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 이완
성북동 313아트프로젝트서 `무의미한…`展
성북동 313아트프로젝트서 `무의미한…`展
그림은 언뜻 단색화 계열 작품인가 싶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딴판이다. 캔버스 밑바탕은 작가가 고용한 일용직 노동자들이 사흘에 걸쳐 채색한 결과물. 그 위에 작가는 아무 의미 없이 낙서하듯 붓질의 흔적을 담았을 뿐이다.
이것은 과연 누구의 작품인가. 작가는 현대미술의 저작권에 문제 제기를 할뿐더러 예술품은 한 개인의 산물이 아니라 시대의 협업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 그리고 또 각자에게 묻는 것이 '우리는 의미 있는 일에 성실히 살고 있는가'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무의미한 것에 성실한 태도를 가지게 되면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사회 시스템에 길들여져 개성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가 되지 않을까요."
이번 개인전은 5월 13일 개막하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예고편 성격을 띠고 있다. 한국관은 작가 코디최와 이완의 2인전 형식으로 치러지며, 총감독 크리스틴 마셀 큐레이터가 기획한 본전시에는 이수경·김성환이 선정됐다.
한국관을 총괄하는 이대형 커미셔너는 "이완 작가가 중요한 이유는 아시아 삶의 현장에 뛰어들어가 아시아만의 독특한 모더니즘 혹은 서구화를 고발하고 그 속의 자본 문제를 이야기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의 서구화 문제는 그의 영상 작품 '메이드인'의 주제기도 하다. 작가는 한 끼의 아침식사를 스스로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아시아 12개국을 방문해 쌀, 젓가락, 설탕 등의 재료를 제작하는 과정을 담았다. 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영상은 중국과 대만편. 중국편에서 작가는 1000년 된 수도원의 마룻바닥 나무를 깎아 나무젓가락을 만든다. 1000년의 역사가 단지 한 번의 끼니로 소모되는 허무한 과정을 추적한다. 사탕수수 농장에서 한 달간 머무르며 촬영한 대만편에서는 설탕을 생산하는 모든 공정을 꼼꼼하게 영상에 담았다.
동국대 조소과 출신인 이완은 2014년 삼성미술관 리움 선정 제1회 아트스펙트럼 작가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 광주비엔날레에 선정돼 호평을 받았다. 전시는 3월 10일까지. (02)3446-3137
[이향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