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갈탄 활용해 수소경제 앞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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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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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에너지플랜트그룹장 인터뷰임동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에너지플랜트그룹장 인터뷰

동아사이언스DB
지난 10월 정부는 2040년까지 연간 수소 수요량 526만t에 대응해 화석연료 수준의 가격인 1kg당 3000원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소 기술개발 로드맵’을 확정했다. 올해 초 정부 혁신성장 전략투자 분야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지 10개월 만이다.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수소경제 산업 생태계를 2040년까지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수소경제 산업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소 생산 단가를 낮추는 것이다. 수소를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운송하는 기술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수소’나 천연가스에서 정제하는 ‘개질수소’가 주로 활용된다. 물을 전기분해하는 수전해 기술도 있다. 그러나 이들 기술로는 정부가 2040년까지 수소 가격을 화석연료 수준으로 낮추는 데 현재로서는 한계가 있다.

“석탄 중 발열량이 낮아 화석연료로 잘 쓰이지 않는 갈탄을 고온·고압 환경에서 가스화한 뒤 생긴 합성가스를 후처리하면 고순도 수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수소를 생산하는 현존 기술 중에서 가장 생산 단가가 낮습니다. 원료가 싸기 때문입니다. 북한에 있는 갈탄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 한국에 공급하거나 수출할 경우 수소에너지 경제 시대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임동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에너지플랜트그룹장은 ‘남·북·러 경협 갈탄 활용 수소생산 프로젝트’에 생기원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정부가 전략적으로 추진중인 수소경제 활성화의 핵심 요소인 수소를 생산하는 데 북한의 갈탄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남북한의 경제협력은 물론 북한과 러시아의 저렴한 갈탄을 이용해 첨단 청정 에너지산업 생태계를 함께 구축하는 게 목표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부산시가 주도하고 있다. 부산대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고등기술연구원, 생기원 등이 전문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중앙 정부 예산과 부산시 예산을 매칭해 사업을 추진하는 형태다. 현재 사업 기획이 마무리됐으며 이르면 관련 기술 개발이 내년 시작될 예정이다.

동아사이언스DB
임 그룹장은 “북한과 러시아에 매장된 저렴한 갈탄을 이용해 현지에서 수소 생산 후 액화시켜 부산항만으로 옮겨온 뒤 국내에서 활용하거나 해외로 수출하는 것”으로, “미래 수소생산 공급 주도권을 확보하고 북한의 자원을 이용해 에너지 인프라를 갖추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지역 기업으로는 팬스타그룹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크루즈 선박 사업을 하며 물류, 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도모하고 있는 팬스타그룹은 계열사인 팬스타엔터프라이즈가 이 프로젝트를 위해 러시아 소재 북·러 합작기업 ‘라손콘트라스’와 지난 5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라손콘트라스는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 하산 지역을 잇는 54㎞ 구간의 철로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 사업, 복합물류사업 등을 골자로 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 운영기업이다.

호주와 일본은 이미 ‘갈탄 이용 수소생산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호주에 현재 채굴 가능한 갈탄 매장량은 약 2000억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모두 수소 생산에 활용할 경우 일본의 현재 발전량 기준으로 환산해 보면 240년 동안 사용 가능한 양이다. 호주에서 나오는 갈탄에서 수소를 추출한 뒤 액화시켜 일본 고베시로 수송하는 프로젝트로, 2021년까지 실증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임 그룹장은 “호주와 일본이 이미 프로젝트를 상당 부분 진척시켰다는 점에서 갈탄 활용 수소 생산 프로젝트는 경제성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임 그룹장은 또 “프로젝트가 제대로 추진되면 경제적·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자립형 수소 에너지 경제 구축을 앞당기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 그룹장과의 일문일답.
Q. 갈탄으로 저비용 고효율 수소 생산이 가능한 이유는.
“갈탄은 석탄 중에서도 발열량이 적어 석탄에 비해 잘 쓰지 않는다. 한마디로 저품질 석탄이다. 가격도 일반 석탄의 5분의 1에 그친다. 반면 갈탄은 수분 및 휘발분이 많아 무연탄 등 다른 석탄 종류보다 수소 생산 비율이 높다. 전 세계 석탄 매장량 중 갈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이른다. 활용도가 낮아 상당량이 아직 미채굴 상태다.”

