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TV 3사 기상캐스터 3인방 조경아 한희경 안혜경

공중파 TV 3사 기상캐스터 3인방 조경아 한희경 안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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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옷차림에 폭풍우 오면 비옷 입고 제일 먼저 거리로 나서죠”

조경아, 안혜경, 한희경은 SBS, MBC, KBS에서 날씨와 생활을 진행하고 있는 기상캐스터다. 이들의 말 한마디가 시민들에게 중요한 정보지만 날씨를 100% 정확하게 맞추진 못한다. 그래서 이들은 1분 30초동안의 짧은 방송을 위해 꼬박 하루를 준비한다.

SBS 날씨프로그램 마스코트 조경아

“지구과학 공부하며 전문용어 익혀요”

조경아(24)는 지난해 11월 SBS 기상캐스터 공채시험에 합격한 새내기다.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했지만 방송에 매력을 느껴 입문하게 됐다. 그녀가 처음으로 방송일을 시작한 때는 동아TV에서 MC를 맡으면서다. MC는 물론이고 리포터 경험도 있어 기상 캣터 일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대학때부터 방송의 매커니즘을 안 것이 도움이 된것이다.

그러나 기상캐스터를 하면서 어려움도 많았다. 비가 온다고 멘트를 한 후 10분도 안돼서 빗방울이 떨어지면 하루종일 시청자들의 항의전화를 받느라 진땀을 뺀다. 방송을 하면서 허공에다 손짓을 하는것도 고욕. 오래동안 방송을 하다보면 자신감이 붙어 자연스럽게 진행하지만 방송초기엔 손을 어디로 가리켜야 할지 몰랐다.

“날씨 예보하는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오보예요. 분명히 기상청에서는 청명할 확률이 높다고 해서 날씨가 맑을 것이라고 했는데 비가 오거나 흐리면 정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을 때가 많죠. 버츄얼 스튜디오에서 날씨를 예보할때도 실수가 빈번해요. 카메라 모니터를 보면서 자신이 서있는 장소를 생각하며 진행을 해야 하는데 엉뚱한 곳에 손을 가리킬 때가 많거든요. 물론 지금은 이력이 붙어서 그런 일은 없지만 신참 때는 작은 실수라도 할라치면 울고 불고... 큰일이 일어나는 줄 알고 늘 긴장하며 살았죠.”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고 했던가. 신참 때의 실수는 곧 약이 됐다. 대본구상, 위성사진분석, 기사 작성, 그래픽 분야까지 처리하는 멀티 플레이어(?)방송인으로 거듭난 것. 그러나 그녀는 이 모든 것들이 충족돼도 표정관리는 계속 훈련해야 한다고 고백한다. 아무리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라 할지라도 멘트에 감정을 섞으면 시청자들로부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 지난 해였나 가뭄 끝에 비가 내려 생글생글 웃으며 단비가 내린다는 멘트를 했는데 다음날부터 폭우로 바뀌어 쏟아지는거에요. 태풍까지 합세하면서까지요. 농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만 했지 그 비가 시민들에게 막대한 재산피해를 입힌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지 못했던거죠. 그래서 기상캐스터들은 감정의 절제와 표정관리가 중요해요.”

출퇴근을 하지만 프리랜서 개념이 강하다고 말하는 그녀는 보수면에서 만족하고 있다.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1년차 일반 회사원 급여에 비해 1.5배 정도 많은 편이라고.

“ 저는 월급이 아니라 회당 출연료로 받아요. 물론 보수를 많이 주면 좋겠지만 저축하고 용돈 쓰는데 모자라진 않는 것 같아요. 주위 분들 중엔 프리랜서인데 다른 일도 병행할 수 있지 않느냐 하시는데 일이 계속 유기적으로 연결되는데다 보도국 일이 저녁 8시 넘어 끝나기 때문에 되도록 다른 일보다는 서울방송 일에 매진하고 있는 편입니다.”

그녀의 장래 희망은 방송진행자. 기상캐스터 일도 좋지만 공중파 방송에서 교양프로그램이나 오락물 진행을 맡아 보는 게 꿈이란다.

