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나치 망령'…전 세계서 들끓는 반(反)유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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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1.01. 오후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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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에서 최근 1년 반유대주의 범죄 '급증'
칼럼니스트 "반유대주의는 사회가 안정잃은 큰 증상"
(자료사진)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밤 미국 뉴욕주(州) 몬시에서는 유대교 축일 하누카를 기념하던 한 랍비의 자택에 괴한이 침입해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 그래프턴 토머스는 문을 닫은 뒤 "너희들 중 그 누구도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했고, 이후 이어진 무차별 공격에 최소 5명이 부상했다.

용의자는 자택 옆 시너고그(유대교 회당)까지 진입하려 했지만 불가능하자 차를 타고 도주했다. 이후 그는 뉴욕시에서 붙잡혔다. 토머스의 가족은 그가 정신질환 등을 앓고 있었다고 말했지만 미 당국은 반(反)유대주의 증오범죄 혐의를 적용했다. 토머스는 온라인에서 '히틀러'나 '나치' 등을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에서 갈수록 반유대주의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2018년 11월 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시너고그에서는 40대 백인 남성이 "유대인은 모두 죽어야 한다"고 소리치며 총기를 난사해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4월엔 피츠버그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용의자가 캘리포니아에서 범죄를 저질렀고, 지난달 초엔 뉴저지주 저지시 유대인 음식(코셔) 식품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있었다.

1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유대인 커뮤니티는 미 전역에서 늘어난 반유대주의 공격에 공포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뉴욕시에서는 반유대주의 범죄가 최근 1년간 무려 21% 증가했다. 미국의 최대 유대인 단체 반명예훼손연맹(ADL)은 미국에서만 반유대주의 범죄가 두 배로 늘었다고 집계했다.

릴리전뉴스는 독일 동부도시 할레에 있는 시너고그에서도 치명적인 증오 범죄가 발생하는 등 미국과 유럽에서 유대인에 대한 신체적, 언어적 공격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는 유대인 학생 89%가 반유대인 모욕을 받았다고 보고했으며, 2003년 이후 10여명의 사람들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모두 전 세계에서 발발한 유대인 대상 범죄 중 일부다.

칼럼니스트 프리다 기티스는 CNN 오피니언란에 실은 글을 통해 반유대주의 공격은 사회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험 신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 문제를 단순한 유대인 문제나 극단주의적 사고로 여긴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반유대주의는 더 큰 사회 문제의 증상이다. 유대인들은 '탄광 속 카나리아'와 같다"고 말했다. 탄광 속 유해가스를 미리 감지하는 역할을 했던 카나리아처럼, 지역이나 국가 사회가 안정을 잃었음을 알려주는 조기 신호라는 설명이다.

기티스는 "그 어떠한 집단에 대한 증오 범죄도 용납될 수 없다. 그러나 반유대주의 범죄가 극적으로 증가한 것은 사회가 분열됐고 등을 돌린다는 번쩍이는(경고해주는) 불빛"이라며 "미국은 이 위기를 단호하게 방어하고, 조사하고, 기소하고, 교육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WP는 급증한 유대인 대상 범죄에 법 집행당국이나 주지사 등 선출직 공무원 등은 대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랍비 자택에서 발생한 사건 뒤 뉴욕 경찰 국장은 코셔 식품점 총기난사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일어난 범죄를 믿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빌 드 블라시오 뉴욕시 시장은 유대인 밀집지역에 경찰력 투입을 늘리겠다면서 뉴욕과 여러 곳에서 일어나는 이 일들을 "반유대주의의 위기"라고 표현했다.

블라시오 시장은 또 "최근 몇년 사이 이 나라 전체에 증오의 분위기가 퍼져나가고 있다. 그중 많은 것이 워싱턴에서 나오고, 우리 모두한테 영향을 끼친다"고 말하기도 했다. 블라시오 시장과 민주당 의원들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대담하게 만들고 증오 행위를 용인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미사여구가 범죄를 촉발했다고 규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비난을 일축했다.

그는 지난해 8월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히스패닉을 대상으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뒤 자신의 언어가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다"며 "우리나라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이번 랍비 자택에서 일어난 무차별 범죄에는 "몬시의 반유대주의 공격은 끔찍하다. 우리는 모두 함께 모여 반유대주의의 악랄한 재앙에 맞서 싸워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사진) © AFP=뉴스1

이러한 가운데 웨스트버지니아주 교도관양성 사관학교에서는 생도 34명이 나치식 경례를 하는 사진이 공개돼 논란을 빚는 일이 있었다. 지난달 초 공개된 해당 사진에는 '버드 만세'(Hail Byrd)라는 문구도 붙어 있었다. 하일(Hail)은 나치식 구호(Nazi salute)이며 버드는 생도들을 지도한 교관의 이름이다.

해당 사안을 수사하고 나온 보고서는 생도들이 나치식 경례의 의미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해당 행동에는 인종차별적인 의도는 없었다고 결론냈다. 그러나 웨스트버지니아 주지사는 생도 전원에 대한 퇴출을 승인했으며, 사건과 관련된 교관 7명은 해고 또는 무급정직 처분을 받았다.

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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