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김이나' 작사가를 아시나요? 그녀는 아이유의 '좋은 날', '너랑 나'부터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를 포함한 총 300곡 이상의 히트곡을 작업했습니다. 또 '우리 결혼했어요', '해피투게더', '슈가맨',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 다양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죠.

최근에 출연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하스스톤'의 열혈 유저임을 밝힌 그녀. 어렸을 적부터 꾸준히 게임을 플레이했고, 지금까지도 게임을 사랑하는 자신을 '게임러버'라고 소개한 그녀를 인벤에서 직접 만나봤습니다.



■ '김이나',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


Q. 수많은 히트곡과 함께 최근 다양한 TV 프로그램 출연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아직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유저들을 위해 먼저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작사가 김이나 입니다. 뭐라고 설명해 드려야 좋을까요. 79년생에, 노익장을 과시하는 '게임러버' 이자, 노랫말을 쓰는 사람이고, 유부녀고,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고, 아직 철이 없고, 하스스톤 플레이어이자 전직 와우저였어요. '대격변' 때 85레벨 찍었고…. 그 정도?


Q. 최근에는 TV 출연도 늘어서 더 바빠졌을 것 같아요. 요즘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일상이 똑같아요. 사실 방송을 하다 보니,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되게 많이 바빠졌다던지, 삶의 패턴이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그런 건 그냥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일이고, 실제로는 계속 집과 작업실, 녹음실을 오가고 있어요. TV에 노출이 많이 되니 오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정말 1주일에 한 번 녹화하는 정도? 아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요.

▲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김이나 작사가 (출처: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중)


Q. 인벤에 대해서는 혹시 전부터 알고 있었나요?

네! 특히 '하스스톤 인벤'의 '덱 상담 게시판'도 자주 보고, 그리고 가끔 선수들 덱도 올라오잖아요? 그런 정보를 자주 찾아봐요. 물론 내가 하면 망하지만(웃음). 그리고 게임 하다가 '핸드 파괴'를 당하거나, 이런 전략에 당하면 '나도 한번 해봐야지' 싶어서 검색도 해보고 그러고 있어요.


Q. 그렇다면, '하스스톤'을 플레이할 때 주로 '카피덱'을 사용하는 편인가요?

그나마 카피덱을 쓰면 다행인데, 제가 자꾸 창작을 하고 싶어해요. 그런데 그게 다 'X티어'더라고요(웃음). 절대 위로 못 올라가는, 그런데 막 이걸로 하고 싶은, 그런 욕심이 많다고 할까요? 항상 망하기는 하는데, 막상 해보면 재밌어요. 가장 좋아하는 건 '리노 잭슨'을 사용하는 덱이고,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하수인이 많이 모였을 때 '메디브의 메아리'를 쓸 때에요. 쾌감이 끝내주죠.


Q. 얼마 전 방송을 통해서도 열렬한 '하스스톤 팬'임을 공식적으로 인증했죠.

네. 방송을 보시곤 매번 '따효니' 선수 팬이냐고 많이 물어보시는데, 실은 '플러리', '스틸로' 선수를 좋아해요. 차분하게, 별 미동 없이 플레이하는 그런 모습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어요. 옛날에 스타크래프트 임요환 선수처럼요. 인터넷 방송 중에서는 '쥬팬더'의 방송을 좋아해요.

▲ (좌부터) '플러리' 조현수, '스틸로' 조강현, 'BJ 쥬팬더' 박성영


Q. 하스스톤 선수들의 방송이나 다른 인터넷 방송에서 '이나이모'로 불리며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직접 개인방송을 해볼 생각은 없나요?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해봤어요. 하스스톤을 플레이한다고 해도 훨씬 잘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리고 최근에 더 느끼는 건데, 제가 나이가 있다 보니 사람들이 편하게 못 해요. 물론 예의를 갖춰준다는 거기는 한데, 인터넷 방송 특유의, 서로 격 없이 대화하며 즐기는 그런 재미에는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30대 초반 정도면 또 모르겠는데 너무 확 어른이다 보니까(웃음). 회식 자리에 부장님이 껴 있는 것 같은 느낌이죠. 제가 있건 말건 크게 상관 안 하는 그런 분위기가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보기만 하는 방송들도 많고요.


Q. 인벤에서도 하스스톤 방송을 자주 합니다.

알죠! '하스돌' 방송도 본 적 있어요. '증오의 8인'이랑, 공혁준 소개팅 방송도 너무 웃겼어요. 저는 TV를 거의 안 보고, 인터넷 방송만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 최근에 출연했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본방송도 안 봤어요. 모니터를 해야 하는데, 잘 못하겠더라고요. 잘 못하면 알아서 잘리겠죠 뭐(웃음).



