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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텐파리스트], 육아라는 전투를 보라

아이즈 ize 글 오지은 | 디자인 전유림

텐파루 テンパる, ‘초조하다’, ‘허덕허덕하다’, ‘동요하다’라는 뜻의 일본 속어. 거기에 영어 -ist를 붙여서 텐파리스트, 즉 여유 없이 허둥대는 사람이라는 뜻. 4권 내내 정신없게 텐파 상태인 작가 본인이 만든 말이다.

히가시무라 아키코, [해파리 공주] 등의 대표작을 가지고 있는 순정 코믹 만화가. 가끔 특집으로 그리던 [엄마는 텐파리스트]가 대박이 났다. 로망 없는 적나라한 에피소드와 아들 고짱의 기가 막히는 캐릭터, 그리고 그것을 받쳐주는 엄마 즉 작가의 개그 센스로 이 작품은 100만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중간에 아이 교육을 위해 잠시 등장한 [지옥]이라는 마니악한 그림책이 실제로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였다.

1권부터 이 만화는 사정없이 ‘찌찌’ 공격으로 시작한다. 모유가 엄청나게 많이 나오는 히가시무라 아키코는 그런 자신의 가슴을 분수처럼 표현하여서 책을 몇 페이지 넘기지도 않은 내 입을 쩍 벌어지게 했다. 그 다음 페이지에는 모유패드를 (세상에는 그런 게 있다고 한다) 깜빡해서 티셔츠 위로 모유가 새어나오는 모습을 그리고 이렇게 적어두었다. 모유 분수 축제! 두 번째 펀치를 맞고 정신이 혼미해진 나는 동네 강아지들이 냄새를 맡고 가슴으로 달려드는 장면에서 세 번째 펀치를 맞고 생각했다. 이거 미친 만화구나. 심지어 전부 실화라고 한다. 맙소사. 바로 전권 구입.

이런 엄마의 아들, 고짱도 만만치 않다. 찌찌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고짱의 버릇 때문에 고민이 많던 히가시무라 아키코는 한 책에서 ‘가슴에 매직으로 얼굴을 그리고 ‘찌찌맨 바이바이’라고 말하면 효과가 있다’는 대목을 발견하고 가슴에 그림을 그린다. 만화가답게 정말 무서운 고르고13 버전 찌찌맨을 말이다…. 기겁을 한 고짱은 처음으로 얌전히 잠이 들지만 다음날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울면서 가슴에 달려드는 근성을 보인다. 그 근성에 감탄한 엄마는 결국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이후 고짱과 찌찌 사이에 긴 싸움이 벌어지는데… 후략.

이 책은 육아에세이 만화지만 ‘우리 아이 바보 같지만 (그래서) 귀엽죠?’ 하는 마음보다 이 웃긴 생물을 보라, 육아라는 전투를 보라! 하는 마음이 더 절절하게 느껴진다.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평소에도 한 달에 마감 7~8개를 하는 히가시무라 작업실에 최대 규모의 위험한 마감이 찾아온다. 어린이라 이런 사정을 알 턱이 없는 고짱은 놀자고 떼를 쓴다. 한계에 다다른 엄마는 고짱을 번쩍 들고 욕실에 가서 오늘은 제발 봐달라고 사정을 한다. 그러자 고짱이 울면서 말한다. ‘엄마, 그런 말하면 지옥에 간다.’ 그 말에 퓨즈가 펑 터진 엄마는 그래, 엄마 지옥 갈게 하고 화장실 바닥에 누워 줄줄 우는데 나는 웃다가 문득 감탄했다. 저런 마감을 해내는 것도, 그 와중에 고짱을 상대해주는 것도, 그리고 그것을 에피소드로 그려내는 것도 정말 대단하다. 히가시무라 아키코, 당신을 프로 엄마로서 직업인으로서 진심으로 존경한다.

오지은
음악하고 글 쓰는 한국의 30대. 만화를 좋아했고 여전히 좋아한다. 처음 산 단행본은 이은혜의 [점프트리 A+].

디자인. 전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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