MBC 날씨를 빛내는 아이디어뱅크 안혜경

“벼락치는 날 방송하자는 사람이 바로 저예요”

안혜경씨는 그녀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남자답다. 제스처나 말하는 태도가 터프하다. 별로 웃기는 말도 아닌데 몇마디 던지면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호탕하게 웃는다. 복장도 대다수 방송인들이 입는 단정한 옷이 아닌 청바지에 티셔츠 하나. 그렇게 입고 다녀도 상사들이 뭐라고 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불량한 복장(?)때문에 여러번 잘릴 뻔 했다’고 너스레를 떤다.

“ 제가 좀 털털한 편이에요. 오늘도 촬영용 옷을 따로 준비해왔는데 평소엔 되도록 편하게 살려고 노력해요. 세상을 쉽게 살려는 의미가 아니라 최대한 저의 개성을 살리려고 하는 거죠. 처음엔 복장 때문에 지적도 많이 받았는데 요즘은 애교로 많이 봐주세요.(웃음)”

그녀는 보도국 정보과학부 소속으로 ‘9시 뉴스 데스크’에서 날씨와 생활 코너를 맡고 있다. SBS 기상캐스터 조경아와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프리랜서다. 그렇지만 직장생활은 여느 회사원들과 다르지 않다.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까지 장정 두 세 사람이 해야할 일을 거뜬히 해낸다. 특히 그녀는 스튜디오에서 기상예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전 11시부터 길거리 곳곳을 다니며 촬영에 임하기 때문에 일반 취재기자 이상으로 일을 하고 있다. 방송국 밖으로 나가면 맑은 공기도 쏘이고 스트레스도 덜 받지 않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건 그녀의 사정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다. 자연 재해나 이상 기후 징후가 일어나면 제일 먼저 나가봐야 하기 때문이다.

“ 저는 방송할 때 자외선이 강하게 뿜어나오는 날엔 집에 일찍 들어가라는 말을 시청자들에게 자주 하는 편인데요. 어느 땐 저도 그런 말을 하면서도 은근이 걱정될 때가 많아요. 자외선을 받으면서 멘트를 하니까요. 걱정이 안된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천둥이 치거나 태풍이 불때도 저희들은 밖으로 나가봐야해요. 그래야 시청자들에게 현장감있는 방송을 할 수 있으니까요. 솔직히 하다보면 꾀가 나기도 하고 정말로 몸이 아플 때도 있지만 가능한 즐겁게 일을 하고 있어요. 천직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완숙하게 방송을 하고 있지만 그녀도 초기엔 실수를 연발했다. 방송하는 도중 잔 기침이 나서 혼줄이 나기도 했고 대사 내용을 잊어버려 말을 얼버무린 일도 있었다. ‘낮기온이 오늘과 비슷하겠다’는 말을 ‘낮기온이 오늘보다 비슷하거나’라고 말한 것. 여간해서 티나지 않는 말 실수이긴 하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기자는 기상캐스터가 되고자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마디 해달라고 하자 그녀는 기상 캐스터의 직업을 ‘막연하게 생각지말라’고 충고한다.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나서 기상캐스터라는 직업에 도전해보라는 얘기다.

“ 저의 말이 기상캐스터가 되고자하는 사람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우선 방송계에서 충분하게 트레이닝을 받으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회에 진출하면서 이 직업을 갖고 싶다면 방송반이나 지방방송국에서 리포터 생활을 하면서 한단계씩 밟아가는것도 좋은 방법중 하나입니다. 제 경우도 KBS강릉방송국에서 리포터생활로 방송 일을 처음 시작했거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일에 대한 열정과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3개 날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KBS의 한희경

“ 간호사출신 엄마를 본받아 남을 돕는 맘으로 방송해요”

KBS 기상캐스터 한희경씨는 하는 일이 많다. KBS 지구촌 뉴스, KBS 8시 뉴스, 주말 9시 뉴스, 생방송 KBS저널 등이다. 물론 방송 전부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날씨 코너를 맡고 있지만 다른 방송사 기승캐스터들보다는 일복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그녀는 괴념치 않는다. 피곤하고 힘들긴 하지만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

연세대 정외과를 나와 지난 2000년 11월 기상캐스터 시험에 합격한 그녀는 합격한 해부터 방송일을 시작했다. 합격한 해부터 일을 많이 하라는 주문이었던지 그해 한파가 닥치고 폭설로 인해 전국 교통이 마비되는 등 일복이 터져 정신없이 바쁜 한해를 보냈다. 그런 경험때문인지 그녀는 왠만한 재해는 눈 하나 꿈쩍 안한다. 그녀가 방송경력 2년만에 3-4개를 맡을 수 있는것도 그때 당시의 활약이 컸기 때문이다.

