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이 기각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뉴시스 DB
구속영장이 기각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뉴시스 DB
박근혜 정부 실세로 군림하며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를 묵인하고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아 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물이자 수사의 마지막 퍼즐인 우 전 수석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전날 오전 10시30분부터 우 전 수석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47·사법연수원 26기)는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날 자정 쯤 특수본이 청구한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영장심사를 받은 뒤 서울중앙지검에서 대기하며 구속 여부를 기다리던 우 전 수석은 곧바로 귀가했다.

앞서 특수본은 지난 9일 우 전 수석에게 직권남용·직무유기·위증 등 8가지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수본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지난해 5월 비선실세 최순실이 관여한 K스포츠재단 사업과 마찰을 빚은 대한체육회에 감찰을 검토하는 등 최씨 이권을 위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다. 또 우 전 수석이 2014년 당시 세월호 수사팀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회에서 거짓증언을 한 혐의도 영장에 청구 사유에 새롭게 추가됐다.

하지만 법원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법리적 지식을 바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소명한 우 전 수석의 손을 들어줬다. 공직사회 감찰 및 인사개입 등은 민정수석 고유 업무라는 우 전 수석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영장실질심사 심리를 맡은 권순호 부장판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권 부장판사는 부산 출신으로 군 법무관을 거쳐 2000년부터 판사로 재직했다. 그는 서울중앙지법, 대구지법, 서울고법, 창원지법, 수원지법 등을 거쳐 지난 2월 법원 정기인사를 통해 서울중앙지법으로 자리를 옮겼다.

권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과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내는 등 대법원 근무 경력도 다수 있으며 2013년과 지난해에는 지방변호사회가 뽑은 우수 법관 중 한명으로 꼽히기도 했다.

권 부장판사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지난 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의료’를 방조한 혐의로 박영수 특검팀이 청구한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의 구속영장도 기각한 바 있다.

당시 권 부장판사는 “영장이 청구된 범죄사실과 그에 관해 이미 확보된 증거, 피의자의 주거, 직업 및 연락처 등에 비춰 볼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이유를 밝혔다.

지난달 31일에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9년 만에 영장이 청구된 김광일(43)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