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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s Best 10-영화>한국영화 100주년… 풍성하고 찬란했던 그 마지막 10년

기생충(2019)

2019년의 달력도 이제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 한 달 있으면 올해도, 2010년대도 영원히 작별을 고하게 된다. 지난 10년(Decade)을 마감하고 새로운 10년을 맞이하는 의미에서 ‘2010년대, 10년의 베스트’를 마련했다. 영화, 드라마, 가요, 책, 공연 등 장르별로 ‘2010년대 베스트 10(2010’s Best 10)’을 꼽았다. 첫 순서는 영화다. 문화일보 대중문화팀이 직접 선정했다. 우리의 2010년대를 함께한 가장 기억나는 작품을 꼽고 그 이유와 의미를 살폈다.

■ 기생충(2019) 칸의 선택 ‘봉 신드롬’

베스트 10에 별도의 순위가 있는 건 아니지만 대중문화팀 기자들이 한결같이 첫손에 꼽은 작품이다. ‘기생충’은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인 올해를 반짝반짝 빛나게 했다. 지난 5월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영화사를 새로 썼다. 봉준호 감독의 남다른 연출력과 송강호·최우식·박소담 등 출연배우들의 연기 하모니가 이뤄낸 결과였다.

명량(2014)

봉 감독이 가슴에 트로피를 품고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후 그는 전 세계 영화제에 앞다퉈 초청장을 받았고, ‘봉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내년 2월 열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국제장편영화(외국어영화) 부문 후보 지명은 물론, 수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주요매체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감독상과 작품상 수상 여부까지 언급하고 있다.

한국영화와 외화를 통틀어 역대 흥행 200위 권 중 ‘기생충’의 순위는 24위. 그러나 국내 및 북미 흥행의 기세, 언론 인터뷰와 리뷰 횟수, SNS 관객 반응 등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뜨겁다.

부산행(2016)

■ 명량(2014) 국민 5명중 2명 봤다

한국영화 사상 역대 최다관객을 동원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1761만5658명. 우리나라 인구 5명 가운데 2명 정도가 이 영화를 본 셈이다. ‘명량’이 나오기 전만 해도 국내 최고 흥행 작품의 자리는 할리우드 외화인 ‘아바타’(1333만8863명)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명량’이 이를 뛰어넘었다. 이순신 장군이 환생한 것처럼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된 최민식의 열연은 단연 압권이었다. 그를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박진감 넘치는 해상 전투 신(scene)은 리얼리티가 넘쳤다. 12척으로 300여 척의 왜적을 물리친 현장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이름 모를 백성들의 가슴 뭉클한 희생정신도 돋보였다. 자칫 ‘국뽕(지나친 국수주의)’으로 흐를 수 있었으나 김한민 감독이 중심을 잘 잡았다. 한국사 최고의 영웅 이순신 장군은 400여 년의 세월을 초월해 현대에도 손색없는 ‘진정한 히어로’로 부활했다.

곡성(2016)

■ 부산행(2016) 한국형 좀비영화 시초

한국형 좀비 영화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그간 좀비는 한국영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서양에서 등장한 좀비는 아무래도 국내 정서와는 맞지 않았다. 대신 우리에겐 귀신과 도깨비가 있었다. 하지만 연상호 감독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질주하는 KTX 안에서 좀비와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을 끄집어냈다. 좀비가 어디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딸을 구하려는 공유의 부성애, 임신한 아내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마동석의 액션이 관객들에게 다른 생각을 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부산행’은 개봉되기에 앞서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섹션에 초대돼 현지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외국 관객들도 마동석의 맨몸 액션에 박수를 보냈고, 이로 인해 마동석은 할리우드 마블 스튜디오의 새로운 히어로 영화 ‘이터널스’의 슈퍼히어로로 발탁됐다. 한국의 히어로를 미국 할리우드에서 만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신세계(2013)