“제가 날씨를 맡으면서 그때만큼 정신 없었을 때도 없었어요. 새벽부터 다음날 저녁까지 방송을 하는데 정말 제가 봐도 대견하게 생각될 정도였으니까요. 기상캐스터를 하면서 돈으로 살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기상캐스터라면 한번쯤 통과의례로 거치고 가는 에피소드. 그녀도 실수가 많았다. 그녀의 업무 습관은 한가지씩 정리하는 스타일. 여느날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기상청으로부터 팩스를 받고 위성사진을 분석했다. 분석표를 가지고 회의를 한 후 대본을 정리하고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여유있게 방송을 하고 있는데 부스 밖에서 난리가 났다. 한참 방송을 하고 있는데 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 문제는 핀 마이크를 꼽지않고 방송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실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저녁 방송 때도 똑같은 실수를 한 것. 그녀는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고 한다. 꼼꼼히 일을 처리하고도 막상 방송하며 마이크 하나 때문에 울음을 떠뜨려야했던 시절을 때때로 교훈삼고 있다고 한다.

기상캐스터 한희경은 날씨를 멘트할 때 시청자들에게 정보를 한가지씩 전해준다. 비나 눈이 온 뒤엔 반드시 세차를 해야 한다든지 토끼풀이 많이 자라면 더위가 일찍 온다는 등 간단한 정보를 알려주고 있는 것. 그러다보니 그녀가 전해주는 날씨를 재미있어 하는 시청자 층도 생겼다. 특히 그녀의 어머니는 간호사 출신. 현재는 보건소에 다니며 무의탁 노인들을 돕고 있는데 평소 타의 모범을 보이는 어머니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

“비속엔 산성 성분이 많이 검출된다잖아요. 비맞은 차를 세차하지않고 방치해둘 경우 부식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눈올 때도 마찬가지인데요. 눈이 오면 염화칼슘을 길가에 뿌리는 경우가 많은데 염화칼슘은 차를 부식시키는 성질이 있거든요. 비나 눈이 내린 후 세차를 해두면 차를 관리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아는 정보이긴 하지만 한번 더 집어주면 시청자분들이 고마워하세요. 항의성 전화도 걸려올때도 있지만 이메일이나 감사의 전화가 걸려올때도 많거든요. 그럴 때 보람을 느낍니다. 또 제가 방송하며 늘 생각하는 것은 남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것이예요. 어머니가 몇 년째 의료활동으로 노인들을 돌보고 계신데 음으로 양으로 제가 많은걸 배우고 있어요. 그런 본보기로 어렵게 살아가는 농·어촌민들도 생각하게 되구요”

그녀는 현재 기상캐스터 일을 하고 있지만 정년이 되거나 피치못할 일로 그만둘 경우엔 날씨와 관련한 사업을 벌일 계획이란다. 한마디로 날씨에 관한 큰손이 되고 싶단다.

“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날씨와 관련이 있어요. 먹는 음식부터 옷부터 부동산, 재테크에 이르기까지 모두 날씨와 연관되어 있거든요. 저는 기회가 된다면 날씨와 관련된 사업을 벌이고 싶어요. 물론 현재로서는 희망사항이지만 준비를 하는것과 안하는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잖아요. 차근차근 계획에 옮길 생각입니다.

TV 3사의 기상캐스터 조경아, 안혜경, 한희경. 1분 30초를 위해 365일 일기예보를 하는 이들에겐 어떤때가 가장 좋을 날씨일까? 죽지않을 정도라면 반드시 옥상을 지켜야 한다는 이들의 프로정신이 아름답다.

글/연주흠 기자  사진/전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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