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바이오분야 첫 유니콘기업 일궈낸 김재섭 에이프로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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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2.16. 오전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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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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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가치 1.2조,국내 최초 바이오 유니콘기업 선정
- 두번의 부도위기 딛고 국내바이오 대표기업 부상
- 국내에서 최초 바이오시밀러 기술개발한 주인공
- "5년내 글로벌 제약사들과 경쟁 나란히 할것"

[이데일리 류성 기자] 최근 뿔이 달린 전설상의 말이 오랜만에 세상에 강림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가 국내에서 11번째 유니콘(Unicorn)기업으로 에이프로젠을 선정,발표한 것이다. 특히 에이프로젠은 바이오 분야에서 등장한 첫 유니콘 기업이어서 국내 바이오산업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해주고 있다는 평가다. 그간 국내에서는 IT기반 중심으로 유니콘 기업이 집중적으로 몰려있었다. 유니콘기업은 비상장기업으로 기업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 스타트업을 의미한다.

CB인사이츠는 이번에 유니콘기업 리스트에 에이프로젠을 올리면서 기업가치를 1조2000억원으로 평가했다. 에이프로젠은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이어 국내에서 세번째로 바이오시밀러 상품화에 성공하면서 주목을 받는 바이오기업이다.

국내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에이프로젠의 유니콘 등극소식은 현정부에도 ‘가뭄속 단비’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경제부처장관회의에서 “최근 바이오시밀러 제조업체인 에이프로젠이 국내 11번째 유니콘 기업이 됐다”며 “벤처 생태계의 활성화를 비롯한 경제의 체질 개선과 미래대응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유니콘기업으로 선정된 직후 이데일리가 만난 에이프로젠의 김재섭 대표는 “아직 갈길이 멀고 부족한게 너무도 많은데 세상 주목을 받게 된게 부담스럽고 민망하다”고 첫소감을 밝혔다. 김대표는 유니콘기업으로 선정된 공을 직원들에게 돌렸다. 그는 “삼성바이오에피스나 셀트리온에 비해 모자란게 많은 회사지만 직원들의 일에 대한 열정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세계적 바이오기업을 만들겠다는 직원들의 ‘절박감’이 살아 꿈틀대는 한 회사의 미래는 밝다”고 확신했다.

“앞으로 5년이내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셀트리온(068270),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를 포함해 글로벌 제약사들을 압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자신이 있다.” 김대표는 충남 오송에 있는 공장은 이미 생산능력에서 셀트리온과 유사한 규모를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외부에 상세하게 공개할수는 없지만 대량배양방식으로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하는 삼성이나 셀트리온과는 대조적으로 소량연속 배양방식을 적용한다”며 ”세포주가 생산성이 높으면 이 방식은 생산단가가 크게 낮아져 충분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수 있다”고 귀띔했다.

에이프로젠은 지난 2000년 설립됐다. 바이오의약품인 항체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 신약 개발 전문기업이다. 바이오시밀러는 레미케이드, 허셉틴, 리툭산, 휴미라, 아바스틴 등 5종을, 바이오신약 부문은 퇴행성관절염 치료용, 삼중 음성 유방암 치료용, 급성 백혈병·림프종 치료용, 고형암 치료용 이중항체 신약 등 5종을 각각 개발중이다.

김재섭 에이프로젠 대표는 “5년내 글로벌 바이오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수 있는 회사를 일궈내겠다”고 다짐했다. 김태형 기자
- 바이오시밀러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사실 우리가 국내에서는 가장 먼저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했다. 지난 2004년 이수앱지스(086890)에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기술을 이전했다. 이후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소홀하게 여기고 신약개발에만 집중했다. 오리지널약의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보다는 신약이 의미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바이오벤처로서 회사를 재정적으로 탄탄하게 하려면 안정적 현금창출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 분야에 본격 뛰어들게 됐다.

-일본 니찌이꼬제약은 에이프로젠을 위기때마다 구해준 은인같은 기업이라고 들었는데...

△니찌이꼬 제약은 연매출 2조원이 넘는 일본 굴지의 제약회사다. 지난 2010년 회사를 시작할때부터 이 회사는 에이프로젠이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제대로 할수 있도록 어려울때마다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지금까지 모두 3100억원 가량을 지원했다. 현재 우리 회사 지분 20%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가 만든 바이오시밀러를 공급받아 판매를 전담하고 있다.

