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개 구충제 펜벤다졸 논란, 식약처 제 역할 다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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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1.30. 오전 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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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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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벤다졸 성분의 개 구충제 '파나쿠어'

 


동물 구충제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습니다. 펜벤다졸 성분의 동물 구충제 파나쿠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암 환자가 복용을 하면 안된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암 환자들은 유튜브와 개인 블로그에 지금도 복용 후기를 꾸준히 올리고 있습니다.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이냐고요? 의사나 약사가 아닌 제가 맞다, 아니다,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다만 복용 후 증세가 호전됐다는 암 환자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심지어 이번 펜벤다졸 논란의 시작이 된 미국인 '조 티펜스'는 펜벤다졸 복용과 항암치료 덕분에 암을 완치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확인되지 않은 부작용 가능성도 있습니다. 동물 구충제가 암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사람들은 궁금합니다. 암 환자나 그들의 가족들은 궁금한 정도가 아니라 절박합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커지자 식약처는 지난 10월 28일 답을 내놨습니다.

10월 28일 배포된 식약처의 펜벤다졸 관련 보도자료

"동물용 구충제, 동물에게만 허가된 약입니다."
"펜벤다졸을 암 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펜벤다졸의 항암효과는 사람이 아닌 세포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로 암 환자가 복용하면 안 된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식약처의 이런 발표 내용, 이미 암 환자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식약처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경고했습니다.

식약처의 펜벤다졸 관련 보도자료 中

그런데 말기 암 환자들은 식약처의 이런 당부가 아무 의미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말기 암 환자들 길게는 반년, 짧게는 2~3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받습니다. 병원에서도 더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겁니다. 이런 시한부 환자들에게 신경, 혈액, 간 손상이 우려되니 복용하지 말라는 식약처의 입장, 설득력이 있을까요? 한 암 환자는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놔두면 팔 전체를 잘라야 하는 환자에게 이 약을 먹으면 손가락을 못 쓰게 될지 모르니 사용하지 말라는 말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입니다.

식약처의 펜벤다졸 관련 보도자료 中

식약처의 입장 중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또 있습니다. 동물 실험 결과로 '간 종양을 촉진 시킨다는' 펜벤다졸의 부작용을 확인했다는 겁니다. 동물 연구 결과라 사람에게도 똑같은 효과를 입증할 수 없다고 하더니 부작용은 동물 연구 결과를 그대로 인정한 겁니다. 혹시 모를 인체 부작용 가능성을 경고하기 위해서였겠지만, 펜벤다졸의 항암효과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모순이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암 환자들이 바라는 답변은 따로 있다.

부작용이 우려되니 복용하지 말라는 말은 수많은 암 환자들의 고민을, 전혀 고민하지 않고 내놓은 답변입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복용하면 안 된다는 답변 역시 마찬가집니다. 현재 식약처의 입장대로라면 정부가 임상시험을 해야 할 이유가 없고, 나서는 제약회사도 없으니 이 펜벤다졸은 앞으로도 계속 사람이 복용하면 안 되는 약품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펜벤다졸을 복용하는 말기 암 환자들 점점 늘고 있습니다. 유튜브와 인터넷 검색만 해도 얼마나 많은 환자가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동물구충제 펜벤다졸, 비슷한 성분의 사람용 구충제가 있습니다. 바로 알벤다졸과 메벤다졸, 플루벤다졸 성분의 구충제입니다. 성분이 비슷하다는 것은 분자 구조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펜벤다졸·플루벤다졸·메벤다졸·알벤다졸 분자구조

펜벤다졸과 마찬가지로 실험과 연구를 통해 항암효과가 있다는 것도 어느 정도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국내 연구 논문도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김영태 교수가 2009년부터 2년 동안 정부 지원을 받아 진행한 실험, 실험용 쥐에 알벤다졸을 투약해 항암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알벤다졸 항암효과 국내 연구 논문

연구결과 요약문 중 활용계획 부분
[누드마우스를 이용한 실험동물 난소암 모델에 알벤다졸의 암세포 억제 효과 및 복수 형성 억제효과를 in vivo 동물실험결과를 통해 규명하였으며 이를 통해 난소암 치료의 새로운 항암약물의 적용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어 획기적으로 약물독성은 줄이면서 효과적인 새로운 항암치료의 전략을 세울 수 있어 추후 임상시험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사람용 구충제의 항암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입니다. 미국 국립 의학도서관이 운영하는 사이트 검색만으로도 임상시험 중인 약품과 기관을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과 스웨덴, 이집트의 5개 의료기관에서 사람용 구충제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는 겁니다. 국내 한 전문가는 2~3년 안에 임상시험 결과 보고서가 나올 수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ClinicalTrials.gov]에서 메벤다졸 임상시험 현황 확인이 가능하다

정부가 나서서 임상시험을 해달라는 국민청원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지 못해 공식적인 정부 답변을 들을 수는 없습니다. 환자들과 가족들은 여전히 답답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펜벤다졸 관련 글


'지속적인 안내와 노력', 식약처의 역할?

식약처 보도자료의 마지막 문장

'지속적인 안내와 노력', 식약처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것일까요? 환자와 그 가족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약을 구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시중 동물 약국에서는 약을 구할 수 없어 해외 직구로 웃돈을 주고 약을 구하거나, 직접 약을 사러 해외로 나가기도 합니다. 동물 구충제 복용은 개인의 선택이라 법으로 금지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식약처는 뭘 해야 할까요? 일부 전문가들은 식약처가 나서 펜벤다졸 복용 암 환자의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병세가 호전됐는지, 악화가 됐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라는 겁니다. 애초에 사람용 구충제가 아닌 동물 구충제로 만들어진 펜벤다졸. 이 때문에 사람이 복용할 때 양은 얼마나 하고, 기간은 또 얼마나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있을 리 없습니다. 식약처, 의료기관, 제약사 어디에서도 펜벤다졸에 대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그저 동물 구충제니 먹으면 안 된다,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답만 내놓습니다.

펜벤다졸을 복용하는 암 환자들의 인터넷 카페

펜벤다졸 복용 환자들은 스스로 답을 찾고 있습니다. 인터넷 카페에는 복용시 금기할 사항 등의 복용법을 포함해 환자들이 직접 경험해 얻은 정보가 무수히 올라와 있습니다. 물론 식약처가 나서서 복용법을 정리해 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동물구충제니 사용하지 말라는 주장만 되풀이하는 것 역시 무의미한 대응으로 보입니다.

식약처 홈페이지에 올라온 식약처장의 인사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잘 때까지 매일 접하는 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으로 저를 비롯한 모든 직원들은 국민의 안심과 건강한 삶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

동물 구충제라 우리 소관이 아니라는 식의 '강 건너 불구경'과 같은 입장보다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펜벤다졸 논란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대응과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국민의 안심과 건강한 삶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홈페이지에 올린 식약처장의 인사말처럼 말입니다.
##홍성욱[hsw050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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