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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명랑해진 '시동', 교훈 주입 없는 산뜻함

[노컷 리뷰]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오는 18일 개봉하는 영화 '시동' (사진=외유내강 제공)보도자료를 읽다가 어설픈 반항아와 의욕충만한 반항아의 차이가 뭘까 궁금해졌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확실히 알았다.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 분)과 의욕충만한 반항아 상필(정해인 분)이 어떻게 다른지. 둘 다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고 학교 다니는 데에도 무관심한 철없는 고등학생인 건 마찬가지지만, 상필의 선택이 조금 더 위험했다. 일을 한다는 명분 아래 남을 못살게 굴기 때문이다.

엄마(염정아 분)가 검정고시 학원비로 쓰라고 준 돈으로 중고나라에서 오토바이를 산 택일은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상필과 신나는 드라이브를 꿈꾼다. 그러나 오토바이는 뭔가 하자가 있는 듯 덜덜거린다. 시동을 걸어 도로에 입성해도 가파른 오르막길에선 헐떡거리고, 쌩-하고 시원하게 달리지도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헬멧도 쓰지 않아, 둘은 경찰서에 간다. 겉만 봐서는 크게 이상하지 않은데 제구실을 못 한다는 것, 택일-상필과 오토바이의 공통점이다.

'시동'(감독 최정열)은 택일과 상필의 이야기 두 갈래로 시작한다. 엄마와 혼자 사는 택일은 학교를 그만두었고 다툼 끝에 가출을 감행한다. 생계를 위해 날마다 밤 까는 할머니와 같이 사는 상필은 구질구질한 삶을 벗어나려고 애쓴다. 둘 다 일상 탈출을 원했으나, 만나는 사람들과 현실은 사뭇 다르다.

택일은 장풍반점에서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마동석 분), 뭘 해도 어설퍼서 자주 혼이 나는 배달부 구만(김경덕 분), 성숙한 어른 공사장(김종수 분)을 만나 함께 지낸다. 서울에선 배구선수 출신 엄마에게 불꽃 스파이크로 맞았다면, 군산에선 한 손으로 자기를 어깨에 얹을 만큼 괴력을 지닌 거석에게 맞는다. 대부분 깝죽대다가 사달이 난다. 가출 소녀 경주(최성은 분)에게 시비 걸다가 흠씬 두들겨 맞기도 한다.

그러나 택일은 직접 오토바이를 몰고 배달 일을 하며 돈을 번다. 어쩌다 질 나쁜 남자들 눈 밖에 난 경주가 곤란해졌을 때 몸을 던져 돕는다. 첫 월급을 받고 나서는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걸 베풀고, 엄마에게 고스란히 갖다주면서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 잘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택일은 장풍반점 사람들과 유사 가족처럼 지내며 안정감을 얻는다.

반대로 상필은 친한 형 동화(윤경호 분)를 통해 그럴듯해 보이는 일에 발을 들였다가 점점 예상과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처음에는 하루에 수백만 원을 수금했다며 의기양양해 하지만, 결국 상필이 하는 일은 원금보다 비싼 이자를 받으며 돈 없는 사람의 고혈을 빠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때 갚지 못하면 때리고 목숨을 위협해서라도 돈을 받는.

물론 상필 곁에도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상필은 그들 안에서 결코 평온할 수 없다. 떳떳하지 못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데 죄책감이 없는 비정한 어른들 사이에서 배우는 것이라곤 '아예 발을 들이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뿐이다.

'시동'에서 각각 택일, 상필 역을 맡은 배우 박정민(오른쪽)과 정해인 (사진=외유내강 제공)영화 '시동'은 조금산 작가의 웹툰 원작보다 더 밝아졌다. 외모만으로도 강렬하게 다가오는 거석은 누구와 붙어도 웃음을 유발한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언행으로 관객들을 웃긴다. 그중 가장 합이 잘 맞는 건 택일이다. 지질함과 철없음이 두드러진 10대 캐릭터만이 표현할 수 있는 허세와 한심함이 초중반 웃음을 견인한다. 택일 엄마의 불꽃 따귀 장면 등 만화적으로 과장되게 처리된 부분도 있다.

택일과 상필 모두 어떤 선택을 해서 변화를 맞이하지만, 그게 곧 개과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다만 약간 철이 들었고, 용기를 내어 위험으로부터 도망쳤다. 조금은 대책 없는 결말이 아닐까 싶지만 조마조마함이나 찝찝함을 최대한 줄이고, 억지 감동이나 교훈 주입 없는 마무리는 산뜻하게 느껴진다.

좀 불량하지만 위압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두 반항아 택일과 상필은 약한 구석이 있어서 인간적이다. 밉상 짓을 해도 끝내 편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박정민과 정해인이 캐릭터에 인간미를 더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마동석은 예상했던 대로 웃기고 화면 장악력도 좋다. 아들 걱정에 여념 없는 엄마로 돌아온 염정아는 분량이 작고, 빨간 머리 소녀 경주 역의 최성은이 꽤 비중 있는 역할로 나온다. '시동'으로 영화에 처음 출연한 최성은의 다부진 눈빛과 액션 연기가 눈에 띈다. 윤경호는 작은 역할을 하이퍼 리얼리즘적인 외양과 말투, 연기로 크게 만들었다.

시원함과 통쾌함은 덜해도, 명랑함을 잃지 않아 반가운 코미디.

18일 개봉, 상영시간 101분 48초, 15세 이상 관람가, 한국,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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