종원 대표가 출연한 방송을 지켜보면서 그 솔루션이란 것이 다양한 방식의 합은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과학적이자 혁신적인 그것은 ‘메뉴를 단일화하는 것’. 다시 말하면 ‘하나만 제대로’ 파는 일이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때 몇 가지 방증이 뒷받침되면 확신이 들게 되는데, ‘단일 메뉴’도 마찬가지다. 줄 서서 먹는 식당들의 공통점, 백종원 대표의 풍부한 경험에서 나온 해결책, 소비자 심리학, 그리고 단일 메뉴로 바꾸고 나서 재기한 자영업자들이라는 증거를 들이밀면 의심할 여지는 별로 없다.
책에서 저자는 가장 쉬운 이 방법은 누구나 알지만, 용기가 없어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알았다. 그런데 이것이 경쟁하지 않고 이기는 법이므로 누구든 먼저 시작하면 무조건 이긴다고 딱 잘라 말한다. 아울러 경쟁하는 방식, 그러니까 여러 메뉴를 시현하는 건 영세한 자영업자가 할 일은 아니고, 자본력이 있는 사람들 몫이라는 것이다.
단일 메뉴로 하되 또 다른 요소는 무엇이 필요한지 궁금한 독자들이라면 어처구니없는 대답이 기다리고 있다. 상권은 필요 없고, 마케팅도 필요 없고, 심지어 레시피도 필요 없다. ‘하나만 제대로’ 하면 이 세 가지 효과는 거저 얻을 수 있다.
주장을 방증하는 근거 중에 인간 심리를 살펴보자. 선택의 역설이라는 문제에서 유명한 잼 판매 실험이 있다. 6종류의 잼을 진열했을 때와 24종의 잼을 진열했을 때 실제 구매율은 24종의 잼을 진열했을 때 3%, 6종의 잼을 진열했을 때 30%였다. 이 실험 결과의 제목은 ‘종류를 줄였더니 판매율이 7배나 뛰었다’였다. “사람이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에는 한계가 있다”라는 결론이다. 우리가 늘상 겪는 문제라는 걸 잠깐 떠올려봐도 알 수 있다.
선택 항목이 지나치게 많으면 뇌는 선택 장애를 일으키고, 결국 구매 의욕을 꺾는다. 선택권 박탈에 관한 심리다. 선택권을 박탈하면 특별해지고 즉, 특별한 메뉴가 되고, 선택권을 박탈당하면 만족도는 놀랍게도 올라간다. 선택권 박탈과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 못 하게 하는 것. 살 수는 있되 쉽게 살 수는 없도록 하면 더없는 전략이 된다. 판매 수량 제한, 영업 시간 제한이 이에 속한다.
그럼 단일 메뉴라는 것은 무엇일까? 단일 메뉴는 선택권의 박탈이다. 고객이 선택할 수 없어야 한다. 4가지만 명심하자. 첫째, 무조건 편한 방식일 것. 구입, 손질, 준비, 조리, 판매, 설거지까지 사장이 편해야 한다. 둘째, 테이블 회전율이 높아야 할 것. 전골, 숯불구이 등 고객에게 맡기는 건 금물. 셋째, 술을 부르는 메뉴는 금지. 빨리 먹고 나갈 수 있는 식사 메뉴가 좋다. 넷째, 비싸거나, 마진율이 좋거나, 자신 있거나 편한 것이어야 한다. 책에는 당장이라도 써먹을 수 있는 8가지 단일 메뉴를 사례로 들어 준다.
단일 메뉴로 할 때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영업 방식까지 확인하고 나면 성공의 첫발을 뗀 것이나 다름없다. 참, 프랜차이즈를 준비 중인 예비 창업자라면 이 책은 절대 보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