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식약처 “예측할 수 없는 부작용 사례 확인…복용 말아달라”

개구충제 펜벤다졸이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마지막 희망을 잡아보려는 암환자들의 ‘자발적 임상’이 의료계는 물론 온 사회를 뒤흔들었다. 1인 1개소법 합헌, 66년만에 낙태죄 위헌, 맘모톰 소송 등 의료 관련 법 이슈도 끊이지 않았다.
의료 인력난은 최악으로 치달았으며, 국립의료원 윤한덕 응급의료센터장과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의 사망으로 의사들의 과로와 안전이 이슈화됐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 논란에서는 조 장관 딸의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다사다난했던 2019년 의료계, 청년의사가 10대 뉴스로 정리했다.

유튜브에 2018년 ‘네이처’에 반려견 구충제 성분인 펜벤다졸의 항암효과와 관련된 논문이 실렸고 구충제를 복용한 암 환자가 완치됐다는 블로그가 소개되며 전세계가 펜벤다졸로 술렁이고 있다.

특히 폐암으로 투병 중인 개그맨 김철민씨가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있다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품귀현상이 발생할 정도로 이목이 집중됐다.

방사선종양학 전문의인 A씨는 자신이 개설한 의원 유튜브 채널에 펜벤다졸 복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또한 자신을 의료 전문가라고 소개하거나 의사임을 밝히며 펜벤다졸이 항암제로서 이상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펜벤다졸의 복용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는 정부나 의료 단체의 목소리는 오히려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유튜브에 ‘OOO내과TV’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유튜버 A씨는 자신을 뉴욕대 화학과 박사 출신의 미국 내과 전문의로 소개하며, 암 환자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여 정부가 펜벤다졸에 대한 임상시험을 추진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부추기기까지 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네이처 논문에서 펜벤다졸의 항암작용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면서 “미세소관 억제로 암세포 증식을 막고, 다제약제내성을 회피할 수 있는 분자적 성능, 당대사를 억제해 암세포의 방어 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펜벤다졸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알벤다졸’이나 ‘메벤다졸’도 동일한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사람들이 펜벤다졸을 찾는데 메벤다졸이나 알벤다졸도 그 구조가 99%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어 이미 사람에게 복용이 허용된 메벤다졸이나 알벤다졸의 경우 펜벤다졸과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방사선종양학 전문의인 B씨는 유튜브 채널에서 펜벤다졸의 안전성을 강조하며, 복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의사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B씨는 진행이 빠르고 다발성 전이암인 환자들에게는 펜벤다졸 222mg(1g 과립제품 기준)을 하루 4회씩 3주동안 매일 복용하고, 3주가 지난 후에는 하루 1~2회 각 222mg을 3일 간 복용하고 4일 쉬도록 권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대한종양내과학회 등은 예측할 수 없는 부작용을 우려하며 여전히 복용을 중지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복용하겠다’는 심정은 이해는 하지만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암이 나았다는 사례는 집단 비교를 거친 임상시험 결과가 아니라 개인 경험에 의한 사례 보고이므로 근거가 미약하다는 게 의협의 지적이다.

종양내과학회도 구충제를 복용한 환자들 중 장이 괴사하는 등 부작용으로 응급실에 실려 와 입원치료를 받는 사례들이 있다며 복용 중단을 권고했으며, 식약처는 의약품은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 증명해야 허가되는 만큼 항암제로 허가를 받지 않은 ‘펜벤다졸’을 절대로 복용하지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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