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바다 물빛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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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옥 부경대 교수·해양학

 아주 오랜 세월동안 바다 표면의 매우 얇은 수층에 숨겨져 있던 비밀이 과학자들의 관심으로 빛을 보기 시작했다. 다양한 바다의 색은 그 아름다움 때문에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거나 찬사를 받기도 한다. 제주도 해변의 에머랄드빛과 동해의 검푸른 쪽빛, 동중국해역의 쿠로시오 해류의 매력적인 청람색도 아름답거니와 카리브해의 초록에 가까운 투명한 물빛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처럼 해역에 따라 바다가 다양한 색을 나타내는 데는 바닷물의 영양염이나 식물 플랑크톤이 주요한 원인이 된다고 믿어왔다.

자외선 차단막 용존 유기물

그러나 최근 카리브해 근처의 조해(藻海·Sargasso sea)를 조사하던 산타 바바라 대학의 Norm Nelson은 이 해역의 물빛을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이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해양의 표면 수층에 있는 용존 유기물이었다. 특히 용존 유기물 중에 자외선과 가시광선을 흡수할 수 있는 유기물(CDOM·Chromophoric Dissolved Organic Matter)이 있는데, 이들이 조해의 바다색을 결정하는 주요한 원인이었다. 이렇게 해양의 용존 유기물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바다 표면의 얇은 막에 존재하는 유기물은 아직 조성이나 생성과정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았지만, 자외선과 가시광선 영역의 푸른빛을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시료 채취 방법으로는 표면의 얇은 막의 유기물을 채수할 수 없었고, 아주 낮은 농도로 여러 가지 물질이 존재하여 더욱 힘든 연구 분야였다.

이런 용존 유기물은 해수면 아래 광합성 생물들이 사용할 수 있는 빛의 파장과 세기를 조절한다. 즉 여름철의 강한 자외선을 차단해주기도 하고, 광합성에 필요한 빛의 성질을 바꾸기도 한다. 마치 투명한 차단막처럼 수생 생물을 유해한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해 주기도 하는 이 물질은 사실 기후 조절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유기물은 태양광에 의해 지구 온난화 기체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구름을 만드는 황화합물의 생성에도 영향을 준다. 또한 광합성에 필요한 철분의 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이 유기물은 단순히 빛을 흡수하는 데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반응을 통해 만들어 낸 산물들이 기후 및 해양생물의 환경조건까지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용존 유기물은 주로 박테리아의 분해 과정 중에 생겨나기도 하고 식물 플랑크톤에 의해 분비되기도 한다고 알려졌고, 여름철 강한 자외선에 의해 상당 부분 광분해로 인해 감소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이러한 자외선을 흡수하는 물질은 짧은 시간에 만들어 진 유기물이 아니고 오랜 시간에 걸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유기물은 위도가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높은 농도로 분포하며 해빙의 표면에 매우 고농도로 농축되어 있다.

해양 생명과정 신비 풀기 작업

나뭇잎이나 다른 자연적인 유기물이 분해되어 강으로 유입하면, 강물이 노란빛을 띠게 된다. 이러한 강과 연안의 유기물은 그 기원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반면에 해양 기원의 용존 유기물질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매우 적다. 이는 바닷물의 높은 염분과 유기물의 낮은 농도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의 과학재단과 항공우주국은, 자외선을 흡수하는 해양 기원 유기물의 분포를 표층 뿐 아니라 수면 아래 깊이까지 조사하기 위한 '기후변동과 예측 가능성 위원회'의 해양 조사를 지원하기로 하였다. 이 연구만으로 자외선을 흡수하는 유기물의 정체를 낱낱이 파헤치기는 아직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현장조사를 통해 얻어진 자료는 해양의 중요한 생산자인 해양 식물의 총량과 분포를 알아보는 데 필요한 엽록소의 정확한 측정을 위해 많이 쓰이고 있는 위성 자료를 보정하는데 귀중한 자료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노력들이 해양의 생명 과정에 대한 신비를 풀어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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