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선정 올해의 사자성어 ‘공명지조’…“이념 분열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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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15일 12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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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공명지조’(共命之鳥)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로, ‘목숨을 함께하는 새’라는 뜻을 담고 있다. (교수신문 제공)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공명지조’(共命之鳥)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로, ‘목숨을 함께하는 새’라는 뜻을 담고 있다. (교수신문 제공)
교수들은 올 한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 ‘목숨을 함께하는 새’라는 뜻이다. 좌우 진영논리로 갈라져 심각한 이념분열 증세를 겪고 있는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당부를 담았다.

교수신문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9일까지 전국의 대학교수 10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3%(347명)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를 꼽았다고 15일 밝혔다. 공명지조는 ‘아미타경’ 등 불교경전에 자주 등장하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다. 글자 그대로 ‘목숨을 함께하는 새’다. 서로가 어느 한 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 같이 생각하지만 실상은 공멸하게 되는 ‘운명공동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를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는 “한국의 현재 상황은 상징적으로 마치 공명조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며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 쪽이 사라지면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한국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어 선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금 좌우 진영논리로 쫙 갈라져 대단히 심각한 이념의 분열증세를 겪고 있다”며 “분열된 우리 사회가 부디 대승적 일심(一心)의 큰 ‘한 몸’을 함께 살려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설문조사에서 공명지조를 선택한 교수들도 최근 한국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좌우 대립이며 진정한 보수와 진보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정치가 좌우로 나뉜 것은 그렇다고 치고 왜 국민들까지 이들과 함께 나뉘어서 편싸움에 동조하고 있는지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도층이 분열을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는 이용하고 심화하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국익보다 사익을 위한 정쟁에 몰두하는 듯하다”는 의견을 밝힌 교수도 있었다.

2위는 ‘어목(물고기 눈)이 진주로 혼동을 일으켜 무엇이 어목이고 진주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어목혼주’(魚目混珠)였다. 29%(300명)가 선택했다. 가짜와 진짜가 마구 뒤섞여 있는 상태를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문성훈 서울여대 교수(현대철학과)는 “올해 우리사회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은 누가 뭐래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라며 이를 추천한 이유를 밝혔다. 문 교수는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던 조국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 하나는 어목이거나 진주일 수 있고, 아니면 둘 다 진주이거나 어목일 수 있다”며 “그러나 아직은 판단하기 어려워 올해는 무엇이 진짜 어목이고 진주인지 혼동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유선 서울대 교수(기초교육원)와 전호근 경희대 교수(후마니타스 칼리지)가 각각 추천한 ‘반근착절’(盤根錯節)과 ‘지난이행’(知難而行)은 사회개혁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

반근착절은 후한서(後漢書) 우후전(虞?傳)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뿌리가 많이 내리고 마디가 이리저리 서로 얽혀 있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정부가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개혁하고자 여러 노력을 했으나 성과는 미흡했다. 내년에는 그 뿌리를 일부라도 제거하길 국민들은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설사 성공을 기약하기 어렵더라도 개혁은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라며 “현 정부가 성공과 실패는 하늘에 맡기고 중단 없는 개혁을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은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오직 자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처사한다’는 뜻의 ‘독행기시’(獨行其是)는 5위에 올랐다. 박삼수 울산대 교수(중문학과)는 ‘군자는 곧고 바르지만, 자신이 믿는 바를 무조건 고집하지는 않는다’는 논어 위영공의 말을 인용해 “특히 사회 지도층은 그 사고와 처사에 합리성과 융통성을 가미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올 한 해 우리나라는 독단과 아집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해를 사자성어로 풀어보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추천위원들이 추천한 35개의 사자성어를 대상으로 파일럿 테스트(50명)를 실시해 이중 10개를 추려 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이메일과 온라인으로 10개 가운데 2개를 고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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