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클라이브 폰팅의 세계사1,2

'서양' 중심 관점을 깬 세계사의 고전

2019-12-20 11:04:11 게재
클라이브 폰팅 지음 / 왕수민 박혜원 옮김 / 민음사 / 1권 3만5000원 / 2권 2만8000원

세계적 베스트셀러 '녹색 세계사'로 빅 히스토리의 개척자라는 평가를 받는 역사가 클라이브 폰팅의 또 다른 대표작이 국내에 출간됐다. '클라이브 폰팅의 세계사1,2'가 그것. 인류의 기원에서 시작해 현대 세계의 탄생에 이르는 장대하고 극적인 과정을 선입견을 깨는 접근법과 명쾌한 문장으로 풀어낸 역작이다.

'폰팅의 세계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기존의 '서양' 중심의 관점을 거부한다는 점이다. 그는 서유럽이 세계의 패권을 쥔 것은 최근 몇세기의 일일 뿐이고 그것도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폰팅의 세계사'가 전통적 주제중 하나인 르네상스를 크게 다루지 않은 것도 이런 관점의 연장선이다. 그는 르네상스보다 고전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켜 서구에 전해준 이슬람 문화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다. '클라이브 폰팅의 세계사1'은 선사시대부터 중세까지의 세계를 조망한다.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인류가 세계각지로 퍼져 나가는 과정을, 농경의 시작과 함께 제국이 탄생하는 과정을 다룬다.

폰팅은 기존의 세계4대 문명이라는 개념도 과감히 깨부순다. 초기 문명의 근거지는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계곡, 중국, 안데스 산맥 중앙일 뿐 이집트는 없다. 유럽 남동부와 이집트는 메소포타미아의 영향을 받은, 말하자면 '아류'라는 것이다.

중국 역사에 대해서도 기존의 관념을 거부한다. 흔히들 유약한 나라로 알려진 '송(宋)'은 유럽보다 먼저 '상업혁명'과 '산업혁명'을 달성할 뻔했다고 주장한다. 실제 1076년 철 생산량이 12만5000톤에 달해, 산업혁명 전야인 1788년 잉글랜드의 철 생산량이 7만6000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클라이브 폰팅의 세계사2'는 근세에서 현대까지를 다룬다. 대항해시대가 시작점이다. 이 시기 유럽은 우연과 정복, 약탈을 통해 세계사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도약한다. 하지만 유럽이 군림하는 시기는 짧았다. 폰팅은 20세기 후반 아시아의 대두가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고 진단한다. 1750년 이후 '일시적으로' 잃었던 지위를 되찾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대서양 세계'가 쇠퇴하고 태평양으로 힘의 축이 이동하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세계가 좀 더 정상적인 균형상태로 돌아오는 듯 보인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송현경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