- 바이오에서 유니콘 기업이 더욱 많아지게 하려면 정부는 어떤 방식으로 지원해야하는가.

△돈이 일을 할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바이오기업에 대한 적극적 투자가 이뤄질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바이오기업은 업의 특성상 설립후 긴기간 수익을 내기 어렵다.바이오기업이 초창기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투자자들은 투자이익을 낼수 있도록 정부가 환경과 시스템을 조성해줘야 한다. 그래야 바이오기업에 돈이 원활하게 돌수있다. 바이오기업도 돈이 있어야 기술도 살수있고, 사람도 모을수 있다.

-역대 정부의 바이오정책을 평가한다면.

△김대중 정부때 바이오를 육성하기 위해 집중한 정책이 오늘날 결실을 보고있다. 당시 대학이나 연구소에 바이오 분야에 대한 연구비를 대폭 늘렸다.이것이 오늘날 국내 바이오 산업의 탄탄한 생태계를 만들었다. 하지만 얼마전부터 정부의 바이오 산업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국내 바이오산업이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연구비 지원을 더욱 과감하게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

-카이스트 교수를 하다가 바이오벤처를 창업하며 기업인으로 변신했는데.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할때 인간게놈 프로젝트 연구에 매달렸다. 수십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연구비가 필요한데 조교수로서 연구비는 고작 2억원에 불과했다. 고민하던 나에게 당시 박정어학원 원장이던 친구 박정 의원(민주당)이 자신이 투자를 할테니 벤처를 해보라고 권유했다. 결국 창업을 하게 됐다. 나중 박의원으로부터는 친구사이 부담이 될듯해 투자는 받지않았다.

-사업을 하면서 여러차례 어려움을 겪었다는데.

△두번의 큰 시련이 있었다. 첫번째 위기는 2003년에 왔다. 2000년 창업하고 투자금 85억원을 확보했는데 한푼도 벌지 못하고 연구개발에 모두 썼다. 그리고 벤처붐이 꺼지면서 투자금이 더이상 들어오지 않아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100명이 넘던 직원을 20명 수준으로 줄이며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월급조차 제대로 주지 못했다.

두번째는 2008년 금융위기때다. 한 제약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금융위기가 닥치자 투자자들이 약속했던 투자를 하지않아 회사돈을 모두 끌어다 쓴게 화근이 됐다. 이때 내가 회사부채를 갚기위해 개인보증까지 섰는데 빚이 112억원에 달했다. 일본 니쯔꼬이 제약이 구세주로 나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당시 내 개인의 열정만을 믿고 니쯔꼬이 제약은 담보없이 150억원을 연이자 1%로 흔쾌히 빌려줘서 부채를 갚을수 있었다.

- 대학교수와 벤처기업 대표라는 1인2역을 하면서 느낀 점이 남다를텐데.

△두차례 부도위기를 겪고나서 2010년 카이스트 교수직을 내놓았다. 개인능력은 한계가 있는데 두가지 직업을 동시에 수행한다는게 어렵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돌이켜보면 비틀대던 회사가 제대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도 교수직을 그만두고 기업에 매진하면서부터다. 목숨걸고 해도 성공하기가 힘든게 벤처인데 너무 자신만만했다.

-한국 바이오 산업에 대한 글로벌 경쟁력을 평가한다면.

△글로벌하게 톱5 국가에 든다고 자부할수 있다. 국가별로 치면 미국,중국,인도,영국에 이어 한국이다. 충분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전통적 제약산업은 아직 멀었다. 예컨대 글로벌 제약사들이 널려있는 일본 제약산업에 비해 국내 제약산업은 갈길이 멀다. 반면 바이오 분야에서 일본은 한국을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

◇김재섭 대표는...

△1963년 강원도 원주 출생 △1990년 서울대 미생물학 학·석·박사 △1993년 미국 코넬대 박사후 연구원 △1998년 미국 위스콘신대 조교수 △1999년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 조교수 △2001년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부교수 △2001년 과학기술진흥유공 훈장 △2006년~ 에이프로젠 대표

충남 오송에 있는 에이프로젠 연구소 전경. 에이프로젠 제공


류성 (sta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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