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 측 "공사 협조 후 진행, 최대한 보존 예정"
"국민의 염원을 똑똑히 기억하라, 검찰개혁"
검찰개혁 촛불집회가 열린 23일 서울 여의도역 벽면이 검찰 개혁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쪽지로 가득 채워졌다.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시민연대)는 26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일대에서 제11차 검찰개혁 촛불 문화제를 진행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구속된 뒤 처음 열린 이 날 집회는 본 행사가 시작된 오후 4시경 여의대로부터 마포대교 방면까지 참가자들로 빼곡히 들어찼다.
이 날 집회에서는 시민들이 검찰 개혁을 요구하며 지하철역 벽면에 직접 쓴 포스트잇 쪽지를 붙이는 광경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약 6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를 마치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여의도역으로 몰린 시민들은 "포스트잇을 쓰자"는 발언을 듣고 메모지에 검찰 개혁에 대한 요구사항을 쓰기 시작했다.
주최 측은 "레논벽을 만듭시다, 미리 써와서 포스트잇 레넌벽에 바로 붙여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참여를 독려했다.
레넌벽은 19080년대 체코가 공산국가였던 시절 젊은이들이 비틀스의 멤버였던 존 레넌의 반전과 평화를 담은 가사 등을 벽에 낙서한 것이 시초가 돼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용어로 사용돼 왔다.
여의도역 9호선 방면에서 5호선 환승장으로 이어지는 통로에는 시민들이 작성한 메모 수백장이 양쪽 벽면에 가득 찼다.
지하철역 벽면에는 '이번이 기회다, 검찰 개혁하자', '우리 아이에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검찰 개혁, 우리가 조국이다' 등의 문구가 적힌 쪽지가 빼곡히 붙었다.
패스트트랙 법안을 심사하는 국회를 향해서도 시민들은 '공수처를 설치하라', '한나라당을 해체하라',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공수처 설치' 등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냈다.
서울 양천구에서 왔다고 밝힌 한모씨(45·회사원)는 "MBC PD수첩의 스폰서 검사 방송을 보면서 검찰을 이대로 놔둬선 안 된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며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국민 위에 선다면 권력의 폐해가 심해질 것 같아 쪽지를 적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폰서 검사로 알려진 김형준 부장검사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는데 이것이 바로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느냐"면서 "공수처 설치를 통해 검찰에 대한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최 측은 "서울교통공사 측에 협조를 받아 서초역 집회 때부터 '레넌벽' 행사를 진행해 왔다"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쪽지를 붙이는 만큼 최대한 보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서울시메트로9호선 측 직원은 "시민들이 벽면에 자발적으로 붙이는 것을 강제로 뗄 수는 없다"면서도 "행사가 모두 끝난 27일 오전 중에는 철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공수처 설치, 응답하라 국회, 내란음모 계엄령 특검'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검찰 개혁을 촉구했다.
촛불문화제 본 행사에서는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 김민우 경희대 교수, 우희종 서울대 교수 등이 무대에 올라 발언하고, 가수 한영애, 강산에씨가 노래를 불렀다.
오후 7시 35분께 행사가 끝나자 시민들은 영등포 자유한국당 당사로 행진해 "토착 왜구 물러가라", "공수처를 설치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반면 보수 단체인 자유연대는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맞불 집회'를 열고 "공수처 반대, 문재인 퇴진" 등을 외치며 집회를 열었다. 이날 자유연대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천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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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honglerance@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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