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사실관계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나와야죠. 답답하네." (박상수 방송통신심의위원) 12월1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소위원회. '프로듀스101' 조작 논란에 따른 객관성 위반 심의에 의견 진술자로 강지훈 엠넷 콘텐츠운영전략팀장이 나왔다. 아래는 그가 심의위원들과 나눈 질문·답변의 한 대목.
"순위조작이 있었나, 없었나." "정확한 사실관계가 파악되지 않아 말할 수 없다." "사과와 보상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보상은 어떤 걸 말하나."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누구에 대한 어떤 보상인가." "그 부분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검찰의 기소에 대해 회사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 "정확한 사실관계가 파악된 거라고 보고 있지 않다."
이날 강지훈 콘텐츠운영전략팀장은 "사실관계 파악이 안 됐다"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답이 어렵다", "제가 아는 바가 없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히 말할 수 없다"며 진술 내내 즉답을 피했다. 당장 "정상적인 회사라면 원 데이터 파악을 해서 시청자 사과와 후속 절차를 이야기해야 맞는 건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이소영 위원)는 지적과 "회사 차원의 문제로 다루지 않고 철저하게 개인 문제로 다루는 것 같다. 의견 진술 진행이 무의미하다"(박상수 위원)는 비판들이 나왔다.
CJENM에는 견제장치가 없다. CJENM계열 PP들은 재허가·재승인 대상이 아니어서 심의기구의 제재가 무섭지 않다. PP들은 등록형태로 운영되는데 담당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PP를 등록 취소한 사례는 찾기가 어렵다. 엠넷을 TV편성표에서 없애려면 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채널 송출 계약을 하지 않는 방안이 사실상 유일한데, CJENM이라는 독점적 MPP사업자의 계열PP인 엠넷의 지위를 볼 때 현실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여기에 더해 노조도, 협회도 없는 CJENM은 사실상 내·외부 견제없이 지금까지 달려왔다. CJENM은 수년 전부터 지상파·종편보다 높은 채널 영향력을 갖게 됐지만 방송통신발전기금도 안 낸다.
지난 17일 프로듀스 진상규명위원회는 "스스로 피해자라 지칭하고 있는 CJENM은 수사가 진행되고 공소가 제기되어 재판이 시작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태에 대한 어떤 진지한 자세도 보이고 있지 않다"고 비판하며 "연습생의 꿈을 짓밟고 국민 프로듀서를 기망한 한국 대중문화역사의 진한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여전히 엠넷과 CJENM은 답이 없다. 그들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그저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조작방송'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방통위, 과기정통부, 시청자가 모두 CJENM의 '죄'를 실질적으로 묻는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정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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