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김모 씨도 “이달 초 알벤다졸 성분 구충제를 10~20통씩 사가는 손님들이 꽤 있었다”며 “수요가 많아서인지 도매상들도 ‘소량 공급만 가능하다’는 공지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암 환자들 사이에서 강아지 구충제가 항암효과가 있다는 낭설이 유튜브를 통해 퍼진 데 이어 최근에는 사람용 구충제를 찾는 암 환자들이 늘고 있다. 1~2알에 1000원 정도로 가격이 저렴한데다 사람이 먹어도 안전하다는 인증이 된 의약품이라는 이유에서다.
마더스제약에서 판매하는 ‘알킬정’은 올 11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5% 늘었고 현재는 일시 품절됐다. 유한양행의 ‘젠텔’도 지난달 말 품절돼 26일 재입고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품절이 되는 약품이 아닌데 지난달 순간적으로 많이 팔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보건당국은 알벤다졸도 항암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알벤다졸도 펜벤다졸처럼 항암제로서 유효성이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알벤다졸을 오래 섭취하면 간 독성이나 골수독성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시중에는 이미 더 좋은 효과가 검증된 항암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암환자들은 “오죽하면 구충제에 목숨을 걸겠느냐”고 하소연한다. 기존 항암제보다 효과가 좋은 신약은 고가(高價)라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백진영 한국신장암환우회 대표는 “신약인 면역항암제는 약값이 월 1000만 원 이상 나가 암보험이 없는 환자는 쓰기 어렵다”며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높이더라도 면역항암제 급여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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