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명화 속에서 영원히 기억될 두 형제의 이야기 -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공연]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리뷰
글 입력 2020.01.0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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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켜지고, 양복을 차려 입은 한 남자가 캔버스를 들고 무대로 들어온다. 그는 다리를 절고 있고, 기억력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죽은 형의 유작전을 열고 싶다는 그는 누굴까. 바로 그 유명한 빈센트 반 고흐의 동생, 테오 반 고흐다.

 

그리고 1890년, 빈센트가 자살하기 전날 밤으로 장면이 바뀐다. 그날도 빈센트는 편지를 쓰고 있다. 살아생전 빈센트와 700여 통이라는 방대한 양의 편지를 주고받았던 대상은, 역시나 자신의 동생 테오 반 고흐다. 그 두 사람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110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두 형제의 서로에 대한 애정과 헌신, 그림에 대한 열정을 화려하고 웅장하게 표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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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이 진 빚”


 

빈센트가 남들보다는 늦은 나이에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테오의 안목 덕분이었다. 주고받는 편지에 그린 그림으로 일찍이 빈센트의 재능을 알아보았던 테오. 그는 적극적으로 빈센트를 지원했고, 빈센트는 그에 힘입어 본격적으로 그림의 세계로 뛰어든다. 그림에 모든 것을 걸었던 인생의 시작이었다(초기 고흐의 대표작 ‘감자 먹는 사람들(1885)’).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잘 팔리지 않는 그림에 빈센트는 늘 생활고에 시달렸으며, 동생 테오의 돈을 받을 때마다 죄책감에 휩싸였지만 그의 지원을 받지 않을 수는 없었다. 권위적인 목사였던 아버지는 늘 빈센트가 ‘집안의 수치’라며 그를 낙인찍었고, 빈센트는 결국 사랑했던 여인마저 버리고 만다. 그 이후, 빈센트의 정신분열이 시작된다.

 

안락한 집에 머물러도 모든 것이 무너진 것만 같던 시절, 스스로를 ‘개 같은 놈’이라며 비하했던 빈센트의 심리는 마룻바닥이 차례로 무너지는 무대효과와 그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퍼포먼스로 절절히 느낄 수 있다. 그 무엇이 빈센트를 구제해줄 수 있을까. 빈센트는 마침내 스스로 옷장 안으로 들어감으로써 세상과의 단절을 택하고 만다.


 

 

“살아보려 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빈센트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도록 이끌어주는 사람은 역시 테오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빈센트는 다시 붓을 들었고, 테오의 든든한 지원 아래 즐겁게 그림을 그린다.


이때 무대 뒤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밀밭과 푸른 하늘,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즐거운 노래는 새로운 희망을 가진 빈센트의 밝은 모습을 여실히 나타낸다. 테오와 함께, 그는 잘 살고 싶었다. 정말로 잘 살아보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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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년, 빈센트는 마침내 예술가들의 성지 파리에 정착한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없었고, 아카데미에서는 기본기가 없다는 혹평만 듣는다.


결국 1888년, 파리를 떠나 작은 시골마을 아를에 정착한 그는 생계와 예술을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테오의 소개를 통해 고갱과 공동생활을 시작한다. 새 식구를 맞이할 생각에 잔뜩 들뜬 그는 즐겁게 방을 꾸미는데, 바로 고흐의 ‘아를의 침실(1888)’이었다. 황량했던 무대가 순식간에 아늑한 방으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그토록 행복했는데, 빈센트와 고갱의 사이는 갈수록 멀어져만 간다. 빈센트에게 지친 고갱은 그를 떠나려 하고, 빈센트는 무릎을 꿇으며 그를 붙잡지만 이별을 막을 순 없었다. 정신분열이 극에 달한 빈센트는 마침내 귀를 자르는 자해를 하고, 생 레미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다만, 그는 여전히 붓을 놓지 않았다. 그 무엇도 그림을 향한 그의 열정은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좋아, 완벽해.”


 

병원에서 밤을 보내던 어느 날, 빈센트가 발견한 것은 별이 빛나는 밤하늘이었다. 쓸쓸하고 고독해야만 할 그가 그 순간 자신의 역작 ‘별이 빛나는 밤(1889)’을 배경으로 부르는 노래는, 아이러니하게도 빛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시기에 태어난 테오의 아들, 자신의 이름을 딴 조카 빈센트를 위해 보낸 선물 ‘꽃 피는 아몬드 나무(1890)’ 또한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1890년 7월, 아름다운 밀밭에서 마지막 그림을 그린 빈센트는 권총으로 가슴을 쏘며 3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6개월 후, 테오 또한 급격한 건강악화로 세상을 떠났으며, 두 사람은 훗날 평소 남편이 형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지켜본 테오의 아내 덕에 나란히 안치된다.

 

빈센트가 남긴 마지막 대사, “좋아, 완벽해.”는 많은 뜻을 품고 있을 것이다. 그림 하나만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그의 인생은, 비록 ‘비운의 화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어쩌면 ‘완벽’했을 수도 있다. 무언가, 오직 단 하나를 향해 인생을 걸며 피나는 노력과 열정을 쏟아 붓는,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렇기에 그의 삶은 영원히 ‘별이 빛나는 밤’ 속에서 회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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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센트와 테오, 두 형제의 애틋한 이야기는 두 배우의 열연과 선우정아가 작곡한 깊이 있는 음악, 그리고 최첨단 3D 프로젝션 맵핑을 이용해 고흐의 명작을 생생한 움직임으로 재현함으로써 오랫동안 사랑받는 뮤지컬로 재탄생하였다. 올 겨울, 명화와 함께 따뜻한 울림을 받고 싶다면 빈센트와 테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빈센트 반 고흐

 

 공연장 : 예스24스테이지 1관

 

 공연기간 : 2019년 12월 7일 (토) ~ 2020년 3월 1일 (일)

 

 공연시간 : 화,수,목,금 8시/ 토 3시 7시/ 일,공휴일 2시 6시 (월 공연 없음)

 

 출연배우 : 빈센트 반 고흐-이준혁 조형균 김대현 배두훈

 

 테오 반 고흐-박유덕 박정원 송유택 황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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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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