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국제

`탄핵` 궁지 몰린 트럼프, 파월 불러 마이너스금리 압박

장용승,신헌철 기자
장용승,신헌철 기자
입력 : 
2019-11-19 17:48:37
수정 : 
2019-11-19 19:35:13

글자크기 설정

경제로 돌파구 찾는 트럼프

트럼프 "화기애애한 만남
中·EU 무역문제까지 논의"
연준 "통화정책 언급 안해"

탄핵청문회·선거 패배에
트럼프, 잇단 경제 유화책
화웨이 거래제한 또 유예
사진설명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앙숙 관계'인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사진)과 백악관에서 '깜짝 회동'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공개 청문회 등 국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이뤄진 만남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최근 연준의 저금리 기조 등에 힘입어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인 협조를 구하면서 '경제 성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파월과 매우 화기애애하고 좋은 만남을 마쳤다"며 "금리와 마이너스 금리, 낮은 인플레이션, 통화 완화, 달러화 강세와 그로 인한 제조업 파급, 중국·유럽연합(EU) 등과의 무역까지 모든 것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동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이라고 주요 언론은 분석했다.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는 중앙은행 수장과 대통령 간 만남은 흔하진 않지만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블룸버그는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 등도 재임 당시 대통령과 회동한 바 있다"며 "회동 시기는 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였다"고 보도했다.

트윗 내용만 놓고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해 파월 의장과 다양한 논의를 나눴고, 미국의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공격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입만 열면 파월 의장을 비판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좋은 만남이었다"고 평가하는 등 냉랭한 관계를 풀어보려는 의도도 읽힌다.

미국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 기준)은 1.9%로 떨어졌다. 올 들어 미국 분기별 성장률(전기 대비 연율 기준)은 1분기 3.1%, 2분기 2.0%로 하강세 흐름이 뚜렷하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여파로 제조업 위축 현상이 뚜렷한 가운데 그나마 소비가 버티고 있어 1% 후반대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올해 들어 세 차례 연속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해 선제적으로 경기 둔화 위험을 차단한 연준이 앞으로 금리 동결 방침을 시사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파월 의장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 주식시장을 포함한 경제지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증권 정보 회사인 마켓워치는 "미국 뉴욕 증시에서 주요 지수가 최근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미국 경제가 좋기 때문이 아니라 연준의 저금리 정책 덕분"이라며 "저금리는 주식 투자자들을 끌어들인다"고 분석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 의도대로 파월 의장이 움직여줄지는 미지수다.

사진설명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파월 의장은 향후 입수되는 경제 정보에 철저하게 의존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한 것을 제외하면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회동과 별도로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들어 자칫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조치를 잇달아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기반한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결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치 결정 마감 시한으로 제시했던 지난 13일 "곧 결정하겠다"고만 밝힌 뒤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10월 중순이면 발표되는 미국 재무부의 하반기 환율정책보고서도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아울러 미국 상무부는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대한 거래 제한 조치 적용을 90일간 다시 유예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1단계 미·중 무역합의 서명을 고려한 조치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서명이 장관급 수준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시사했다. 양국 정상 간 서명 장소와 일정을 놓고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시작된 하원 공개 청문회로 궁지에 내몰리고 있다. 공화당은 '텃밭'인 켄터키주, 루이지애나주 주지사 선거에서 잇달아 패배하면서 탄핵 조사 영향력을 실감하고 있다. 특히 미국 하원은 우크라이나 스캔들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로버트 뮬러 특검에게 거짓 증언을 했는지도 재조사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에게 서면으로 답변하는 과정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만약 2016년 대선 당시 위키리크스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해킹 이메일을 공개하려는 계획을 몰랐다는 트럼프 대통령 증언이 거짓으로 밝혀지면 탄핵 사유에 병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전날 제안한 의회 증언 요구를 부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면서도 서면 답변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탄핵 조사를 방해한다는 비판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생각이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