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조심해. 여우들이 바로 네 뒤에 있어.”

레스터시티가 아스톤 빌라 원정에서 4-1 대승을 거둔 9일 게리 리네커가 올린 트윗이다.

지난 8일 맨체스터 시티가 맨유에 1-2로 덜미를 잡히면서 지난 시즌과 같은 극적인 대역전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리버풀과의 승점차는 14점. 천하의 펩 과르디올라라고 해도 뒤집기 힘든 점수차다. 가장 무섭고, 가장 까다로운 라이벌이 제풀에 무너지면서 리버풀은 한결 여유를 갖게 됐다. 그러나 마라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맨시티가 뒤로 처지자 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레스터시티는 빌라전 승리로 파죽의 8연승을 달리며 리버풀과 8점차 격차를 유지했다. 리버풀과 한 자릿수 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팀이 바로 레스터시티다. 기세도 무섭다. 구단 신기록인 8연승을 달리며 거침없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 리버풀 독주로 싱거워지는 듯했던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이 다시 살아났다는 것을, 여우들(레스터시티)을 만만히 보면 안 된다는 것을 리네커가 경고한 것이다.

레스터시티는 2015~2016 시즌 5000/1의 배당률(확률로 따지면 0.02%)을 뚫고 동화 같은 우승을 차지한 역사가 있다. 레스터시티의 ‘동화 시즌 2’를 써내려가고 있는 주역이 바로 제이미 바디다. 2005~2016 시즌 바디가 11경기 연속 득점 신기록을 세웠을 때 레스터시티는 꿈의 동화를 완성했다. 동화 속 주인공 요정이었던 바디가 올 시즌 다시 폭발하고 있다. 바디는 9일 현재 16골로 2위 타미 아브라함(첼시·11골)을 5골차로 제치고 득점 단독 선두에 올라 있다. 지난 10월19일 번리전을 시작으로 2골을 터뜨린 빌라전까지 8경기 연속 득점 행진 중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8경기 연속골 기록을 두 차례나 작성한 것은 반 니스텔루이(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이어 바디가 두 번째다.

바디는 32살인데도 쇠퇴 기미는커녕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바디가 불 붙었으니 너희 수비는 벌벌 떨리라’는 바디 응원가 그대로다. 로저스 레스터시티 감독은 “바디가 있으면 스트라이커 2명이 있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바디가 엄청난 활동량, 영리하고 위협적인 움직임으로 2인분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얘기다. 바디는 로저스 감독과 찰떡궁합이다. 로저스가 지난 3월3일 지휘봉을 잡은 이후 리그 26경기에서 25골을 터뜨리고 있다. 바디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골을 넣고 있는지는 골당 터치수에서도 잘 드러난다. 아브라함이 36.8개, 아궤로(맨시티)가 34.9개, 오바메양(아스널)이 56.5개, 케인(토트넘)이 58.9개의 터치당 1골씩 터뜨린 데 비해 바디는 터치 21.9개당 1골씩 잡아내고 있다. 로저스는 “바디가 더 빨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빠르다”고 말했다.

바디는 노리치(15일 홈경기)와 맨시티(22일 원정), 리버풀(27일 홈)을 상대로 11경기 연속골에 도전한다. 일정을 감안하면 11경기 연속골 기록이 힘들어 보이지만 ‘그라운드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축구. 더구나 0.02%의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던 바디와 레스터시티다. 리버풀에 겨울과 함께 바디가 오고 있다. “리버풀, 조심해. 여우들이 바로 네 뒤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