Q. 북한과 러시아의 갈탄 매장량은 어느 정도인가.
“갈탄은 미국, 독일, 러시아, 호주 등에 매장량이 많다. 북한에서는 석탄 약 205억t 중 갈탄 160억t, 무연탄 45억t으로 추정된다. 러시아의 경우 채굴 가능한 갈탄이 약 1조3729억t으로 추정된다. 부산대가 올해 9월 북한 갈탄 샘플의 물리화학적 기초 물성을 분석한 결과 북한에서 생산되는 갈탄은 다른 지역 갈탄보다 황 함량이 매우 낮아 별도 탈황설비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Q. 갈탄 활용 수소 생산 프로젝트가 필요한 이유는.
“현재 산업적으로 쓰이고 있는 부생수소는 정유 및 석유화학 공정에서 나오는 잉여 수소다. 수소만 나오는 게 아니라 다양한 물질들이 나오는데 고순도 정제해서 부생 수소로 쓰는 것이다. 이 수소는 정유사나 석유화학산업단지에서 자체적으로 주로 소비하고 그 중에 약 20% 정도가 외부에서 쓰인다. 수소가 필요한 제철, 유리, 반도체 사업에서 쓴다. 나머지가 수소차나 연료전지 등 에너지용으로 쓰이는데 양이 너무 적다. 수전해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도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면 쉽지 않다. 전기분해하는 데 필요한 전기에너지가 요구되고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저렴한 촉매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

각종 데이터를 근거로 수소 제조원가를 비교해보면 수전해로 생산하는 수소 가격은 1㎏에 9000~1만원으로 가장 비싸다. 1㎏에 부생수소는 8000~9000원, 천연가스 개질 수소는3500~6300원이다. 갈탄 추출 수소 제조원가는 1㎏당 최대 4000원으로 줄일 수 있다. 미국 에너지부도 수소 생산의 경우 화석연료를 개질해서 쓰는 게 가장 경제성이 낫다고 보고 있다. 천연가스를 개질하는 것보다 원가가 싼 갈탄을 이용하는 게 효율적이다.”

임동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에너지플랜트그룹장. 동아사이언스DB

Q. 갈탄을 가스화하는 것도 석탄을 태우는 것과는 다른가.
“갈탄에서 수소를 생산하려면 밀폐된 고온·고압 환경에서 갈탄을 가스화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가스화하면 나오는 합성가스를 후처리 공정을 통해 고순도 수소를 만들 수 있다. 기존 석탄 화력발전소에서는 석탄을 연소하는 방식이다. 말 그대로 태우기 때문에 대기 오염물질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갈탄 가스화 공정은 밀폐된 환경에서 합성가스를 만들기 때문에 ‘청정 석탄’이라고 불린다. 갈탄 가스화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포집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도 있다.”

Q. 갈탄 가스화 공정 기술은 현재 국내에서 확보하고 있나.
“경기도 용인 소재 고등기술연구원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가스화 공정 기술을 갖고 있다. 생기원은 후처리 공정에서 고순도 수소를 정제하고 분리하는 기술을 담당한다. 다만 국내에서 확보한 기술은 ‘파일럿 플랜트’ 수준이다. 하루에 10t 분량의 갈탄을 가스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현재 추진 중인 프로젝트의 첫 단계는 파일럿 플랜트 수준의 공정 기술을 상용 플랜트 수준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플랜트 규모가 커지면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면밀히 연구개발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1단계 사업으로 2025년까지 상용 플랜트 수준의 갈탄 가스화 공정 기술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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