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극복하고, ‘파사현정-재조산하’ 적폐청산-사회개혁 성공해야

2001년부터 <교수신문>이 매년 말이면 발표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살펴보는 중요한 화두가 됐다. <교수신문>19년째 한해 동안 펼쳐진 나라 안팎의 정치적 상황과 정세를 사자성어(四字成語)로 함축하여 발표해왔고, 이는 당시 국가적 상황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살피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높은 사회적 관심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연말 최고의 지면(紙面) 학술행사가 되어왔다.

<교수신문> 역시 15일자 칼럼 ‘2019 올해의 사자성어, 어떻게 선정했나에서 “2001오리무중을 시작으로 2018임중도원까지, 교수신문이 발표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그 해 사회의 궤적을 가장 적확하게 짚어낸 것으로 평가받았고 이제는 교수신문의 전통일 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전통으로까지 자리잡고 있다고 올해의 사자성어에 대해 높은 자부심과 자긍심을 표하고 있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의 세태와 권력의 행태를 따끔하게 지적하고, 그 역사적, 철학적, 실사구시적 의미를 짚는 사자성어라는 측면에서 늘 깊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왔다.

대표적인 사자성어가 2016년 국정농단의 와중에 선정된 군주민수(君舟民水). ‘강물(백성)이 화가 나면 배(임금)를 뒤집을 수 있다는 의미의 군주민수(君舟民水)’는 순자(苟子) 왕제(王制)편에 나오는 사자성어로, 원문은 君者舟也 庶人者水也(군자주야 서인자수야). 水則載舟 水則覆舟(수즉재주 수즉복주)이다. 君以此思危 則危將焉而不至矣.(군이차사위 즉위장언불지의)’로 풀이하면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당시 국정농단의 와중에 대통령 탄핵안 가결까지 이끌어낸 촛불민심이 반영된 결과를 통해 부정부패한 지도자를 바꾼 국민의 위대한 힘을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후보에 올라 2~5위 사자성어로 선정된 역천자망(逆天者亡, 천리를 거스르는 자는 패망하기 마련), 노적성해(露積成海, 이슬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 빙공영사(憑公營私, 공적인 일을 핑계로 사익을 꾀함), 인중승천(人衆勝天, 사람이 많이 모여 힘이 강하면 하늘도 이긴다) 등을 통해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와 함께 시민들이 촛불집회를 통해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점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많은 시민들의 공감을 샀다

 

교수신문은 지난 19년 동안 선정된 올해의 사자성어는 당대의 현안이나 화두를 역사적, 철학적, 사상사적, 현실을 반영한 실사구시적인 측면에서 선정했고, 이를 통해 한국사회의 나아가야 할 길과 방향을 찾아내곤 했다. 위부터, 혼용무도, 공명지조, 파사현정.
교수신문은 지난 19년 동안 선정된 올해의 사자성어는 당대의 현안이나 화두를 역사적, 철학적, 사상사적, 현실을 반영한 실사구시적인 측면에서 선정했고, 이를 통해 한국사회의 나아가야 할 길과 방향을 찾아내곤 했다. 위부터, 혼용무도, 공명지조, 파사현정.

 

좌우 대립 극복하고, 사익 위한 정쟁 아닌 국익 추구해야

<교수신문>152019년을 정리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해 발표했다. 공명지조는 아미타경(阿彌陀經)을 비롯한 많은 불교경전에 등장하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로, ‘목숨을 함께 하는 새를 의미한다. 서로가 어느 한 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 같이 생각하지만 실상은 공멸하게 되는 운명공동체라는 뜻이다. 불본행집경잡보잡경에 따르면 이 새는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는데, 다른 머리는 이에 질투심을 가졌다. 이 다른 머리는 화가 난 나머지 어느 날 독이든 열매를 몰래 먹어버렸고, 결국 두 머리가 모두 죽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설문에 응답한 146명의 교수 중 347(33%, 이하 복수응답)이 선택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됐다.

