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량전문가 김남식 교수 "아스팔트 공사와 가림막 때문에 흔들릴 수도"
"해상 교량, 경간 길고 데크 가벼워 일반 교량보다 흔들릴 가능성 높아"
"타코마 붕괴, 내풍 설계 없었던 시절 발생… 이순신대교와 비교 안 돼"
전남 여수시 묘도동과 광양시 금호동을 잇는 이순신대교는 26일 오후 흔들림 현상을 보여 전면 통제됐다. 당시 다리 위를 달리던 운전자들은 “아스팔트가 순간적으로 아래로 쑥 사라졌다가 다시 위로 솟구치기를 수십 차례 반복했다” “전방 도로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게 보일 정도로 출렁거렸다. 흔들리는 정도가 너무 심했다”라고 말했다. 한 운전자는 “살면서 이리 공포감을 느꼈던 적은 처음”이라고까지 말했다. 당시 이순신대교가 얼마나 심하게 흔들렸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이순신대교 흔들림 현상이 공포심을 느낄 정도로 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네티즌이 ‘공진 현상’을 다리가 흔들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아이디가 ‘ff_7****’인 네티즌은 “타코마 다리는 초속 60m까지 견딜 수 있었지만 초속 19m의 바람에 종잇장처럼 펄럭이다가 무너졌다”면서 “공진 현상 때문이다. 설계된 하중보다 작은 바람이 불어도 다리의 고유진동수랑 맞아떨어지면 크게 공진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astr****’은 “다리 자체의 공명주파수와 바람이 다리를 지나며 생기는 와류의 주파수가 우연히 일치하거나 배수의 조건이 형성되면 공진 현상이 일어나 다리가 흔들릴 수 있다. 아주 심한 경우 다리가 흔들리다가 붕괴될 수도 있다. 미국의 타코마 브릿지의 붕괴가 그 예다”라고 주장했다.
두 네티즌이 언급한 타코마 협교 붕괴 사고의 원인은 공진 현상이다. 공진은 외부 진동 주파수와 물체의 고유한 진동수가 순간적으로 일치할 때 진폭이 매우 커져 발생하는 흔들림이다. 1940년 7월 1일 개통된 워싱톤 주의 타코마 협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는 격찬을 들었지만 4개월 뒤 무너지고 말았다. 시속 190km에 이르는 강풍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한 타코마 협교는 바람으로 인한 진동에 의해 진폭이 점점 커지는 공진 현상으로 인해 붕괴했다. 거대한 교량 구조물이 꽈배기처럼 비틀어지더니 중앙부터 부서지기 시작해 맥없이 무너졌다. 다리 상태를 점검하려고 촬영하던 한 대학교수에 의해 붕괴 장면이 고스란히 동영상 카메라에 잡혔다.
이와 관련해 한 교량 전문가는 공진 현상 때문에 이순신다리가 흔들리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동역학ㆍ교량공학 전문가인 김남식 부산대학교 교수(토목공학과)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순신대교가 공진 현상으로 흔들리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코마 협교가 붕괴한 건 1940년대예요. 내풍 설계도 안 돼 있을 때죠. 타코마 붕괴 사고 후부터 해상교량의 내풍 설계를 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순신대교가 공진 현상으로 흔들렸을 가능성은 아주 낮을 겁니다. 공진은 아닐 겁니다.”
기자가 “전남도는 다리 양쪽 난간에 높이 1.2m, 길이 2.26km의 천 가림막을 설치한 게 다리가 흔들린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하자 김 교수는 “(가림막이) 바람에 저항을 하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해상 교량은 일반 교량에 비해 교량 경간이 길기 때문에 차량이 다니는 데크가 가볍다. 그래서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며 “(해상 교량은) 보통 많이 흔들린다. 남해대교 같은 곳을 걸어 다니다 보면 많이 흔들린다. 흔들리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이순신대교가 흔들린 원인이 무엇이라 보고 있나.
(직접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의) 내막을 잘 모른다. 무거운 질량(아스팔트)을 놓고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아스팔트가) 있다고 흔들리는 게 아니다. 진동 원인, 즉 진동원이 있어야 흔들린다. 바람이든 지진이든 차량이든 진동 원인이 있어야 한다. 교량에 질량이 있다면 교량의 고진동 수가 바뀌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쉽게 흔들릴 수도 있다.
-이순신대교가 흔들릴 때 전남 여수에는 초속 8.2m의 바람이 불었다.
질량이 한쪽에 몰려 있으면 뒤틀림이 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초속 8m면 바람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데 그곳은 통상적으로 그 정도 바람이 불지 않겠나. 처음부터 심하게 흔들렸다면 개통할 때부터 문제가 되지 않았겠나.
-과거 타코마 협교가 공진 현상으로 붕괴한 적이 있다. 이순신대교도 공진 현상 때문에 흔들렸을 가능성이 있나.
그건 1940년대다. 내풍 설계도 안 돼 있을 때다. 그래서 내풍 설계를 하기 시작한 거다. 타코마 붕괴 사고 후부터 해상교량의 내풍 설계를 하기 시작하게 된 거다. 그 가능성은 아주 낮을 것이다. 공진은 아닐 것이다.
-전남도는 다리 양쪽 난간에 높이 1.2m, 길이 2.26km의 천 가림막을 설치한 게 다리가 흔들린 원인이라고 하는데.
가림막이 바람에 저항을 하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해상 교량은 일반 교량에 비해 교량 경간이 길기 때문에 차량이 다니는 데크가 가볍다. 그래서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 보통 많이 흔들린다. 남해대교 같은 곳을 걸어 다니다 보면 많이 흔들린다. 교량은 진동이 없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평생 엄청나게 진동한다. 흔들리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순신대교가 흔들리는 현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긴가.
좀 더 지켜봐야지 뭐라고 얘기할 수 없는 정보가 없다. 정보가 있어야 자세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