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 장군 100세 생일 축하"… 칠곡군수의 '소신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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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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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기념해 직접 접은 종이학 100마리도 선물 / "장군님의 공, 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 강조

1920년 11월23일 태어나 올해 한국식 나이 셈법으로 100세, 곧 백수(白壽)가 된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이 경북 칠곡군수의 축하를 받았다. 칠곡군은 6·25전쟁 당시 다부동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 백 장군은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끈 주역이다.

최근 광복회가 백 장군의 일제강점기 행적을 놓고 날선 비판을 가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칠곡군수의 ‘소신 행보’가 눈길을 끈다.

11일 칠곡군 등에 따르면 백선기 군수는 지난 9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의 백 장군 사무실을 찾아 생일 축하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틈틈이 시간을 내 접은 종이학 100마리도 선물로 전달했다.
올해 100세가 된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오른쪽)이 백선기 경북 칠곡군수로부터 종이학 100마리를 생일 선물로 받고 있다. 뉴시스
백 장군과 칠곡군의 인연은 69년 전인 1950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6·25전쟁을 일으킨 북괴군은 파죽지세로 남하했다. 한국군과 미군 등 유엔군은 순식간에 낙동강 방어선 안에 고립됐다.

방어선을 뚫으려는 북한군과 이를 막으려는 한국군이 칠곡군 다부동 지구에서 정면 충돌했다. 당시 방어를 책임진 한국군 1사단 지휘관이 바로 백 장군(당시 준장)이다.

한국이 공산화되느냐, 마느냐가 달린 그 절체절명의 순간 백 장군은 사단장임에도 직접 권총을 들고 선봉에 서서 북괴군을 공격했다. 1사단 장병들은 그야말로 ‘사즉생’을 각오한 지휘관의 솔선수범과 미군의 지원 등에 힘입어 북한군 3개 사단을 격파하는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이로써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낸 한국군은 그해 9월 인천상륙작전 성공으로 반격에 나섰다. 백 장군이 이끈 1사단도 신속히 진격한 끝에 38선을 돌파, 본격적인 북진에 돌입한다.

백 군수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진보와 보수를 떠나 지역의 정체성과 가치를 높이고자 2012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백) 장군님을 찾아뵙고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며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호국과 보훈에 대한 믿음과 신념을 올곧게 지켜 나가며 먼 훗날 역사의 판단에 모든 것을 맡길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 칠곡군에 있는 다부동 지구 전적비. 6·25전쟁 초반인 1950년 8월 백선엽 당시 준장이 지휘한 한국군 1사단이 칠곡군 다부동에서 북괴군 3개 사단을 격파하는 전공을 세웠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는 백 장군이 일제강점기 시절의 친일 행적 논란으로 일각의 비판을 받는 현실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평안남도가 고향인 백 장군은 일제가 1930년대 중국 만주지역을 점령한 뒤 세운 괴뢰국가 만주국의 군관학교를 졸업하고 만주국군에서 장교로 복무하다 8·15 광복을 맞이했다.

백 장군이 한때 몸담은 만주국군 내 ‘간도특설대’라는 부대는 만주 일대에서 활동하던 조선인 항일독립군과 싸우는 것이 여러 임무들 중 하나였다고 한다. 그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분류된 이유다.

하지만 백 군수는 “신이 아닌 이상 인간은 누구나 공이 있으면 과가 있기 마련”이라며 “호국을 도시의 브랜드이자 정체성으로 삼고 있는 칠곡군민에게는 대한민국을 지켜낸 백 장군님의 공은 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강조했다.

앞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도 지난달 백 장군의 100세 생일을 축하했다 비난을 샀다. 광복회(회장 김원웅)는 얼마 전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백 장군의 100세 생일을 축하한 것은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라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광복회는 주한미군측에 에이브럼스 사령관과의 면담, 그리고 사령관의 사과를 요구하는 정식 공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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