■ 성공한 음악인 '김이나', 그녀가 말하는 작사가



Q. 최근 근황을 들었으니, 작사가의 길을 걷게 되기까지의 과거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평범했어요. 공부도 적당히 하고, 크게 주목받는 일도 없었고요.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던 건 아닌데, 워낙 '가요'를 좋아했어요. 그리고 어떤 가수를 좋아하는 것보다 '그것을 만든 사람들'에 관심이 많았죠. 그래서 학생 때부터 그런 대중문화 컨텐츠를 만드는 스탭 중에 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게 공연 디자이너가 될 수도 있고, 앨범 재킷 디자이너가 될 수도 있었는데, 당시에는 작사·작곡가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그런 이유로 음악과 관련된 곳에 입사원서도 많이 내보고 그랬어요. 그런데 그런 곳은 유난히 경력직을 선호하는 분위기라, 안되는 경우가 많았죠. 일단 돈을 벌 수 있는 회사에 취직하고 계속 이직하다 보니, 하게 된 일이 모바일 컨텐츠 회사에서 벨소리를 담당하는 일이었어요.

어떻게 생각하면 '음악이 꿈이었는데, 안돼서 결국 이런 일을 하고 있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저는 계속 꿈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비록 조금 다른 업종이라도, 저 자신이 음악 일에 종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졌고, 그러다 보니 점점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었죠.

그런 과정 중에 김형석 작곡가님을 만났고, 작사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작사가가 됐다고 회사를 바로 그만두지는 않았어요. 처음부터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직업이 아니거든요. 처음에는 저작권료로 몇만 원 들어오는, 그 정도? 그렇게 계속 기존 직장과 작사가 업무를 겸하다가, 결혼 후 1, 2년쯤 뒤에 저작권료가 제 월급보다 많아지는 시점이 온 순간에 회사를 그만뒀어요. 두 업무를 겸하기에는 또 벅찬 시기였거든요.


Q. 인벤 유저들 중에서도 김이나 작사가처럼 '성공한 작사가'를 꿈꾸는 유저들이 있을 수 있는데요. 그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잘 관찰하는 자세인 것 같아요. 보통 하나의 사건을 '옳고 그르다'라는 확실한 경계를 두고 양분해서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서로 엇갈린 두 가지 입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헤아릴 수 있는, 그런 습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보이지 않는 면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면 글을 쓸 때 도움이 많이 될 거에요.


Q. 300곡 이상의 곡들을 작업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일들이 있었을 텐데, 그중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아브라카다브라' 작업 중에는 녹음실 전구가 전부 '펑!' 터지는 일이 있었어요. 뮤직비디오 촬영 때는 조명 3개가 터지기도 했죠. 아무래도 신곡에 얽힌 '속설' 같은 것이 있다 보니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하면 유저들은 뻔하다고 말하는 분이 많아요. 그래도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정말 그런 것이 있나? 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아브라카다브라' 때처럼 무슨 사건이 일어나야 노래가 뜬다는 속설 때문에 괜히 '귀신 소리' 같은 것은 안 들리나 기대하기도 하고, 아무 사건도 없이 잠잠하게 진행되면 오히려 불안하고(웃음), 그랬던 기억이 있어요.


Q. 앞으로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가수가 있다면?

가수 '백지영'씨요. 이전에 조용필, 임재범, 이선희 선배님들과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거장'이라고 불리는 가수들은 가창력은 물론, 가사를 대본처럼 표현하는 능력이 있다고 느꼈어요. 제가 직접 노래를 부르는 입장이 아니기에 가사만으로는 노래를 전부 표현할 수 없는데, 가사 속에 담은 그런 감정들을 글씨처럼 생생하게 표현해주시는 가수들이 있어요. 작사가로서 그런 노래를 들으면 카타르시스를 느끼죠.

그런 면에서 백지영씨는 대사처럼 가사를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생각했어요. 항상 '노래 창작'의 정점은 결국 가수가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것들을 충족시켜주는 가수의 노래를 들으면 완전히 새로운 창작물을 듣는 기분이 들어요.



■ 한 명의 '게임 유저' 김이나, 그녀가 생각하는 '게임'



Q. 평소에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네.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어요. 국민학교 다닐 때 였는데, 당시 8비트 게임기가 있을 시기였거든요. 그때부터 네 살 터울 정도의 사촌 동생하고 계속 게임을 했죠. 동생도 저처럼 게임을 엄청 좋아했는데, 게임 실력도 좋았어요. 얼마 전에는 둘이 하스스톤 경기 직관도 하고 왔고요.


Q. 가장 처음에 했던 게임도 기억하고 있나요?

기억나죠. 요술나무, 마성전설, 남극 탐험, 빵 공장, 서커스, 올림픽… 이런 것들이 8비트 게임기 팩으로 나온 게임이었고, 다음에 재믹스로 갤러그 같은 거 했었죠. 이런 게임들을 정말로 좋아했었어서, 요새도 다시 할 수 없나 찾아보는데 찾기가 영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당시에는 게임팩을 책 대여해주는 것처럼 빌려주는 곳이 있었어요. 지금은 갤러리아 백화점, 옛날에는 한양 스토어란 이름이었는데, 거기 1층에 가면 게임팩도 빌려주고, 우표도 팔고 했었거든요. 갈 때마다 주인아저씨에게 뭐 재밌는 게임 안 들어왔느냐고 물어보고, 마치 예전 'SNL'에서 한창 인기였던 게임가게 느낌이었어요.

