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경찰 홈페이지에도 친일파 잔재 '버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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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2.17. 오후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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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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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청 3명·청원서·영동서 각 1명…현재 5명 파악, 국장·서장 사진 게재
"충북경찰의 역사, 일본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인정하는 셈"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충북지방경찰청과 일선 경찰서 홈페이지에 게재된 친일 경찰국·서장 사진. 왼쪽부터 한정석 2대 충북경찰국장, 김영규 3대 충북경찰국장, 김상봉 6대 충북경찰국장, 김상규 영동서 8대 서장, 이명흠 청주서 1대 서장. (사진=충북지방경찰청 및 경찰서 홈페이지 캡쳐) 2019.12.17.photo@newsis.com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최근 전북에서 친일 행적이 드러난 역대 시장과 경찰국장의 홈페이지 사진이 논란을 빚는 가운데 충북지역 경찰조직 홈페이지에도 친일 경찰관의 잔재가 상당수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뉴시스가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을 토대로 충북지방경찰청과 도내 12개 경찰서 홈페이지를 조사한 결과, 친일 경찰(치안) 국장과 서장 등 5명의 사진이 게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적인 인물은 1945년 10월21일 정식 발족한 청주경찰서(현 청주청원경찰서)의 1대 서장인 이명흠 총경이다.

이 총경은 1929년 평안북도 정주경찰서 사법주임으로 근무 중 만주사변이 일어나자 1931년 9월부터 1934년 3월까지 일본 군사와 군용품, 수송, 철도와 전선 보호 경비계, 비적 소탕 등의 친일 행적을 일삼았다. 1932년에는 조선쇼와 5년 국제조사기념장을 받았다.

1935년 11월 평안북도 강계경찰서 경부로 옮긴 이 총경은 중일전쟁과 관련한 군대와 군수품 수송, 군 방역 및 검역, 국경대 특별 경비, 응소군인 환송과 편의 제공 등의 전시 업무를 적극 수행해 '지나사변(중일전쟁) 공로자 공적조서'에 이름을 올렸다.

1945년 2월 경시로 승진하면서 청주경찰서장으로 부임해 해방 후에도 청주경찰서 1대 서장을 지냈다. 1946년 1월에는 충북경찰부 경찰부장 대리를 겸하다 제4관구 경찰청(충북경찰청) 부청장 등을 역임했다.

한정석 2대 충북경찰국장도 친일인명사전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1883년 3월 청주에서 태어난 한 국장은 1908년 경시청 동부경찰서 경부에 임명됐다.

한 국장은 1912년 8월 한일 병합 조약 체결과 국권 침탈을 기념하는 한국병합기념장을 받았고, 1921년 12월에는 고등관 8등의 경시로 승진해 충북 경찰부에서 근무했다.

그의 대표적 친일 행적은 1937년 청주 시내의 유력자 20여명의 부인을 앞세워 판매한 떡값에서 실비를 뺀 잔액 전부를 황군위문금으로 헌납한 것이다.

지나사변(중일전쟁) 공적조서에서는 여론 환기, 국방사상 보급 선전, 국채소화(國債消化) 군대 및 유가족 후원, 국방헌금 및 애국기 헌납자금 모집 등의 업무를 적극 수행했다고 기재돼 있다.

김영규 3대 충북경찰국장은 1934년 만주국 안둥성 환런현 경찰서원으로 재직했다. 같은 해 3월 만주국 건국공로장을 받았고, 1939년에는 안둥성 환런현 경좌로 근무했다.

그는 1941년 일본강점기 조선의 경제 전반에 대한 세력 범위를 조사해 국세조사(國勢調査) 기념장도 받았다.

1948년 영동경찰서 8대 서장으로 근무한 김상규 경감도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돼 있다.

이 경감은 1937년 영동경찰서에서 사상범이나 독립운동가를 체포하는 고등형사로 근무했다.

해방 이후 그는 보은경찰서장과 영동경찰서장, 음성경찰서장을 역임하다 청주시 문화동 동장 등을 지냈다.

김상봉 6대 충북경찰국장은 1934년 일본 고등문관시험 행정과에 합격해 1935년 황해도 지사관방 문서계속으로 일했다.

이후 일제치하에서 황해도 경찰부 보안과, 황해도 지사관방, 옹진군수, 재령군수 등을 역임한 뒤 1944년 함경남도 이사관에 임명됐다.

해방 후 1946년 미군정하에서 총감으로 제2관구(강원도)경찰청장을 맡았고 같은 해 12월 전북경찰청장, 다음 해 충북경찰국장을 역임했다.

전문가들은 홈페이지에 게재된 친일 행적이 드러난 역대 국·서장의 사진이 민족공동체에 끼친 부정적 행위를 비도덕적으로 정당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올바른 기억과 평가를 위해서라도 친일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양식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홈페이지에 친일 경찰관 사진을 걸어놓는다는 것은 그들을 선양하기 위한 행위이자 그들의 존재를 되새김질하면서 기억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충북경찰의 역사의 시작을 일본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인정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친일 경찰 홍보 논란은 지난 4일 전북지방경찰청을 시작으로 불거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경남지방경찰청은 홍보관에 있던 친일 경찰관의 사진을 모두 철거하고 홈페이지에서도 삭제했다.

전주시 또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역대 전주시장의 흔적을 지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 제296기 졸업식에 참석해 "백범 선생의 '애국안민' 정신은 우리 경찰의 뿌리"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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