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국제

호주총리까지 압박한 트럼프…더 뜨거워진 탄핵정국

신헌철,김제관 기자
신헌철,김제관 기자
입력 : 
2019-10-01 17:46:25
수정 : 
2019-10-01 17:54:54

글자크기 설정

속속 드러나는 트럼프 권력남용

모리슨 호주총리에 전화로
러 선거개입 조사 협조 요청

WSJ "우크라스캔들 통화때
폼페이오도 직접 들었다"
트럼프 측근들 줄줄이 소환
사진설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지난달 20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양자회담 직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EPA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상과 통화하면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조사를 요구한 사건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시작된 가운데 그가 호주 정상과 통화하면서도 정치적 압력을 행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부여된 외교 권한을 이용해 정치적 이익을 꾀한 또 다른 사례가 불거지면서 미국 정가가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통화하면서 2016년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스캔들의 근원을 미국 정부가 조사하는 데 협조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이 호주 측에도 윌리엄 바 법무장관과 협력하도록 요청했다는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우크라이나 사건을 내부고발한 데 이어 이번에도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이 통화 내용을 언론에 제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들은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호주 총리와 통화한 녹취록도 기밀로 분류됐다고 전했다.

미국 법무부는 2016년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 캠프를 연방수사국(FBI), CIA 등이 수사하게 된 경위와 적법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 바 장관은 미국 정보기관의 트럼프 캠프 수사를 '스파이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지난 5월 존 더럼 코넷티컷주 연방검사장을 조사 책임자로 지정했다. 로버트 뮬러 특검이 시작된 뿌리부터 파헤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역공해보려는 의도가 담겼다.

그러나 외국 정보기관 활동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벽에 부딪히자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 협조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호주가 이 사건에 관련된 이유는 2016년 대선 직전 FBI에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보한 당사자가 주영국 호주 외교관인 알렉산더 다우너였기 때문이다.

2016년 5월 다우너는 조지 파파도풀로스 트럼프 캠프 외교 자문역에게서 러시아 정부가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의 약점을 확보하고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술자리에서 전해 들었다. 두 달 뒤 민주당 전국위원회 이메일 해킹 사건이 실제로 터지자 대화 내용을 FBI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캠프 핵심 인사가 러시아 측과 공모했다는 의혹의 출발점이었다.

미국 법무부는 이날 "(조사 책임자인) 더럼은 몇 개국을 포함해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며 "법무장관 요청에 따라 대통령은 다른 나라들과 접촉해 법무장관과 더럼을 적당한 관리에게 소개해줄 것을 요청해왔다"고 해명했다. 백악관도 "이미 공개된 법무부 수사와 관련된 통화였을 뿐"이라며 "법무부는 조사를 촉진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소개를 요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바 장관이 이미 영국 정보기관 관리들을 만났고 이탈리아 측과도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설상가상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까지 지난 7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진행된 문제의 통화와 연관돼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무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폼페이오 장관이 양 정상 간 통화를 청취한 행정부 인사에 포함돼 있었다고 이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두 정상 간 통화를 직접 들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무부는 앞서 폼페이오 장관이 통화를 청취했다는 내부고발자 주장을 부인한 바 있다.

국무부가 하원 탄핵조사의 영향권에 한층 더 끌려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WSJ는 분석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의 정보위원회, 외교위원회, 감독개혁위원회 등 3곳은 지난달 27일 폼페이오 장관에게 우크라이나 의혹과 관련한 국무부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이미 보냈다. 제출 마감 기한은 4일이며,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국회 모독죄로 처벌될 수 있다.

이날 하원 3개 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에 대해서도 소환장을 발부했다. 3개 위원회는 줄리아니가 우크라이나 관리들과 나눈 대화와 관련한 문자메시지, 통화 내역, 다른 의사소통 기록 등 문건을 오는 15일까지 제출하라고 이날 명령했다. 줄리아니 측근 인물 3명에 대한 은행 계좌 정보 등을 제공할 것도 요구했다.

줄리아니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해 국무부 책임론을 끊임없이 거론하며 폼페이오 장관을 비난해왔다. 그는 지난달 29일 CBS와 인터뷰하면서 자신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 간 만남을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나 혼자 한 일이 아니다. 국무부 부탁으로 했고 이걸 증명할 문자메시지가 있다. 일을 잘 해내서 고맙다는 말도 들었다"며 "국무부가 나에게서 도망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4일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면서도 "나는 국무부가 내게 그렇게 해 달라고 요청하기 전까지 우크라이나 당국자와 얘기한 적이 없다. 그리고 모든 대화를 그들(국무부)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김제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