공명지조를 올해의 성어로 추천한 교수들은 한국의 현재 상황은 상징적으로 마치 공명조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 쪽이 사라지면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한국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어 선정하게 됐다”,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좌우 대립이며 진정한 보수와 진보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정치가 좌우로 나뉜 것은 그렇다고 치고 왜 국민들까지 이들과 함께 나뉘어서 편싸움에 동조하고 있는지 안타깝다”, “지도층이 분열을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는 이용하고 심화하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국익보다 사익을 위한 정쟁에 몰두하는 듯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명지조, 어목혼주, 반근착절, 지난이행, 독행기시

두 번째로 많은 300(29%)의 선택을 받은 사자성어는 어목혼주’(魚目混珠)였다. ‘어목’(물고기 눈)이 진주로 혼동을 일으켜 무엇이 어목이고 진주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가짜와 진짜가 마구 뒤섞여 있는 상태를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된다. 교수신문은 올해 우리사회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은 누가 뭐래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던 조국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 하나는 어목이거나 진주일 수 있고, 아니면 둘 다 진주이거나 어목일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올해는 무엇이 진짜 어목이고 진주인지 혼동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교수들의 추천 이유를 전했다.

3위와 4위에는 반근착절’(盤根錯節)지난이행’(知難而行)이 선정됐다. 반근착절은 후한서(後漢書) 우후전(虞詡傳)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뿌리가 많이 내리고 마디가 이리저리 서로 얽혀 있다는 뜻으로 두 사자성어 모두 사회개혁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 교수신문은 정부가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개혁하고자 여러 노력을 했으나 성과는 미흡했다. 내년에는 그 뿌리를 일부라도 제거하길 국민들은 바랄 것”, “설사 성공을 기약하기 어렵더라도 개혁은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현 정부가 성공과 실패는 하늘에 맡기고 중단 없는 개혁을 추진해달라는 추천교수들의 설명을 전했다.

5위에는 다른 사람의 의견은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오직 자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처사한다독행기시’(獨行其是)를 선정했다. 교수신문은 군자는 곧고 바르지만, 자신이 믿는 바를 무조건 고집하지는 않는다는 논어 위영공의 말을 인용하며 특히 사회 지도층은 그 사고와 처사에 합리성과 융통성을 가미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올 한 해 우리나라는 독단과 아집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는 추천교수의 변을 전했다.

 

조속한 적폐청산 및 대대적 개혁 통해 미래혁신 이뤄야

한국사회는 <교수신문>의 진단대로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대결과 함께 계층간, 지역간, 노사간 치열한 대립과 갈등의 상황에 놓여있으며, 촛불혁명을 통해 등장한 문재인 정부의 개혁정책은 큰 성과를 내지못하고 있다. 과거 친일파와 군사독재 및 부역세력들이 기득권을 차지하고, 국정농단과 부정부패로 단죄받았음에도 개혁에 대한 격렬한 저항을 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위한 혁신과 국회 입법이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양상이다. 국회에서는 패스트트랙 입법을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고, 광화문, 여의도, 서초동에서는 시위와 집회가 열려 자기 진영의 목소리를 극단적으로 관철하려는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온 사회적 역량을 동원해 조속히 적폐청산과 함께 미래를 향한 개혁과 혁신을 길을 열어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과거형의 대립과 갈등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2017년 올해의 사자성어, 파사현정(破邪顯正)은 여전히 유효한 우리 사회 적폐청산과 미래지향적이고 정정당당한 개혁의 화두를 제시했다. 파사현정은 불교 삼론종의 중요 논저인 길장의 삼론현의(三論玄義)’에 실린 고사성어로, 사견(邪見)과 사도(邪道)를 깨고 정법(正法)을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사회를 질식시킬 것만 같았던 국정농단 상황에서 시민들이 올바름을 구현하려는 촛불혁명을 통해 나라를 바르게 세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조속히 적폐와 찌든 구태와 기득권을 청산하고 파사(破邪)를 넘어서서 현정(顯正)으로 나아가는 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2위 해현경장(解弦更張, 거문고의 줄을 새 것으로 고쳐 매듯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드는 것), 3위 수락석출(水落石出, 물이 빠지자 바닥의 돌이 드러난다), 4위 재조산하(再造山河, 나라를 다시 바르게 재건하다), 5위 환골탈태(換骨奪胎, 옛사람이나 남의 글에서 그 형식이나 내용을 모방하여 자기의 작품으로 꾸미는 것, 또는 용모가 환하고 아름다워 딴 사람처럼 됨) 역시 그같은 개혁과 혁신의 길을 상징하고 있다.

21세기 다양한 국내외의 도전과 숱한 사회적 갈등에 맞서서 대한민국 사회가 임중도원공명지조의 답답함과 장벽을 극복하고, 파사현정과 함께 재조산하’(再造山河, 나라를 다시 바르게 재건하다)의 대개혁과 혁신을 이뤄내길 기원한다. 바꿔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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