■ 곡성(2016) 한국 대표 오컬트 무비

“재미있다”는 표현보다 “충격적이다”라는 평가가 더 어울릴 만한 문제작이다. 할리우드 영화 ‘오멘’과 ‘악마의 씨’ 등 이성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초자연적인 현상을 담은 오컬트 영화는 충무로가 좀처럼 범접하지 못하는 영역이었다. 하지만 이미 영화 ‘추격자’·‘황해’ 등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작품들로 빈틈없는 연출 세계를 구축해온 나홍진 감독이 충무로를 대표할 만한 오컬트 영화를 배출했다. ‘곡성’이 개봉된 후 평론가, 기자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저마다의 해석을 내놓으며 건강한 토론의 장이 형성됐다. ‘곡성’에 대한 한 줄 평을 봐도, 줄거리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관객에게 미끼를 던진 영화’ ‘감독에게 놀아난 느낌’ ‘감독님, 숨은 쉬게 해줘야지’ 등 인상 평가가 지배적이다. 만약 누군가가 집요하게 이 영화의 줄거리와 의미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한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그게 뭣이 중헌디!”

■ 신세계(2013) “부라더”…최고 누아르

신과 함께 1·2(2017∼2018)

홍콩 누아르 ‘영웅본색’과 ‘첩혈쌍웅’ 시리즈를 추억하는 이들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한국형 누아르의 최고봉 영화다. 내용 자체는 새롭지 않다. 조직에 잠입한 경찰, 즉 ‘언더커버’를 소재로 다룬 영화는 ‘무간도’ 이후 여러 차례 봐왔다. 하지만 ‘신세계’는 그 안을 채우는 예사롭지 않은 공기와 수차례 곱씹어도 맛이 빠지지 않는 대사로 꽉 채웠다. “어이~ 부라더”를 외치며 허허실실 웃던 정청(황정민)이 숱한 칼침을 맞고도 “드루와∼ 드루와∼(들어와)”라고 도발하는 엘리베이터 신(scene)은 지난 10년이 아니라 한국 영화사 전체를 통틀어도 기억될 만한 명장면이었다. 또 걸쭉한 사투리를 쓰는 경상도, 전라도 건달을 주로 그리던 한국 영화계에서 “살려는 드릴게” “죽기 딱 좋은 날씨네” 등 주옥 같은 대사를 남긴 이중구(박성웅)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세련된 서울 건달의 맛을 보여줬다.

■ 신과 함께 1·2(2017∼2018) 국내 최초 쌍천만 흥행

7번 방의 선물(2013)

한국영화 관객 1억 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새로운 유통 방식으로 등장한 작품이다. ‘해리포터’ 마지막 시리즈처럼 한 번에 몰아서 찍고 2회에 나눠서 개봉했는데 둘 다 ‘대박’이 났다. 1편 ‘죄와 벌’은 1441만여 명, 2편 ‘인과 연’은 1227만여 명을 동원하면서 ‘쌍천만 영화’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처음엔 불안했다. 총 제작비가 편당 200억 원씩 약 400억 원이나 돼서 너무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1, 2편 합쳐서 약 1200만 명을 동원해야 수지가 맞는 모험이었다. 그러나 김용화 감독은 동명의 웹툰 원작에 기반한 풍부한 이야기에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을 더해 과감하게 도전했다. 관객이 호응했다. 1편만으로도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2편의 흥행은 보너스가 됐다. 새로운 흥행공식을 만든 셈이다. ‘타짜’ ‘암살’을 만든 최동훈 감독이 이처럼 한 번에 찍어서 두 번으로 나눠 개봉하는 영화를 준비 중이다.

