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여인숙 방화로 노인 3명 숨지게 한 60대 징역 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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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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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19일 오전 3시50분쯤 전북 전주시 노송동 한 노후 여인숙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
한밤중 전북 전주 구도심의 한 노후 여인숙에 불을 질러 잠자던 노인 3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60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한 이번 사건 재판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과 검찰은 채택 증거의 신빙성 여부를 놓고 끝까지 유무죄 여부를 다퉜으나, 재판부는 유죄의견을 낸 배심원 평결 내용 등을 인용해 유죄를 인정했다.

전주지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고승환)는 현주건조물 방화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모(62)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8월19일 오전 3시50분쯤 자전거를 타고 전주시 서노송동 한 노후 여인숙을 찾아 불을 질러 투숙객 김모(83·여)씨와 태모(76·남)씨, 손모(72·여)씨 등 3명을 숨지게 한 뒤 달아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이들은 가족 등과 떨어져 홀로 이 여인숙 6.6㎡ 크기의 방에서 보증금 없이 월세 12만원을 내는 ‘달방’ 생활을 하며 폐지, 고철 등을 주워 어렵게 생계를 꾸려온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 김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했는데, 그의 변호인과 검찰은 증거 효력 여부를 놓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변호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여인숙 화재 발화 지점과 원인에 대한 분석이 불가하다고 밝혔다”며 “그런데도 검찰 사건 발생 시간대에 여인숙 앞 골목을 지나간 사람이 피고인밖에 없다는 간접 증거를 내세워 방화범으로 몰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의 운동화와 자전거에 남은 그을음은 일상에서도 충분히 묻을 수 있는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여인숙 두 곳에서 불길이 치솟았다는 목격자 증언과 누전 등으로 인한 실화 가능성이 없다는 화재 감식 결과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방화한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또 “자전거를 타고 1분20초면 지날 수 있는 골목길에서 6분가량 머무른 데다 초기 경찰 조사 땐 이마저도 부인한 뒤 폐쇄회로(CC)TV 영상 증거를 제시하자 인정하는 등 진술을 여러 차례 번복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이 자전거를 집 주변에 은닉한 점, 범행 후 옷가게에서 새 옷을 사 입은 사실, 과거 2차례 방화 전력 등 의심 정황은 이번 사건의 실체를 드러내 준다”고 강조했다.

배심원들은 결국 유죄를 평결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동종 범죄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또다시 범행을 저지른 죄질이 매우 중대하다”며 “이로 인해 투숙객 3명이 사망한 피해는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이 불가능하고 유족도 엄벌을 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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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사회2부 김동욱 기자입니다. 세상을 바로 보고 진실과 소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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