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날이면 돈 봉투"…대구 집창촌 전 업주 유착실태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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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5.10. 오후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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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마당 조합 임원진 조직적 경찰 관리…"대가로 단속 정보"

광역수사대 사실 확인 나서…수사 의지 따라 관련자 늘 수도

성매매 집결지[연합뉴스 자료사진]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김선형 기자 = 대구 전·현직 경찰관들이 집창촌 자갈마당 종사자들로부터 수시로 금품을 받거나 단속 정보를 흘리는 등 유착관계를 지속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경찰은 전 성매매 업소 업주가 유착관계인 경찰관들에게 수년간 직접 돈을 건넸다고 증언함에 따라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10일 자갈마당에서 성매매 업소를 운영했던 A씨에 따르면 경찰과 유착은 주로 경찰의 날이나 휴가철, 명절 등에 돈 봉투를 건네는 대신 단속 정보를 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돈 봉투 전달은 자갈마당 조합 임원이 직접 나섰다고 한다. A씨는 2005년부터 수년간 조합 임원진으로 활동했다.

당시 조합 임원은 회장과 부회장, 고문, 감사, 서기, 운영위원 등 8∼9명으로 모두 성매매 업소 운영자들이었다.

자갈마당이 성업했던 시기라 성매매 업소는 50여곳에 달했으며 업주들은 매달 조합비 20만∼50만원을 냈다.

철거 앞둔 대구 '자갈마당'[연합뉴스 자료사진]


조합비는 회장 판공비 등으로 사용됐으며 이 중 일부는 경찰 접대비로 흘러 들어갔다고 자갈마당 관계자들은 밝혔다.

A씨는 "당시 회장은 매년 경찰의 날, 휴가철, 설·추석 명절만 되면 임원들을 상대로 '경찰에게 인사차 돈을 줄 것인지'를 물었다"며 "성매매 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불이익을 당할까 봐 조합비와는 별도로 개인 돈 수십만원을 넣은 봉투 10개를 마련해 돈을 줄 경찰관 이름을 적은 뒤 회장에게 건넸다"고 말했다.

이어 "돈 봉투 전달은 회장이 전담했으며 대상은 관할인 중부서와 이곳을 거친 경찰관, 대구지방경찰청 근무자들이다"며 "자갈마당 인근 금은방에 돈 봉투를 맡겨 놓으면 형사들이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또 몇몇 경찰은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 노골적으로 "용돈이 필요하다"고 요구해 30만∼50만원씩을 건넸다고 했다.

A씨는 이 같은 유착으로 조합 임원진들은 성매매 단속 정보를 미리 받아 대비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회장은 경찰과의 유착이 드러날까 봐 나를 포함한 임원진 몇몇에게만 사전에 입수한 경찰 단속 정보를 알려줬다"며 "이 때문에 특정 시간대에는 손님을 받지 않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자갈마당 종사자들의 조폭피해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매매 업소 업주와 경찰 간 유착 폭로까지 나오자 이에 대한 수사에도 나설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경찰 수사 의지에 따라 아직 드러나지 않은 유착 관련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지금은 성매매 업소 운영에서 손을 뗐지만, 전국 집창촌에서는 이 같은 유착관계가 비일비재할 것으로 본다"며 "지금이라도 실태를 밝히고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당시 경찰들에게 현금만 줬기 때문에 지금 와서 당사자들이 부인하면 그만일 수도 있겠지만 경찰이 나를 조사하면 지금까지 겪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진술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절차를 밟아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지방경찰청 전경[연합뉴스TV 캡처]


suho@yna.co.kr sunhy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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