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21:45 (금)
실시간뉴스
태백산, 새해 아침에 만나는 순백의 설국
상태바
태백산, 새해 아침에 만나는 순백의 설국
  • 유인근
  • 승인 2020.01.01 06: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태백산 천제단. 새해가 되면 태백산 정기를 받기 위해 이곳을 찾아 기도를 올린다.
태백산 천제단. 새해가 되면 태백산 정기를 받기 위해 이곳을 찾아 기도를 올린다.

 

[푸드경제 유인근] 누구나 겨울철 산행은 꺼리기 마련이다. 추운 날씨로 인한 위험요소가 적지 않아서다. 그렇지만 '겨울'이기 때문에 꼭 가봐야 할 산이 있다. 매서운 칼바람에도 설경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 바로 태백산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겨울 명산'으로 꼽히는 태백산은 백두산에서 뻗어내린 백두대간의 중간 허리로, 길이 험하지 않아 누구나 부담 없이 산행을 즐기기에 좋다. 그리고 겨울이면 순백의 설국(雪國)이 펼쳐져 최고의 풍광을 선사해주기 때문에 겨울 명산으로 통한다.

게다가 우리 민족의 기원인 단군신화의 무대이자 눈꽃과 일출이 아름다워 활기찬 새해맞이로 제격이다.

◇늠름하다 주목,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태백산은 남한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산이다. 신비로운 '태백산'이란 이름이 주는 위압감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 쉽다. 하지만, 태백산을 오르는 것은 의외로 쉽다. 산 정상은 해발 1567m에 달하지만 비교적 산세가 완만하고 위험한 구간도 없어 눈 쌓인 추운 겨울에도 산행을 즐기기에 부담 없는 곳이다.

겨울에 더 태백산을 찾는 이유는 무엇보다 설경이 으뜸이기 때문이다. 원래 태백 지역은 적설량이 많고 한번 내린 눈이 잘 녹지 않기에 태백산에서는 2~3월까지 수월하게 눈꽃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주목이 군락을 이룬 정상 주변 능선의 설경은 국내 최고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눈을 흠뻑 뒤집어쓴 주목 군락과 하얗게 상고대가 핀 순백의 세상은 자연이 얼마나 위대한 화가인지를 실감나게 해준다.
 

천제단에 오르려면 거칠기로 유명한 태백산 바람을 뚫고 가야 한다.
천제단에 오르려면 거칠기로 유명한 태백산 바람을 뚫고 가야 한다.

 

산행은 보통 유일사매표소에서 장군봉 정상에 오른 뒤 천제단을 거쳐 당골로 하산하는 코스가 일반적이고 쉽다. 왕복 4~5시간이면 충분히 산행을 마칠 수 있다. 초입부터 이어지는 완만한 오르막길을 따라 정상을 향해 올라가다 보면 주변이 온통 눈부신 설경이다.

나뭇가지마다 눈꽃이 활짝 폈다. 나뭇가지에 하얗게 핀 눈꽃은, 실은 공기 중 수중기가 나뭇가지에 붙어 하얗게 얼어버린 나무서리(상고대)다. 한 줄기 겨울햇살에도 반짝반짝 빛을 내는 눈부신 풍경에 절로 신이 나서 아이젠을 하고 오르는 언덕길이 힘든 줄 모른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태백산의 자랑인 주목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흔히 주목을 두고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고 표현한다. 주목은 살아서도 늠름한 자태가 멋이 있지만 죽은 고사목도 그 쓸쓸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말라죽은 주목도 천년은 서서 버틴다고 하니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태백산에는 모두 4000여 그루의 주목이 있다. 짧게는 수령 30, 40년생부터 길게는 1000년에 이르는 노목도 있다. 근육질의 잘 생긴 주목마다 주렁주렁 하얀 얼음 꽃을 피웠다. 살아생전 자연에 순응하며 바람에 휩쓸린 모습 그대로 서있는 고사목들도 하얗게 눈을 뒤집어썼다.

◇해돋이 으뜸 명소, 수천수만의 산봉우리에 감탄
 

태백산 정상에서 본 웅장한 설경.
태백산 정상에서 본 웅장한 설경.
정상에서 바라본 산봉우리들.
정상에서 바라본 산봉우리들.

 

정상에 있는 태백산 천제단은 해돋이 으뜸 명소다. 한겨울 이곳 주변의 바람은 거세기로 유명하지만 많은 이들이 천제단에 서기 위해 거친 바람을 뚫고 태백산을 오른다. 이곳에 서면 아스라이 펼쳐진 수천수만의 산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뚝우뚝 솟은 산봉우리들을 발 아래로 내려다보니 절로 호연지기(浩然之氣)가 느껴진다. 천제단에서 일출이라도 맞이하게 되면 그런 기분은 더욱 커진다.

옛 사람들은 우리나라 산들 중 태백산에 가장 큰 정기가 서려 있다고 믿었다. 그 영롱한 기를 받고자 많은 무속인들이 요즘에도 천제단에 올라 기도를 올리곤 한다. 어디 무속인들 뿐이랴. 새해 정초가 되면 정치는 물론 재계 인사들까지 태백산 천제단을 찾고, 기업들은 신년 시무식이나 직원단합 등반대회를 위해 분주한 발걸음으로 이곳을 찾는다.

태백산이 민족의 영산으로 불리는 것은 단군신화를 통해 환웅이 3000명의 무리를 거느리고 도착한 곳이 태백산 신단수 아래라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천제단은 하늘로 통하는 길, 신과 인간이 만나는 곳이다. 새해가 되면 그 기운을 받기 위해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하산길은 천제단에서 당골 방향으로 잡으면 된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수양대군에 의해 억울하게 죽은 뒤 태백산 산신이 된 단종을 기리는 단종비각이 있고, 오대산 월정사의 말사인 망경사를 지나 1시간 쯤 더 내려가면 종착점인 당골광장이다. 이곳에선 해마다 이즈음이면 태백산눈축제가 열려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거대한 눈 조각품이 인상적이다.

글 사진 | 유인근(스포츠서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