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여관·병원까지 안전불감증 심각
목욕탕·여관·병원까지 안전불감증 심각
  • 김기주 기자
  • 승인 2018.01.2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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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병원도 자동소화시설 미흡, 스프링클러 설치 규정·인식 바꿔야
 지난 26일 오전 경남 밀양시에 위치한 세종병원 화재가 발생해 38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치는 초유의 대참사가 발생했다. 1971년 대연각 호텔 화재 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69명(사망 29명, 부상 40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작년 12월)의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다중이용시설인 병원에서 화재로 대참사가 발생해 국민을 더욱 가슴 아프게 했다.

 밀양참사도 제천참사 때와 같이 국민의 입에서는 동일한 아쉬운 한마디가 터져 나왔다.

 “스프링클러만 설치되어 있었더라면…”

 이 한 마디는 전북도민은 물론 온 국민의 가슴을 안타깝게 했다. 더욱이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거동이 불편한 많은 환자가 화마(火魔)에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밀양참사 이후 국민 사이에선 긴급사태 발생 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피난 대책’과 ‘소방안전대책’이 도마에 올랐다.

 이에 전북지역 병원들도 자동소화시설 설비가 미흡하고 화재시 고령과 중환자에 대한 피난 대응에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27일 오후 전주시내 한 병원, 이곳에서는 스프링클러 같은 자동소화시설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해당 병원은 현행법상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이를 규제할 근거도 없다는 것.

 스프링클러는 고온을 감지해 물을 분무하는 역할을 해 화재 피해를 막는 핵심 초동 대처 수단이다. 대형 참사가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에서도 소방 전문가들은 “스프링클러만 설치됐어도 인명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었다”는 공통된 지적이 나왔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스프링클러 설비를 설치해야 하는 의료시설은 시설 바닥 면적 합계 600㎡ 이상인 정신병원과 요양병원이다. 또 층수가 11층 이상인 의료기관, 층수가 4층 이상인 층으로 바닥면적이 1000㎡ 이상인 의료기관이다.

 이러한 규정에 자동소화시설을 갖추지 않는 문제는 도내 중소규모 병원 전반에서 나타났다.

 화재는 대형시설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현행법상 중소병원은 화재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결론이어서 이에 대한 보완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거듭되는 화재 참사를 지켜본 소방 전문가들은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않는 정치권이나, 과태료나 벌금을 내면 의무를 다했다는 식의 이익에만 집착해 소방안전시설 설치를 빼먹는 시설주의 이익지상주의 풍조가 개선되지 않고는 원천적으로 화재 참사를 막지 못할 것이다”며 “모든 다중이용시설은 시설규모와 상관없이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에서 나타난 피난대책에서는 또 다른 우려를 낳았다.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병원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 즉 스스로 몸을 피하기 어려운 ‘피난 약자’가 많고 불에 취약한 화학약품, 이불 등이 많아 작은 화재로도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병원 방재시스템을 조속히 수정해야 한다”며 “건물 내 일정 구간을 방화구역으로 지정해 불이나 연기가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환자는 산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수평 피난 개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로 이동하기 어려운 환자를 위함이다. 이로 인해 구조대원이 도착하는 시간을 벌어 골든타임 늘린다는 취지다.

 전북소방본부는 밀양 세종병원 화재를 계기로 도내 요양병원 등에 대한 긴급 현장방문에 나섰다.

 도내 요양병원 82개소 및 응급실이 있는 병원 23개소를 대상으로 현장방문 지도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이번 방문에선 병원 관계자에 대한 안전의식 및 예방관리를 당부하고 화재 발생 시 중환자 피난대책 및 대피통로 확인, 소방안전 관리자 업무 수행 등을 살필 예정이다.

 이선재 소방본부장은 “도내에서 유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총력을 다하겠다”며 “2월에는 합동점검반을 편성해 비상구 피난시설 및 소방시설 적정관리, 요양병원 중환자 피난 및 대피계획 점검 등 2차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10년간 국내 대형사고 일지  

 ▷ 2007년 

 2월11일=전남 여수출입국관리소 외국인 보호시설 화재(외국인 10명 사망, 17명 부상)

 8월9일=경기 의왕 화장품케이스 공장 화재(여직원 6명 사망)

 12월26일 = 경기 안산 성인오락실 화재(5명 사망, 1명 부상)  

 ▷2008년 

 1월7일 =경기 이천 냉동창고 화재(40명 사망, 10명 부상)

 3월1일=인천 간석동 주상복합건물 화재(3명 사망, 20명 부상)

 7월25일=경기 용인 김량장동 고시원 방화(7명 사망, 6명 부상)

 10월18일=서울 도봉구 창동 공사장 화재(4명 사망)

 10월20일=서울 논현동 고시원 방화 난동(6명 사망, 7명 부상)

 12월5일=경기 이천 물류센터 화재(7명 사망)  

 ▷2009년 

 1월20일 = 서울 한강로2가 철거현장 화재(6명 사망, 23명 부상)

 11월14일 = 부산 신창동 실내사격장 화재(일본인 관광객 10명, 한국인 5명 사망)  

 ▷2010년 

 11월12일 = 경북 포항시 노인요양센터 화재(사망 10명, 부상 17명)  

 ▷ 2014년 

 5월26일 = 경기 고양터미널 상가 화재(9명 사망, 60명 부상)

 5월28일 = 전남 장성군 요양병원 화재(21명 사망, 8명 부상)  

 ▷2015년 

 1월10일 = 경기 의정부시 아파트 화재(5명 사망, 125명 부상) 

 ▷2016년 

 9월10일 = 경기 김포 주상복합 공사현장 화재(4명 사망, 2명 부상)

 10월13일 = 울주군 언양읍 경부고속도 언양분기점 관광버스 화재(10명 사망, 7명 부상)  

 ▷2017년 

 2월4일 = 경기 화성시 동탄 상가 화재(4명 사망, 48명 부상)  

 ▷2017년 

 12월21일 =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29명 사망, 40명 부상) 

 ▷2018년

 1월26일 = 밀양 세종병원 화재(38명 사망, 151명 부상)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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