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 위에 ‘똑똑한 놈’, 수억원 피해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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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6.19. 오전 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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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통화 너머로 들려오는 친절한 목소리가 한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파탄 내는 사건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빠르게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이야기다. 지난 십수년간 국제적 보이스피싱 범죄 집단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조직화·전문화 되는 과정을 거쳤다. 아마추어 같았던 사기꾼의 촌티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이 빠르게 발전하는 정보기술(IT) 활용 능력까지 갖추니 신출귀몰한 경쟁력까지 겸비하게 됐다. 이에 반해 당국의 대응은 늘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머니S>가 교묘해진 보이스피싱 수법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예방법을 알아봤다.<편집자주>




[진화 거듭하는 ‘그놈 목소리’-③] 지능화된 보이스피싱, 어떻게 막나



보이스피싱 수법이 교묘해지면서 정부당국이 0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전화를 걸어 경찰이나 금융권 관계자를 사칭한 뒤 금융정보를 빼가는 단순한 수법에서 원격제어 프로그램으로 잔고 없는 통장에서 대출을 받아 돈을 빼가는 단계로 범죄수법이 발전했다. 금융권에서도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개인 스스로가 경각심을 갖고 사전에 미리 대비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정부는 내 돈을 지켜주지 않는다"

금융당국과 경찰은 ‘의심하고 전화 끊고 확인하라’는 원론적인 보이스피싱 피해예방책을 제시한다. 지난해 20~30대 젊은층 피해액은 전체의 21%를 차지하며 60대 이상(22.6%)과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 인식도 설문조사’ 결과 정부기관에서 돈을 안전하게 보관해준다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응답자가 35%나 있었다는 점이다.

정부와 검·경, 금융당국, 금융회사 등은 어떠한 경우에도 전화로 계좌번호를 알려주며 돈을 이체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이 단순한 원칙을 많은 대학생이 모르는 게 현실이다.

금융당국은 피해예방 홍보에 힘을 싣고 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이동통신 3사, 37개 알뜰통신사업자와 협력해 오는 16일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문자메시지’ 발송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돈을 보내라는 낯선 전화는 일단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하고 전화를 끊은 다음 해당 기관에 확인해야 한다”며 “최근 SNS·모바일을 악용한 메신저피싱이 성행하고 있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상대방이 지인을 사칭해 금전을 요구하면 반드시 통화를 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보이스피싱 제로 캠페인. /사진=뉴스1 황기선 기자

◆본인 스스로 피해예방 준비해야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 전화나 문자를 사전에 차단하는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는 방법도 효과적인 피해 예방법 중 하나다.

경찰청은 스팸차단 앱 ‘사이버캅’과 ‘폴 안티스파이’을 제공하고 있다. 사이버캅은 전화나 문자가 오면 인터넷 사기 범죄에 이용된 번호인지 여부를 화면에 표출해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경보식 앱이다. 풀 안티스파이는 스마트폰에 설치된 스파이앱을 탐지하고 삭제해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동통신사의 스팸차단 서비스도 피해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KT 계열사의 스팸차단 앱 ‘후후’는 스미싱 방지를 위해 URL이 포함된 문자 메시지가 오면 알림창에 ‘URL 스미싱 탐지’ 안내를 띄운다. 악의적인 문자 메시지를 판별해 ‘의심’ 또는 ‘위험’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표시해 사용자 스스로가 문자를 삭제하도록 유도한다.

또 이용자들이 의심 문자를 신고하면 관련 데이터를 공유해 다른 이용자에게도 정보를 공유한다. 후후는 국내외 스팸번호, 보이스피싱, 스미싱번호 등 악성 전화번호 정보를 확인해 주고 일반 가게나 회사의 전화번호 정보까지 식별해 제공한다.

기존 보이스피싱 방지 앱은 과거 데이터를 토대로 보이스피싱 여부를 구별한다. 따라서 새로운 범죄 조직이나 신종 사기 기술이 등장하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모든 종료의 악성코드를 탐지하지는 못한다”며 “지속적으로 탐지 가능한 스파이앱 리스트를 추가해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으로 보이스피싱 잡는다

금융권 내부에서도 보이스피싱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금감원, 한국정보화진흥원이 공동 개발한 보이스피싱 예방 앱 ‘피싱스톱’을 시범운영 중이다. 피싱스톱은 과거 스팸번호를 모아 경고 메시지는 전달하는 기존 앱과 달리 전화가 걸려오면 실제 보이스피싱 통화내용을 학습한 인공지능(AI)이 실시간으로 음성패턴을 분석해 경고한다.

올 3월 IBK기업은행 고객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시행한 후 45일 만에 고객이 통화 과정에서 앱을 이용한 건수가 1만6915건을 기록했다. 이중 사기 의심 알림이 울렸던 건수는 주의 22건, 경고 18건 총 40건이었다. 보이스피싱 1인당 피해금액이 91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3억6400만원의 피해를 사전에 예방한 셈이다.

기존 스팸방지 앱의 허점을 보완했다고 평가받지만 아직 홍보부족 등을 이유로 이용자가 제한된다는 한계가 있다. 구글의 통화녹음 금지정책에 따라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인 9.0(파이) 이상은 해당 앱을 사용할 수 없는 단점도 있다.

◆‘보이스피싱’ 보험상품 미리 확인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관련 보험 상품을 미리 체크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보험업계에서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보상해주는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보이스피싱으로 금전상의 피해를 입어 경찰서에 신고해 사기피해가 확정되면 일정 금액을 보상해준다. 다만 리스크 측정이 어렵고 피해액 규모가 너무 커 현실적으로 상품 서비스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보험사는 지급보험금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결정하는데 보이스피싱은 피해액이 천차만별이라 보험료 산정이 어렵다. 또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는 피해금액 만큼 보험금을 지급한다면 그만큼 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다. 보험에 가입할 수요가 많지 않다는 것도 서비스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보험사기에 취약하다는 문제도 있다. 보이스피싱 범인과 공모해 거짓으로 경찰에 신고한 뒤 보험금을 수령해도 보험사가 이를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일부 보험사는 보이스피싱 관련 보험상품을 시범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안정생활 파트너’ 보험으로 보이스피싱 손해가 발생하면 최대 200만원을 보상해준다. KB손해보험도 중장년층 건강보험 상품에 보이스피싱 손해를 보장하는 특약을 넣었다. 현대해상은 보이스피싱 손해를 보장하는 ‘하이사이버보험’을 개발했지만 현재까지 개인고객에게 관련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본인이 보이스피싱에 당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굳이 보험료를 내고 보이스피싱에 가입하려는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대부분 피해액이 너무 커 보장금액을 받더라도 실효성이 없고, 보험사기에 취약한 문제도 극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7호(2019년 6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심혁주 기자 simhj093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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