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경 LG 명예회장이 14일 오전 10시쯤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구 명예회장은 LG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의 장남으로 LG그룹 2대 회장을 지냈다.
구 명예회장은 1945년 진주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LG그룹 경영에 합류하기 전까지 5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1950년 스물 다섯의 나이에 부친의 부름을 받은 뒤 그룹의 모회사인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에 입사했다.
1969년 부친이 별세하고 이듬해 구 명예회장은 LG그룹 2대 회장을 맡아 25년간 그룹 총수를 지냈다. 특히 구 명예회장은 전문경영인 중심의 ‘자율과 책임 경영체제’를 그룹에 확립했다.
구 명예회장은 1995년 2월 스스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는 국내 최초의 대기업 ‘무고(無故)’ 승계로 기록됐다. 그는 퇴임에 앞서 사장단에게 “그간 혁신을 성공시킬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노력을 충실히 해왔고 그것으로 나의 소임을 다했으며, 이제부터는 젊은 세대가 그룹을 맡아서 이끌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은퇴 후에는 버섯 연구 등 취미활동에 열성을 쏟았다.
구 명예회장은 슬하에 장남 고 구본무 LG 회장을 비롯해 구훤미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LG 고문, 구미정씨, 구본식 LT그룹 회장 등 4남 2녀를 두었다. 부인 하정임 여사는 2008년 별세했다.
LG그룹은 “장례는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최대한 조용하고 차분하게 치르기로 했다”며 “유족들이 온전히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별도의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하며, 빈소와 발인 등 구체적인 장례 일정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했음을 양해 바란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구 명예회장님께서 1980년대 정부서울청사 뒤편 허름한 ‘진주집’에서 일행도, 수행원도 없이 혼자서 비빔밥을 드시던 소박한 모습을 몇 차례나 뵈었다”며 “회장님의 그런 풍모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을 키웠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