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여인숙 방화' 60대 피고인, 국민참여재판서 징역 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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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2.17. 오전 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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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숙에 불을 질러 투숙객 3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전주지법 제1형사부(고승환 부장판사)는 오늘(17일) 현주건조물 방화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 모(62)씨에 대해 9명 중 8명이 유죄 의견을 낸 배심원 평결을 받아들여 징역 25년을 선고했습니다.

김 씨는 지난 8월 19일 오전 3시 47분쯤 전주시 완산구의 한 여인숙에 불을 질러 투숙객 김 모(83)씨와 태 모(76)씨, 손 모(72)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숨진 투숙객들은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폐지와 고철 등을 주워 고물상에 내다 팔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매달 12만 원을 내고 2평(6.6㎡) 남짓한 여인숙 방에서 숙식을 해결해오다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김 씨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불을 지르지 않았다"며 줄곧 혐의를 부인하다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습니다.

이번 재판에서는 김 씨를 방화범으로 볼 간접증거를 제시한 검찰과 '직접 증거가 없다'고 맞받은 피고인 측이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김 씨 측 변호인은 국민참여재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여인숙 구조물이 무너져 발화 지점 및 발화 원인에 대한 분석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냈다"며 "그런데도 검찰은 사건 발생 시간대에 여인숙 앞 골목을 지나간 자가 피고인밖에 없다는 이유로 방화범으로 몰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골목에 거주하고 있는 모두가 화재 현장에 접근한 사람임에도 이들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피고인 운동화와 자전거에 남은 그을음은 일상에서도 충분히 묻을 수 있는 흔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여인숙 내 두 곳에서 불길이 치솟았다는 주민의 증언과 누전 등으로 인한 실화 가능성이 없다는 화재감식 결과를 종합하면 방화로 보기 충분하다"며 "당시 자전거를 타고 있던 피고인은 1분 20초면 충분히 지날 수 있는 85m 길이 골목에 무슨 이유에선지 6분가량 머물렀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은 초기 경찰 조사 때 해당 여인숙 앞을 지나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가 폐쇄회로(CC)TV 증거 영상을 제시하자 그때서야 인정하는 등 진술을 수차례 번복했다"며 "피고인이 자전거를 집 주변에 은닉한 점, 범행 후 옷가게에서 새 옷을 사 입은 사실, 과거 2차례 방화 전력 등 의심 정황은 이번 사건의 실체를 드러내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과 배심원의 평결을 인용해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배심원은 오늘 재판부가 받아들 수 있는 수준의 평결을 내렸다"며 "투숙객 3명을 사망하게 한 범죄는 죄질이 매우 나쁘며 피고인은 동종 범죄로 처벌을 받은 전력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숨진 이들의 피해는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이 어렵다"며 "유족도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해 피고인의 연령과 성향, 범행 수단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ykyo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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