▲ 김이나 작사가의 유년기는 8비트 게임들과 함께였다.


Q. 그러면 '하스스톤' 이외에 가장 최근에 즐겼던 게임은 어떤 게임인가요?

주로 모바일 게임을 많이 해요. 가장 최근에 한 거는 '클래시 로얄'이고, '식물 대 좀비' 같은 게임도 할 거 없을 때 한 번씩 하는 편이고요. PC로는 하스스톤 하기 전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정말 열심히 했었어요. 밤새가면서, PC방에서 라면 먹으면서 레벨업하고 그랬죠. 그런데 그때가 또 가사를 제일 많이 쓸 때였어요(웃음). 유일한 취미랄까요? 밖에서 술 마시거나 하지를 않으니까. 게임이 저의 유흥이죠.


Q. 게임을 참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네. 반면에 저희 남편은 게임을 별로 안 좋아해요. 평소에는 남편하고 다툼이 거의 없는 편인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있었던 부부싸움이 남편한테 스타크래프트를 가르쳐줄 때였어요(웃음). 너무 못하길래 한번은 크게 화를 내고, 남편도 '처음 하는데 그럴 수도 있지'라며, 다시는 안 하겠다고 화를 냈었죠. 뭐 그렇다고 제가 게임하는 것을 말리지는 않아요. 서로 좋아하는 것을 존중해주고 부족한 부분을 이해해주는 편이에요.


Q. 앞으로 출시를 기대하고 있는 게임이나, 해보고 싶은 게임이 있다면?

지금 당장은 '하스스톤' 하나를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조금 벅찬 느낌이에요. 반면, 다양한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는 건 아직도 재밌는데, 그중에서도 '스타크래프트'는 선수전을 보기에 최적화된 게임이었다고 생각해요. '하스스톤'도 물론 그렇고요. 선수 대 선수의 경기를 방영했을 때, 정말 '스포츠'처럼 느껴지면서 두 명의 선수가 진지하게 자신의 기량을 겨루는, 마치 바둑을 두는 것 같은 그런 부류의 게임들이 좋아요.

▲ 바둑처럼, 서로의 기량을 겨루는 진검승부가 그녀의 취향 (사진출처: 네이버 '이세돌 VS 알파고 중계)


Q. 최근 국내 게임산업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이 많아졌는데, 현재 상황에 대해 게임을 사랑하는 한 명의 유저로서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근래에는 '스타크래프트'의 인기 때문에 그나마 나아졌지만, 게임이라는 게, 혼자 밖으로 안 나가고 가상의 세계에서 하는 무엇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안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아요. 사람 제각각의 성향이 다르듯, 똑같은 취미의 하나로서 받아들이는 게 맞지 않을까요?

가끔 TV를 보면 범죄자가 나오고, 그 범죄의 원인이 평소 즐기는 '폭력적인 게임 탓'이라고 말하는 뉴스가 보일 때가 있거든요. 폭력적인 장면을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매체가 있고 원인이 있을텐데, 그중에서 유독 게임을 짚어서 이야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보다 술을 마시고 저지르는 범죄 같은 것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옛날부터 남이 보기에 생산적이지 않아 보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잘못된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게 대체 무슨 쓸모가 있어?'라고 말하는 것들인데, 제 주변에서는 '가요'가 그런 취급이었어요. 다들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분야가 있고, 그런 것들에 열중하는 사람들은 정말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돌이킬 수 없는 세상인데,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서 인생을 사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닐까요? 물론 그런 것만 하느라 아무것도 못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요.


Q. 과거로 돌아가거나, 직업을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길을 선택하고 싶나요?

음악을 더 열심히 공부해서, '작곡'도 할 줄 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이번 생에 제가 선택한 이 길에 후회는 없어요. 작사가라는 직업도 너무 좋고, 매일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시간을 돌려 과거로 간다면, 다시 '빽도' 하는 느낌일 것 같아요. 뭐 정말 될 수만 있다면, 머리가 엄청 좋아져서 '물리학자' 같은 직업을 갖고 싶어요. 멋있잖아요(웃음).


Q. 앞으로의 포부나 목표, 꿈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저는 되게 멀리를 바라보거나 '이 다음에 어떤 것을 할거야'라는 생각을 많이 안 했어요. 일단 당장 주어진 일이나, 멀어도 다음 달에 해야 할 일을 준비하는 정도였죠. 정말 미래에 어떤 일을 하겠다는 것보다, 지금 당장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인벤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합니다.

인벤에서는 정말 좋은 정보를 많이 얻고 있는데요. 검색만 하면 정리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좋은 글을 올려주시는 유저분들에게는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저는 일상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게임을 좋아한다는 것 자체는 굉장히 건강한 취미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술을 많이 마시거나 하는 것보다 훨씬 안정적인 취미일 수 있는 거거든요. '나는 게임 같은 것만 좋아하는 것 같아'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마흔이 다된 저도 게임을 정말 좋아하니까, 같이 계속 게임을 즐기면서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 석준규 기자 (lass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