■ 7번 방의 선물(2013) 코미디론 첫 천만 돌파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

스릴러나 휴먼 드라마, 액션 판타지 등 대형 기획물이어야 1000만을 바라볼 수 있다는 속설을 깼다. 6세 지능의 용구가 1200만 명을 웃고 울게 했다. 사실 이 작품 전까지 코미디 장르는 “가볍다”는 편견 때문에 ‘1000만’ 벽에 걸려 있었다. ‘과속스캔들’(2008), ‘수상한 그녀’(2014)가 800만 명 언저리에서 맴돌았다. 그러나 코미디에 감동을 더한 이환경 감독의 연출로 한계를 무너뜨렸다. 무엇보다 용구를 연기한 류승룡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류승룡은 ‘최종병기 활’(2011) ‘내 아내의 모든 것’ ‘광해, 왕이 된 남자’(이상 2012)에서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보여줬으나 조연에 머물던 상황. 하지만 ‘딸바보’ 용구로 변신하면서 자신의 연기 영역을 한 단계 더 넓히고 ‘천만 주연배우’로 올라섰다. 용구의 대사는 웃기면서 슬프다. “1961년 1월 18일 태어났어요. 제왕절개. 엄마 아팠어요. 내 머리 커서.”

■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 ‘인생 지침서’ 다큐멘터리

변호인(2013)

MSG 같은 설정으로 점철된 상업 영화 시장에 경종을 울린 영화가 한 편 탄생했다. 76년간 부부로 산 조병만 할아버지, 강계열 할머니의 삶을 정성껏 살핀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영화보다 영화 같은 삶이 있을 수 있다고 웅변한다. 이 영화에는 명대사가 따로 없다. “꽃이고 나뭇잎이고 다 사람과 똑같아요. 나이가 많으니 오그라져 떨어져요. 떨어지면 헛일이야. 떨어지면 그만이야.”(조병만), “할아버지가 잘 잡수면 그렇게 반가워요”(강계열) 등 인생을 관조하듯 바라보며 노부부가 나누고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인생의 지침서와 같았다. 최종 동원 관객은 480만 명. 총 제작비 3억7000만 원으로 280억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거두며 상업 영화를 포함해 역대 한국 영화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수익의 관점으로 접근한다는 것 자체가 불경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경건하고 아름다운 영화다.

■ 변호인(2013) 송강호가 그려낸 노무현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첨예한 정치적 이념 싸움을 불러온 작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뤄 개봉 전부터 포털 사이트에서 평점 테러가 이어졌다. 개봉 후에는 야권(현 여권) 의원 사이에서 관람 열풍이 불었고, 당시 야당 의원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700만 관객을 돌파하던 시점에 영화의 소재인 부림사건 관계자 및 가족 20여 명과 함께 이 영화를 관람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결집하는 효과가 나타났고, 정권 교체의 시작점이 됐다고 평하는 이들도 적잖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이슈를 제쳐 두고, ‘변호인’은 영화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실제 사건에 영화적 상상을 덧대 재미를 극대화한 감독의 솜씨가 남달랐고, 1980년대를 스크린으로 옮긴 미장센도 흠잡을 데 없었다. 무엇보다 ‘연기 9단’이라 불리는 배우 송강호의 연기력이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베테랑(2015)

■ 베테랑(2015) 甲 향한 乙의 통쾌한 응징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군더더기 없는 오락 영화라 해도 무방하다. 더할 것 없는 스토리, 뺄 것 없는 연기, 안성맞춤 연출이 황금비율을 이뤘다. 게다가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니다. ‘갑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던 시기, 갑을 향한 을의 반란과 응징을 통렬하고 통쾌하게 그려 관객들의 전폭적 지지를 끌어내며 “시즌2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대사들도 주옥 같다. “내가 지금 그래, 어이가 없네”라는 ‘태생적 갑’ 조태오(유아인)의 조소와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라고 외치는 ‘당당한 을’ 서도철(황정민)의 외침은 갑과 을의 대립을 명징하게 보여줬다. 여기에 이 한 마디가 거든다. “나 여기 아트박스 사장인데….” 영화를 보면서는 한번 크게 웃고 흘려보냈을 대사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불의 앞에 참지 않고 나서려는 시민 의식을 보여준 인물이 아니었을까?

김인구·안진용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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